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생일도 지루하고 고리타분하기 짝이 없는 러셀가의 주최 하에
유명인들에게 둘러 쌓여 따분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루 종일 하늘은 흐렸고, 불행하다면 불행하고, 잔잔하다면 잔잔한 생일을 보냈습니다.
어찌 되었든, 이제 남은 건 씻고 잠드는 것뿐입니다.
5:13PM러셀 데클란 켄트:... (하루종일 대외용 미소를 띠고 있었더니. 뻐근한 입가를 가볍게 누르며 텅 빈 저택의 복도를 가로지릅니다. 정말 짜증나는 하루였어. 평소에도 꼴 보기 싫은 작자들에게 둘러싸여 마음에도 없는 개소리를 들어주는 것만큼 쓸모없는 일이 어디 있겠어. ...씨X. 습관처럼 욕을 뱉으며 휴식을 위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갑니다)
쉽게 오지 않는 잠이지만, 그래도 눈이라도 붙일까 했는데.
술에 취한 듯 불규칙적인 걸음과 무언가 문에 부딪히는 소리입니다.
5:17PM러셀 데클란 켄트:...? 어떤 간이 튀어나온 새끼가 지금 술 쳐마시고 복도를 기어다녀... (눈을 찡그리며 선잠에서 깨어나,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에서 일어납니다. 하녀장이 사용인 교육을 제대로 못 했나? 하여간, 쓸모 없는 본가 녀석들. ...미간에 진 주름이 더욱 깊어진 채 저벅저벅 문으로 다가가 열어봅니다)
문이 열리고, 러셀의 눈에 보이는 간이 튀어나온 사용인은.
요 며칠간 모습을 보이지 않고는, 생일 파티에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더니.
평소보다 상기된 얼굴을 하고선 당신의 앞에 서 있습니다.
5:20PM리디안 k. 엔데:...생일 축하합니다 데클란.
5:24PM러셀 데클란 켄트:뭐야? ...미쳤어? (문 앞 남자의 정체를 확인하고는 금세 인상이 험악해집니다) 며칠간 코빼기도 안 보이길래 어디 슬럼가 쓰레기장에서 뒈지기라도 한 줄 알았는데. ...뻔뻔하게 잘도 기어들어오네? 리디안.
5:25PM리디안 k. 엔데:그야.. 당신의 생일이잖습니까. (딱 잘라 말하더니 케이크 상자를 들어 보이며) 생일 케이크를 가져왔습니다.
리디안은 이미 당신의 생일선물을 보내지 않았던가요?
'도련님께' 라고 적힌 상자는 왠지 열어보기 민망해 여태 열지 않고 방에 방치해두었습니다.
5:27PM러셀 데클란 켄트:... (이 새끼...어디서 퍼마시고 온 거 아냐?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리디안을 노려봅니다)
관찰력
기준치: |
80/40/16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술에 취한 듯, 취하지 않은 듯. 동공이 풀려 있진 않으나 시선이 흐리멍텅합니다.
좀 더 진솔해진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를 숨기는 것 같기도 합니다.
5:32PM러셀 데클란 켄트: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하는 걸 보니... (귓가의 머리카락을 넘기며 짜증 섞인 목소리를 냅니다) 아주 정신이 나갔네. 뭘 얼마나 처마신 거야? (리디안이 가져온 케이크 상자를 빼앗아 들고는 그 자리에서 열어봅니다)
행운
기준치: |
70/35/14 |
굴림: |
4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스카치 위스키가 들어간 위스키 번트 케이크입니다.
유명 베이커리의 것인지, 표면에 코팅된 초콜릿이 부드럽게 반짝입니다.
5:39PM러셀 데클란 켄트:...그래서? 이걸 지금 먹으라고? 야, 지금 몇 시인지 알아? 빌어먹을 파티 끝내고 겨우 잠들 뻔했는데... 너 때문에 다 깼다고. 가서 잠이나 쳐 자. (위스키 번트 케이크를 손에 든 채 언짢은 듯 일갈합니다)
잠시 얘기를 나눈 사이 시간은 열한 시에 가까워집니다.
