1시간 내로 KPC를 죽이지 않으면 세계가 멸망하는 방
원본 시나리오 posty.pe/1cnzbp
KPC 러셀 데클란 켄트
PC 리디안 K. 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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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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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간의 어둠.
리디안은 눈을 뜹니다.
차분한 공기, 새하얀 방.
처음 보는 낯선 공간입니다.
SanC 0/1
11:04PM리디안 K. 엔데:
이성 -1
...
이 좁고 네모난 공간에서 마주한 것은,
검은 머리카락의 남자입니다.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어쩐지 낯설지 않습니다.
지능 판정
11:05PM리디안 K. 엔데:
흐릿한 기억 속을 헤집어보면,
은퇴 후 무료한 나날을 보내며 TV의 채널을 돌리던 중.
눈 앞의 남자가 커다란 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봤던 것 같습니다.
신문에도 종종 '특출난 천재 피아니스트'라며 그의 연주를 소개하곤 했었죠.
분명... 러셀 데클란 켄트라는 이름이었습니다.
11:07PM리디안 K. 엔데:아. (건조하게 감탄합니다. 연예인이던가)
그도 이 상황에 대해 짐작 가는 바가 전혀 없는 눈치로 이 쪽을 흘겨봅니다.
11:07PM러셀 데클란 켄트:...누구시길래 날 이런 곳에 끌고 왔어? (눈썹을 찌푸리며 리디안을 노려봅니다)
11:08PM리디안 K. 엔데:..... (가뿐하게 무시하고는 문을 찾아 두리번 거립니다)
11:08PM러셀 데클란 켄트:대답 안 해? 납치범. (팔짱을 낀 채 리디안의 뒤통수를 노려봅니다)
뒤를 돌아보면, 그곳에는 문이 하나 있습니다.
반들반들한 철제문입니다.
문고리는 있으나 잠긴 모양이네요.
11:10PM리디안 K. 엔데:....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제가 납치범이라면 얼굴을 가리는 성의 정도는 보였을 것 같군요. (무미건조하게 대꾸하고는 문을 살펴봅니다)
11:12PM러셀 데클란 켄트:... ... (잠시 조용하나 싶더니, 주머니에 손을 넣고 리디안의 옆으로 걸어가 문을 걷어찹니다) ...젠장, 안 열리잖아.
11:13PM리디안 K. 엔데:그쪽은 누구시길래, 이런 곳에 갇히셨습니까. (예의상 묻고는 방을 둘러봅니다)
11:15PM러셀 데클란 켄트:영국인이라면 내 얼굴 한 번쯤은 봤을 거 아냐?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꾸하다, 곧 비웃는 듯한 얼굴로 말을 잇습니다) ...아, 그 정도 교양도 갖추지 못한 분이라면 실례. 데클란 켄트입니다. 한창 전국 순회 중이었던 피아니스트고요. 자, 이제 댁이 자기소개할 차례네?
방 안을 둘러보면, 탁자와 소파가 보입니다.
11:16PM리디안 K. 엔데:리디안. (가볍게 답하고는 탁자로 향합니다)
11:17PM러셀 데클란 켄트:...리디안? 성은 없어? 주워 온 자식인가? (성의 없는 대답에 노기가 가득해집니다)
평범한 철제 탁자입니다.
탁자 위에는 종이 한 장과 총 한 정, 모래시계가 놓여 있습니다.
11:18PM리디안 K. 엔데:...총? (총을 들어 살펴보고는, 종이를 확인합니다)
11:19PM러셀 데클란 켄트:가는 귀가 먹었나... (인상을 구기며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습니다)
총은 M1911입니다. 권총이네요.
안전장치가 풀려 있고, 탄창을 확인해 보면 총알이 들어 있습니다.
종이는 평범한 A4 용지입니다.
종이에는,
1시간 내로 러셀 데클란 켄트를 죽이지 않으면 세계가 멸망한다.
...라고, 간단명료하게 적혀 있습니다.
11:22PM리디안 K. 엔데:(실탄인지 확인하기 위해, 벽에 한발 발사해 봅니다)
벽에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면,
탕,
...벽에 박힌 실탄이 섬뜩한 빛을 냅니다.