하지만 리디안은 돌아갈 생각 따윈 없는 듯 굳건합니다.
5:41PM리디안 k. 엔데:....생일 초를 불지 않겠습니까? 데클란의 생일을 축하해 주고 싶습니다만. (어디를 보는지 모르겠던 시선이 방황하다 러셀에게 꽂힙니다)
5:46PM러셀 데클란 켄트:... ...이 새끼가... (금방이라도 손에 든 케이크를 저 남자의 얼굴에 던져버리고 싶은 기분에 치를 떱니다) ...왜 네 소꿉장난에 내가 맞춰 줘야 하는 거지? 취해서 돌아버린 것 같은데... 내가 네 아들 같기라도 해?
5:47PM리디안 k. 엔데:....전 아들이 없습니다. (담담한 얼굴로 대꾸하고는, 한발짝 다가섭니다) ...안됩니까? 제가 축하하면.
5:52PM러셀 데클란 켄트:하... ... ... 주정뱅이한테 뭔 말을 해도 말귀를 못 들어먹겠지. 들어와. 초 불고, 꺼져. (등을 돌려 방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갑니다) 다음에도 이렇게 아무 보고 없이 자리 비우면 바로 해고야. 알겠어?
5:53PM리디안 k. 엔데:....감사합니다. (옅은 미소를 띠며 러셀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갑니다)
5:57PM러셀 데클란 켄트:(벽난로 앞에 놓인 테이블 위에 케이크를 아무렇게나 올려놓은 뒤, 삐딱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턱을 굅니다)
행운
기준치: |
70/35/14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5:57PM리디안 k. 엔데:(반대편 의자에 단정하게 앉아 러셀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러셀은 케이크 박스에 달려있는 초를 꺼냅니다.
26세. 생일 초가 나이에 맞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5:59PM러셀 데클란 켄트:초는 네가 알아서 꽂아. (초가 담긴 포장지를 리디안 쪽으로 밀어둡니다)
6:00PM리디안 k. 엔데:그러죠. (초를 꽂고, 항시 가지고 다니는 라이터를 이용해 불을 붙입니다. 그리곤, 기대하는 것이 있다는 양 러셀을 응시합니다)
6:07PM러셀 데클란 켄트:... ...하여간 지X은... (리디안의 눈빛에, 짜증이 솟구쳐 관자놀이가 꿈틀거립니다. 이 한밤중에 저 새끼 때문에 이게 대체 무슨 꼴인가 싶지만... 기이하게도 어릴 적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오릅니다. 십여 년도 전, 켄트 가에서 지냈을 때. 호화로운 파티가 끝나고 방에 돌아가자, 형이 축하한다며 준비해 줬던 조금 뭉개진 조각 케이크가... ... 어쩐지 눈가의 음영이 더욱 짙어진 채로, 하는 수없이 작게 숨을 들이마시고 초를 붑니다)
6:10PM리디안 k. 엔데:(러셀의 피아노 연주를 들었을 때처럼, 짧고 간결하게 박수를 쳐줍니다) ...26살 생일을 축하합니다 데클란. 이제 드셔보시죠.
(준비한 식기를 꺼내 내밉니다)
6:18PM러셀 데클란 켄트:야, 너... 내일 술 깨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리디안의 준비성에 어이가 없어지면서, 새삼 그가 주정 부리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귀찮은 주사라니... ...개 같네.) 왜 내가 이딴 짓에 고분고분 시키는 대로 해줘야 하는 거냐고. ...뭐, 더럽게 맛이 없었던 오늘 파티 음식보다는 나아 보이지만. 디저트 하나도 제대로 못 만드는 새끼가 미쳤다고 주방에 얼굴을 들이밀어? 수석 요리사, 그 새끼는 바로 잘라버렸지. (신경질적으로 투덜거리며, 접시에 케이크 조각을 덜어내고는 포크로 가장자리를 찍어 먹습니다)
어느새 밤은 더욱 깊어져 갑니다. 자정까진 30분.
이상하게도 케이크를 먹은 뒤로 시계의 초침 소리가 더욱 선명히 들리는 느낌입니다.
동시에 손끝의 감각이 무뎌지고, 잠에 빠지듯 몽롱해지는 기분.
온몸의 감각이 활성화되면서도 졸음이 밀려옵니다.
6:20PM러셀 데클란 켄트:
정신
기준치: |
70/35/14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어쩐지, 리디안이 평소와 다른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어쩌면, 다른 사람일지도 모른단 생각마저 듭니다.
그 생각에 미치자 나른해졌던 정신이 한결 깨어납니다.
그는 전보다 초조해진 얼굴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당신과 눈을 마주치면서도, 당신을 보고 있지 않은 것 같은 기분.
애써 몰아낸 졸음의 끝엔 리디안의 이상한 기색뿐입니다.
6:25PM러셀 데클란 켄트:... ...뭐야, ... (갑작스레 밀려든 졸음에 잠시 고개를 꾸벅인 듯,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지고 있던 포크를 간신히 잡아챕니다) ...너... 이제 됐잖아. 만족했으면, 돌아가. ...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리디안의 손이 다가오면...
러셀은 본능적으로 피해야 할 것을 깨닫습니다.
6:27PM러셀 데클란 켄트: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의 손을 옭아매려는 듯, 가까워졌던 리디안의 손은 힘없이 당신의 앞에 떨구어집니다.
6:28PM리디안 k. 엔데:데클란.. 왜... (메마른 눈이 러셀의 눈을 올곧게 응시합니다)
6:31PM러셀 데클란 켄트:...내 말 안 들려? 가라고... ... (섬뜩하게 빛나는 붉은빛 눈동자가 눈꺼풀에 감싸여, 느릿하게 감겼다 다시 떠오릅니다) ...할 말 있으면 하던가. 너...그 새끼가 맞긴 한 거지?
6:33PM리디안 k. 엔데:그 새끼? ...누구를 말하는 겁니까. (러셀을 잡으려다 놓친 손을 말아 쥐다가 테이블을 응시하더니) ...데클란, 일부러 그런 건.. 아니. 아닙니다. ....목이 마르네요.
6:38PM러셀 데클란 켄트:... ... 됐어. (리디안이지만 그가 아닌 녀석,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잖아. 이게 빌어먹을 꿈이라면 모를까... 손에 움켜쥐고 있던 포크를 접시 위에 겹쳐 내려놓고는) 저거라도 마시던가. (고개를 까딱여 테이블 위에 놓인 레드 와인을 가리킵니다)
6:43PM리디안 k. 엔데:....목이 말라.. 하지만, 이제 당신밖에는.. (횡설수설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러셀의 앞을 가로막고 팔을 쥡니다) ...당신 밖에는 없어서, 미안합니다.
6:47PM러셀 데클란 켄트:뭐라는 거야, (예상치 못하게 팔이 붙들리자 얼빠진 얼굴로 중얼거립니다) ...리디안 엔데. 이거 놔. 네가 해달라는 대로 그깟 초 좀 불어 줬다고...지금 내가 우스워 보여?
6:49PM리디안 k. 엔데:....미안합니다. (충동적인 욕구와 이념 사이에서 눈빛이 흔들립니다) 생일을.. (작게 그르렁거리며) ....당신을.. 나도 이러고 싶진 않았는데.
6:50PM러셀 데클란 켄트:당장 놔. ...죽고 싶지 않으면. (위협적으로 낮게 으르렁댑니다)
위협
기준치: |
55/27/11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6:51PM러셀 데클란 켄트:
근력
기준치: |
40/20/8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6:51PM리디안 k. 엔데:
근력
기준치: |
80/40/16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리디안은 아무런 감정도 없는 사람처럼 무참히 힘을 내세웁니다.