11:24PM러셀 데클란 켄트:...씨X, 뭐야...! (소파에 한가롭게 앉아 있다, 조금 놀란 듯 자리에서 일어나 리디안을 노려봅니다)
11:25PM리디안 K. 엔데:(실탄이군.. 바닥에 떨어진 탄피를 보고는 러셀을 응시합니다) 당신을 죽이지 않으면 세계가 멸망한다는군요. 누군가에게 깊은 원한이라도 사셨나 봅니다.
11:27PM러셀 데클란 켄트:... ...하? (실없는 농담이라도 들은 듯 눈을 크게 뜨고는) ...나를 죽인다고? 그런 헛소리를 믿는 건 아니겠지. 그 총 내놔. (리디안이 손에 쥔 권총에 손을 뻗습니다)
11:28PM리디안 K. 엔데:당신의 무엇을 믿고요? (러셀의 손을 피합니다) ...저도 함부로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특히 당신 같은 어린 사람은.
11:30PM러셀 데클란 켄트:하긴, 늙은이 눈에는 나도 어려보이겠지. (짜증이 치솟는 듯 시야를 가리는 앞머리를 대충 넘기고는) ... ... 그래서, 죽이기 전에 눈물 겨운 사연이라도 들어보시겠다? (번뜩이는 적색 눈동자로 리디안을 쏘아봅니다) 당신, 총 한 두 번 쏴 본 것 같지가 않던데. ...누가 날 죽이라고 사주했지?
11:31PM리디안 K. 엔데:아까부터 자의식 과잉이 대단하시네요. 특출난 사연이라도 있는 겁니까. (총을 바지춤에 꽂고는 묻습니다)
11:32PM러셀 데클란 켄트:... ... 대답이나 해. 누가 날 죽이라고 했냐고!! (탁자를 세게 내리치며 윽박지릅니다)
11:33PM리디안 K. 엔데:먼저 묻지 않았습니까?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까딱 합니다)
11:34PM러셀 데클란 켄트:(분이 안 풀렸는지 잠시 씩씩거리다, 이내 호흡을 추스릅니다) ... 하, 그래. 머리에 바람구멍 나는 건 사양이니까. (손을 대충 휘저으며 질린 듯 대꾸합니다)
11:37PM리디안 K. 엔데:....그게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는데요. 그래서 당신이 잘못한 일은요. (소파에 앉습니다)
11:38PM러셀 데클란 켄트:잘못? (주먹을 꽉 쥐고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내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어. 다 그새끼들이 문제라고!!
11:42PM리디안 K. 엔데:(바이올린.. 어린애 같은 발상이군. 딱딱한 얼굴로 러셀을 바라봅니다. 제 분에 못 이기고 혈기가 왕성한 것은 아무렴 상관없지만, 그것이 러셀이 죽어야 하는 이유는 되지 못한다는 듯) 그게 다입니까?
11:43PM러셀 데클란 켄트:흠... 끔찍한 디저트를 내온 레스토랑의 쉐프를 협박하기도 했지. 뭐, 걘 잘렸지만 알아서 잘 살지 않겠어? 그 외엔 딱히 떠오르는 건 없는데.
11:45PM리디안 K. 엔데:(뒷목을 매만지고는 작게 중얼거립니다) ...지독한 장난이네요.
11:46PM러셀 데클란 켄트:장난? 겨우겨우 하루 일정을 끝마쳤는데, 그 자식 때문에 끝내주게 형편없는 코스 요리를 먹어야 했다고. (그 때를 생각하자 신경질이 나는 듯 이를 뿌득 갑니다)
11:47PM리디안 K. 엔데:(러셀의 얘기가 아니었지만, 신경쓰기 귀찮으니 굳이 해명하지 않습니다) ..이 방을 만든 사람 말입니다.
11:49PM러셀 데클란 켄트:내가 알 바야? 그냥 곱게 미친 놈이겠지. (문득 탁자 위의 모래시계를 보고는 인상을 구깁니다) ...악취미 변태 새끼.