아무리 내치려고 해도 겨우 막아세우는 것이 다일 정도입니다.
그 시선을 피하기 위해 잠시 고개를 돌린 사이 리디안의 숨이 가까운 곳에 끼칩니다.
이윽고 당신의 목 부근에 고개를 묻은 리디안은..
당신의 목에 잇자국을 내어 그 틈을 빨기 시작합니다.
선명한 감각이 목 언저리를 유연하게 맴도는 기분.
미약한 현기증과 함께 생리적인 거부감이 끼칩니다.
6:58PM러셀 데클란 켄트:...!@#! (목에 짓눌리는 무딘 이가 그대로 살을 씹어오자,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번져오는 통증에 눈앞이 한 순간 새빨갛게 물듭니다) ...악,
아파, 씨X, 미친 새끼야... ...!! (막무가내인 리디안의 어깨를 붙들고 떼어내려 애를 씁니다)
7:01PM리디안 k. 엔데:(정신없이 러셀의 피를 빨아들이고는, 상기된 얼굴로 옅게 미소 짓습니다) ....다네요. 조금만, 더. (단단한 몸으로 러셀을 짓누르며, 손으로 러셀의 뺨을 그러쥐고는 아랫입술을 물어뜯습니다)
7:09PM러셀 데클란 켄트:...헉, (그의 어깨를 움켜쥔 채 밀어내는 손등의 마디가 새하얗게 질려가는 틈에, 곧 리디안의 얼굴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무의식적으로 숨을 들이켭니다) 자, 잠깐... ...! (목의 잇자국에서부터 번진 피가 하얀 셔츠 칼라를 조금씩 적셔가고, 다시금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입술이 짓씹어지자 이내 눈을 크게 뜹니다)
7:12PM리디안 k. 엔데:(차마 삼키지 못한 피가 입가를 더럽히고, 턱을 타고 흘러내려 셔츠를 적십니다.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몰골을 하고선, 제가 물어뜯어 피 범벅이 된 러셀의 입술을 핥고 빨아대다가)
컥, 윽.. 욱.. (크게 기침하며 휘청거립니다)
7:17PM러셀 데클란 켄트:... ...윽, ... (그를 밀어내느라 미친듯이 떨리던 손에서 힘이 조금씩 빠져나갈 즈음, 리디안이 기침 소리와 함께 휘청이자 마지막 힘을 짜내 갈라진 목소리를 냅니다)
이, 개, 자식이... (후들거리는 손을 주먹 쥐어, 간신히 리디안의 얼굴을 칩니다)
7:18PM리디안 k. 엔데:(러셀이 때리는 것을 피할 겨를도 없는지, 주먹을 맞고 나동그라집니다. 폐부에서 올라오는 강한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기침을 토해냅니다)
(바닥에 쓰러져, 힘없이 가슴께의 셔츠를 그러쥐고는 기침합니다)
좀 전의 몽롱했던 정신은 완전히 깨어난 지 오래입니다.
리디안이 평소와 다르단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이건 정말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당혹스러울 뿐입니다.
방금까지 리디안의 이가 스쳤던 부분을 매만져보면 축축하고 뜨거운 것이 느껴집니다.
깨물리고, 피를 빼앗겼다는 것을 인식하자 조금 어지러운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빠진, 동시에 목으로부터 느껴지는 선명한 고통에
7:22PM러셀 데클란 켄트:
SAN Roll
기준치: |
70/35/14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하아, 하... ... (천천히 심호흡하며 바닥에 쓰러진 리디안을 내려다보다, 주춤주춤 뒷걸음질쳐 벽난로 옆에 세워 둔 골프 우드를 손에 쥡니다) ...야, 약 했어? 며칠이나 안 보이더니. 어디 골방에서 혼자 빨고 있었던 거냐? 씨X... ... (띄엄띄엄 말을 잇다가도, 그 사이에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어지럼증에 비틀거리며 쓰러진 리디안에게 다가갑니다)
...대답해. (더 없이 긴장한 나머지 후들거리는 다리가 자꾸만 꺾이자, 리디안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의 멱살을 잡습니다) 대답하라고!!!
7:28PM리디안 k. 엔데:(기쁨에 취한 얼굴이지만, 눈에서 후회가 스칩니다. 러셀의 얼굴을 마주하자, 고통은 더욱 심해져. 숨을 몰아쉬며 제 멱살을 쥔 러셀의 손 위에 제 손을 얹고는) 하아.. 헉, 윽... 미안합니다. 치세요. 그냥. 화가 풀릴 때까지..
7:53PM러셀 데클란 켄트:...이, X같은 새끼... (혐오가 가득 찬 눈빛으로 리디안을 뚫어져라 응시하고는) 가지고 놀기 좋았지? 이제 더 이상, 네가 원하는 대로는 안 해줄 거거든. 널...지금 아무리 패도 안 풀려. 이 X새끼야. (힘이 빠진 손아귀 사이의 우드 클럽이 이내 바닥에 떨어져 구릅니다) ...왜 그랬는지 제대로 대답이나 해.
7:56PM리디안 k. 엔데:...글쎄요. 갑자기 참을 수가 없어져서요. (말을 하다 말고 기침을 하기 일쑤입니다) 생각나는 사람이 당신뿐이었습니다. (힘없이 손을 툭 떨굽니다)
몇 번의 섬광이 하늘에 스치고, 저 멀리 창밖에 쏟아지는 장마의 빗줄기가 눈에 들어옵니다.
당신의 몸을 감싸오는 미지근한 온기. 당신은 보았습니다.
또 다른 리디안의 형체가 당신을 무미건조하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다시 어둠이 찾아온 하늘 아래에는, 무수한 빗줄기만이 남아 있을 뿐.
7:58PM러셀 데클란 켄트:
SAN Roll
기준치: |
69/34/13 |
굴림: |
6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 (분명 창밖에 뚜렷하게 나타났던 리디안의 실루엣에 할 말을 잃어버립니다) ...이게... 뭐야. 악몽인가? ...이딴 게?
(쓰러진 리디안의 멱살을 서서히 놓고는, 한 걸음씩 벽 한 면을 차지한 커다란 창문으로 다가갑니다)
관찰력
기준치: |
80/40/16 |
굴림: |
4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창밖의 인영은 리디안과 닮아 있지만, 어쩐지 리디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스스로의 생각에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역시 누군가 리디안을 흉내내는 것처럼 어색해보입니다.
8:04PM리디안 k. 엔데:.... (멍하니 피와 식은땀으로 얼룩진 손을 바라보다, 곧 쿨럭거리며 쓰러집니다)
창밖의 리디안은 도망치듯 당신의 시야를 벗어납니다.
난처하지만 또 한 번 무색무취의 표정을 하면서.
8:04PM러셀 데클란 켄트:
지능
기준치: |
50/25/10 |
굴림: |
2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바깥의 리디안이 완전히 별개의 인간, 모르는 사람이라면……
지금 당신 곁의 리디안은 어찌된 상황이며, 밖을 돌아다니고 있는 그는 어떤 이유로 존재하는 것일까요.
쓰러져 있는 리디안을 대신해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건 당신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8:08PM러셀 데클란 켄트:... ... (바닥에 쓰러진 리디안을 곁눈질로 바라보고는, 발끝으로 툭 걷어찹니다. 그 옆에 떨어진 우드 클럽을 주워 들어 다시금 창문으로 다가가 살핍니다)
조금 전까지 당신을 보고 있던 남자는 길을 따라 도망치고 있습니다.
러셀은 빗속으로 사라진 또 한 명의 리디안을 따라갈 건가요?