11:50PM리디안 K. 엔데:제가 이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11:50PM러셀 데클란 켄트: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납치당했다니까. (어깨를 으쓱합니다)
11:52PM리디안 K. 엔데:만약 제가 러셀 데클란 켄트라고 소개한 후에 당신이 저를 쏜다면? (건조한 얼굴에 약간이나마 희열이 깃들었습니다)
11:53PM러셀 데클란 켄트:...뭔 개소리야? (멀뚱히 리디안의 얼굴을 노려봅니다)
방 한 구석 모서리에 cctv처럼 보이는 물체가 보입니다.
11:53PM리디안 K. 엔데:(cctv를 총으로 쏴 깨트립니다)
탕,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작동이 멈춘 듯한 물체가 치직 소리를 냅니다.
11:54PM러셀 데클란 켄트:...씨X, 깜짝이야...! 말하고 쏘라고!
11:54PM리디안 K. 엔데:...이제 당신이 당신임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 겁니까? (입꼬리를 끌어올려 옅게 웃습니다)
11:55PM러셀 데클란 켄트: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옆으로 돌립니다) ...내가 나지, 당신이겠어?
11:55PM리디안 K. 엔데:(종이를 가져다 러셀에게 보여줍니다) 내용을 확인하세요. 저는 그저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을 뿐입니다.
11:57PM러셀 데클란 켄트:... ... (종이의 문구를 확인하자, 아무렇지도 않게 종이를 두 갈래로 찢어버립니다) ...뭐가 흥미로워, 이딴 쓰레기가.
11:58PM리디안 K. 엔데:물론 믿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게 진실일 가능성 또한 존재하죠.
12:00AM러셀 데클란 켄트:... ...너 같으면 죽고 싶겠어? 당신... 바보는 아니지?
12:01AM리디안 K. 엔데:세상에 저 같은 사람이 없진 않을 거라는 가정하에 여쭌 겁니다.
12:03AM러셀 데클란 켄트:... ... (리디안에게서 총을 받아들고는, 모래가 떨어져가는 모래시계에 시선을 줍니다) ...뭐냐고, 씨X...
그 순간,
소파 밑에 떨어져 있던 소형 라디오에서 치직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 당장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세요. 거리에 폭동이... ...'
'온갖 무기로 무장한 집단이 총기 난사를 벌여...'
'현재 국회의사당이 불길에 휩싸여...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 대피...'
... 분명히 이 방에 끌려오기 전까지만 해도, 평온했을 터입니다.
소식을 전하는 리포터의 목소리 사이로 끔찍한 비명 소리와 총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12:06AM리디안 K. 엔데:(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고, 러셀의 손을 이끌어 제 머리에 총구를 겨눠 줍니다) ...어떻습니까?
12:08AM러셀 데클란 켄트:... 무슨 수작이야? (리디안의 손을 내치며 으르렁댑니다) 살인자 타이틀 붙는 건 사양이거든. ...그리고, 당신은 누가 봐도 데클란 켄트가 아니잖아. 당연한 거 아냐? 당신 같은 아재가 어떻게 내 흉내를 내? 개소리는 여기서 끝내.
12:10AM리디안 K. 엔데:.... (잠시 생각에 빠집니다.) 일리가 있군요. 대답이 되었습니다. (러셀의 손에 들린 총을 도로 빼앗아 러셀의 머리에 겨눕니다)
12:10AM러셀 데클란 켄트:아니, 그렇다고 나를 죽이란 뜻도 아니거든?! (무력하게 총을 빼앗기곤 어이없다는 듯이 소리지릅니다)
12:11AM리디안 K. 엔데: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있습니까? (다리로 러셀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꽉 잡아 누릅니다)
12:12AM러셀 데클란 켄트:씨X, 개자식, ...미친 새끼... (뒤틀린 팔을 비틀며 욕지기를 내뱉습니다)
12:13AM리디안 K. 엔데:씨X, 개자식, ...미친 새끼... 그리고요? (피아니스트라고 했으니, 손만은 온전히 보전해 줄 요량으로)
12:14AM러셀 데클란 켄트:...두고 봐, ... 죽여버리겠어... (분노를 억누른 목소리로, 고개를 돌려 리디안을 노려봅니다)
12:15AM리디안 K. 엔데:....좋은 눈빛입니다. 좋군요. 덜 떨어진 애송이와 종말을 맞는 것도. (싸늘한 눈으로 러셀의 붉은 눈을 응시하며 총구로 이마를 꾹 누릅니다)
12:16AM러셀 데클란 켄트:... ... ..........