8:12PM러셀 데클란 켄트:... (검은 코트를 잠옷 셔츠 위에 대충 걸친 채, 우드 클럽을 들고 저 멀리 도망치는 남자를 쫓아 발걸음을 옮깁니다)
밖으로 나서자, 공기 중을 감싸는 비안개가 살갗에 닿아옵니다.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있지만, 어쩐지 맞아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은 기묘한 확신.
길거리엔 인적이 드물다 못해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자정이 지난 시각이니 그럴 만도 하지만, 집에서 보았던 리디안의 모습이 떠오르며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이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떠오릅니다.
8:16PM러셀 데클란 켄트:(아, 꿈이구나. 어깨를 적시는 빗줄기의 감촉에 어쩐지 비현실적인 감각이 들어, 우드 클럽을 바닥에 끌며 낮게 뇌까립니다) ...나와. 리디안. (아무런 인적도 없는 길거리를 뒤지듯이 헤맵니다)
조금 헤매고 나니, 러셀의 눈에 리디안의 모습이 들어옵니다.
그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그저 천천히 걷고 있습니다.
8:18PM러셀 데클란 켄트:...야! (천천히 걷는 리디안의 등 뒤로 달려가 그의 어깨를 붙듭니다)
어깨를 붙잡으니, 돌아선 리디안은 무표정하게 러셀을 바라봅니다.
돌려세운 리디안은 아까 전, 창밖으로 보았을 때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얼굴은 분명 그의 모습이지만 팔다리는 비쩍 마른 짐승의 뼈대로 변해 있고
손가락과 발가락의 마디마다 족쇄처럼 끼워진 광석의 고리들이 비안개에 싸인 그의 모습을 한결 기괴하게 만듭니다.
더불어 얼굴 또한 조금씩 녹아내리는 것처럼 뭉개지고,
더 이상 리디안의 모습을 갖지 않은, 기괴한 몰골의… ‘인간’은
비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그를 확인한 끝에, 러셀은 홀린 듯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8:21PM러셀 데클란 켄트:
정신
기준치: |
70/35/14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몽롱하고 불쾌한 감각 속에서 당신이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방금 당신이 마주친 것은 절대, 당신과 같은 ‘인간’이 아니란 사실 뿐입니다.
8:21PM러셀 데클란 켄트:
SAN Roll
기준치: |
68/34/13 |
굴림: |
3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멍하니 돌아온 집은 어쩐지 바깥보다 더운 것 같습니다.
무엇과 만나, 무엇에게 말을 걸고, 무엇에게 리디안의 이름을 부르고…
혼미한 기억 사이로 분명히 느껴지는 것은, 이 집 안의 초침이 연속해서 흘러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방으로 돌아가자 나가기 전과 그대로 쓰러져 있는 리디안을 발견합니다.
8:25PM러셀 데클란 켄트:... (빗속에서 목격했던 기괴한 형체를 되짚기도 잠시, 자꾸만 올라오는 헛구역질에 미간을 좁히고는) ...씨X. ... (방문을 열고 천천히 바닥에 쓰러진 리디안에게 다가갑니다) 야. 일어나.
리디안은 미동하지 않습니다. 다만, 간헐적으로 숨을 내뱉을 뿐입니다.
8:29PM러셀 데클란 켄트:... ... (괜히 본가 소속 메이드를 불렀다가 오해를 살 만한 장면은 보여주고 싶지 않으니...리디안의 멱살을 잡고 일으킨 다음 뺨을 몇 대 쳐봅니다) 눈 뜨라고.
가늘게 눈을 뜬 리디안은, 숨쉬는 것이 고작인듯 몽롱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8:31PM리디안 k. 엔데:....데클란. (작게 앓는 소리를 내었다가도 흐린 눈을 들어 러셀을 바라봅니다. 바래 마지않던 순간이 코앞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괜찮습니까? 피가 계속 납니다.