12:17AM리디안 K. 엔데:피아니스트라고 했죠. 언젠간 듣고 싶네요. 당신이 직접 연주하는 것을. (심성만 곱게 쓴다면 좋으련만, 하는 한가한 생각을 하며 총을 바닥으로 던지고 일어납니다)
12:18AM러셀 데클란 켄트:... ... 안 죽여? 죽인다며, 이 자식이, 날 갖고 놀았어...!!! (자유의 몸이 되자 곧장 몸을 일으켜 리디안의 멱살을 잡습니다)
12:19AM리디안 K. 엔데:죽인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만. (얌전하게 한대 맞아줄 심산으로 손을 들어 보입니다)
12:20AM러셀 데클란 켄트:...이 또라이 새끼가...!! (얄짤없이 리디안의 얼굴에 주먹을 날립니다)
12:21AM리디안 K. 엔데:(무표정하게 러셀의 주먹을 맞고는, 얼얼한 뺨의 감각을 느낍니다) 손, 조심하세요. 당신은 예술가 아닙니까.
12:22AM러셀 데클란 켄트:... ...고마워 죽겠네, 어차피 당신 말대로라면 우리 지금 다 뒈진다고.
...
리디안은 러셀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딱히 그를 죽일 명분을 찾지 못해서일까요, 아니면.
단순히 죽이지 않으면 어떻게 될 지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었던 걸까요.
.
짧은 시간이 흐르고,
모래시계의 마지막 모래가 그 쌔까만 모래더미 위에 가라앉을 때.
시간이 멈추지 않아 잔인하게 그 순간을 불러오고 말았을 때에.
덜컹,
문이 열립니다.
문 너머는 하얀 빛이 쏟아집니다.
그곳으로 걸어나가면, 리디안의 방 안입니다.
창 밖을 내다보면 아무런 일도 없습니다.
세계는 그저 그렇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러셀은 옆에 없습니다.
리디안은 찰나의 호기심으로 세계를 저버렸습니다.
러셀을 살려내고서요.
그러니까, 그 결과는...
.
.
ED2. 짜잔, 세계가 멸망했습니다! ...어라?
리디안 K. 엔데, 러셀 데클란 켄트 생환
12:27AM리디안 K. 엔데:(그냥 커피나 내려 마십니다)
12:28AM러셀 데클란 켄트:(ㅈㄴ빡친얼굴로 자택의 피아노뚱땅거림)
기준치: | 55/27/11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80/40/16 |
굴림: | 7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아니스트라고 들었는데요.
... 우리 가문이 자식 관리가 좀 끝내주거든. 겉으로는 정치, 예술, 경제... 수많은 곳에 인재를 배출한 가문이라고는 하지만. 그 새끼들이 날 언제 죽일지 모르던 참이었어. 그게 오늘이었나 보네, 젠장.
...아, 그래. 그나마 하나 짚어보자면... (주머니에 다시 손을 넣고는 허공을 바라봅니다) ...마음에 안 드는 녀석 바이올린을 부숴준 정도? 근데 그건 그 자식 탓이지. 중요한 무대에서 거지 같은 연주를 했으니까.
어떻게 세계를 멸망시킨다는 걸까요? 당신과 단둘이 남는 건 사양하고 싶습니다. (순수한 궁금증이 일어 턱에 손을 대고는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cctv를 찾아 두리번거립니다)
제가 당신인 척하고, 죽는다면.. 그래도 세상이 멸망할지에 대한 주제를 말하고 있던 겁니다.
흥미롭지 않습니까.
세상이 멸망한다느니 뭐니 하는 건 다 개소리겠지. ...그걸 믿어?
그래서 당사자인 당신에게 묻고 있는 겁니다. 데클란, 죽고 싶습니까?
(총을 러셀에게 건넵니다) 재밌군요. 선택해보시겠습니까? 러셀 데클란 켄트로 가장한 무뢰한을 쏘고 탈출할지, 혹은 지구가 멸망할지 지켜보는 일 말입니다.
..........하? (리디안의 말에 질끈 감았던 눈을 뜹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4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