8:34PM러셀 데클란 켄트:괜찮냐고? (순간 이성의 끈을 놓을 뻔한 듯 되묻습니다) 설마... 너, 기억 못하는 건 아니겠지? (금세 험악해진 얼굴로 중얼거립니다)
8:35PM리디안 k. 엔데:기억... (잠깐이나마 숨이 멎었다가) 하고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꺼질 듯한 눈으로 천장을 응시합니다) 나는, 정말 어디에도 쓸모가 없군요. 당신에게 폐를 끼친 건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일주일 전쯤.... (잠시 숨을 헐떡이다) ...부터 아프기 시작하더군요. 이상하게도 피를 먹으면 모두 괜찮아질 것 같았습니다. 그런 생각이 자꾸 들었는데.
8:38PM러셀 데클란 켄트:... ... (리디안의 멱살을 쥔 손이 미세하게 떨립니다) 피? 네가 무슨 B급 영화에 나오는 뱀파이어냐? 바깥의 저 새끼는 대체 뭐야? 너... 알고 있지? 네 행세를 하는 미친 괴물 새끼가 나돌아다니고 있다고.
8:41PM리디안 k. 엔데:몰라요. 모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흐리멍덩한 눈으로 러셀을 바라봅니다) ....정신을 잃고, 깨어나는 동안 정말, 생각나는 사람이 당신뿐이었습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8:45PM러셀 데클란 켄트:... (자꾸만 눈가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대충 넘겨짚고는) ... 됐어. 존X 짜증나지만, 똑같은 말만 듣는 것도 지겨우니까. ...나도 몰라. 이건 대충, 그래. 내 꿈이겠지. 항상 거지같은 자각몽이었거든. 설마 네가 나올 줄은 몰랐지만. ...(잠시 리디안을 노려보다, 붙들고 있던 멱살을 확 놓아버립니다) 그래서, 피 좀 빨았더니 진짜로 괜찮아졌냐? 개소리 집어치우고 잠이나 자.
8:47PM리디안 k. 엔데:...아뇨. 방금 확실하게 깨달았습니다. 피를 먹으면 나아질 것 같았는데. 그대로군요. (가늘게 숨을 몰아쉽니다) 젠장. 고통엔 무뎌졌다고 생각했습니다.
.... (남은 힘을 짜내 러셀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꿈이 아닙니다. 데클란. ....나쁜 경험을 하게 해서 미안합니다. 그리고 당신을 혼자 두게 돼서, 미안합니다.
......릴리아. (숨을 내뱉듯 옅게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중얼거리고는 눈을 감습니다)
8:51PM러셀 데클란 켄트:...하? (눈을 크게 뜨고 그의 팔을 비틀어 잡습니다) 야, 일어나.
꿈이 아니라고? ...이 또라이가, 뭔 소리인지 설명은 해 주고 뒈지던가 해...!!
이대로 두면, 그의 소원대로 영영 죽게 되겠죠.
여전히 목에 남은 고통과 상처의 흔적은 선명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남긴 건 리디안, 바로 당신의 그.
이런 말도 안 되는 선물을 받게 될 줄은 몰랐는데요.
이것이 언젠가의 애정으로부터 시작된 거라면, 시체의 얼굴로 누군가를 원망하는 일 따윈 다시 하지 않을 텐데.
8:54PM러셀 데클란 켄트:
건강
기준치: |
35/17/7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간헐적으로 당신에게 닿는 숨이 조금씩 느려지고, 그의 표정은 아픔에 가까워집니다.
당신은 다시금 그가 ‘진짜’ 리디안이라는 것을 깨닫지만, 그 사이 차가워진 체온은 어딘가 당신을 불안하게만 만듭니다.
가장된 평정, 그의 입술 틈으로 보이는 거무죽죽하고 낡은 피 또한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허물어진 그의 시선 아래로 사람의 것이 아닌 듯한 피의 빛깔이 선명하게 빛납니다.
8:55PM러셀 데클란 켄트:
SAN Roll
기준치: |
68/34/13 |
굴림: |
1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8:58PM러셀 데클란 켄트:씨X, 야, 개자식아,
리디안 엔데!! (그의 어깨를 붙들고 미친 듯이 흔들다, 문득 그의 입가에 남겨진 기이한 피의 빛깔에 시선을 둡니다)
관찰력
기준치: |
80/40/16 |
굴림: |
6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 피가 무슨 연유로 나온 것이든, 이대로 두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리디안은 얌전히 당신의 어깨죽지에 이마를 묻습니다.
당신의 열기가 자신으로부터 비롯되었음을 확인하려는 듯.
당신의 체온과 그의 체온이 한데 묶여 매듭이 되는 사이, 그는 어느 순간부터 눈을 감았습니다..
어둠과 빗소리만이 밤을 가로지을 정도의 침묵.
9:23PM러셀 데클란 켄트:... (젠장. 이런 새끼 하나 뒤진다고 내 인생에 무슨 문제가 있다고. ...이딴, 말도 안 들어처먹고 제멋대로에 귀찮게 구는 자식 따위. 쿵쿵대며 점차 빨라지는 심장 박동과 함께, 품에 쓰러진 그의 차가운 피부가 낯설지 않게 느껴집니다. ...아, 스멀스멀 올라오는 이 감정은, 옛날에 본가 저택 뒤뜰에 깊숙이 묻어 영영 버렸던 것과 깊게 닮아 있어서. 가까운 이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 줄곧 함께였는데 홀로 남겨지는 외로움, 그리고... ...)
...안 돼, (이미 이성을 잃은 시선이 이리저리 흔들리다, 곧 갈 곳을 잃은 두 손이 리디안의 뺨을 감싸쥡니다.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도저히 살아있다고는 느껴지지 않을 만큼 시린 촉감에 다시금 심장이 내려앉고는. 아드리안, 네가, 이런 식으로 내 앞에서 죽어갔다면, 나는...)
(그의 입가에 흐른, 사람의 것이 아닌 피를 핥고는 곧 고개를 숙여 깊게 입을 맞춥니다. 그의 입 안에 거무죽죽하게 고인 액체를 온전히 자신의 목에 흘려넣겠다는 듯이. 은은한 혈향과 비릿한 피의 맛에 꾹 감은 눈을 찡그리면서도, 죽어가는 이와의 기이한 입맞춤을 이어갑니다)
지난밤 그에게서, 그리고 그 날의 그에게서 느꼈던 싸늘함과는 다릅니다.
9:27PM리디안 k. 엔데:데클란.. 왜. (짧은 의문을 뒤로하고서, 입안에 맴도는 비릿한 혈향에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익숙한 감각을 느낍니다)
.... 당신이 나를 도왔으니까, 이젠 내가 당신을 도울 차례겠군.
9:32PM러셀 데클란 켄트:... ... 하아, ... (리디안의 뒤통수를 붙든 채로 매달리다, 그의 목소리에 흐릿했던 정신이 점차 또렷해집니다) ...넌, 진짜, X같은 새끼야...
9:33PM리디안 k. 엔데:....압니다. (셔츠의 단추를 풀고는, 러셀의 입술을 제게로 맞닿게 합니다. 흐릿해져가는 고통을 알기에, 이번에야 말로 세상을 뜰 수 있는
기회 를 다시금 놓치게 한 제 고용주에게 보답하기 위해.)
익숙하고도, 애달픈 손길에 어떻게 태연한 척을 할 수 있을까요.
모든 피부의 열감이 그에게로 향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창백한, 아니, 더는 창백하지 않은 그의 손가락에 당신의 손가락을 얽으며…
우리는 지난밤 지나가던 장맛비를 다시금 회상합니다.
그리고 고합니다, 다시 맞닿은 그의 품 너머로 물웅덩이를 밟고 있는 당신 자신의 모습.
그것이 어딘가 지난밤의 리디안과도 비슷하다는 것을.
END 4 때때로 얽힌 것들에게 기대고 마는 네 애처로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