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NIGHT DRIVER
원본 시나리오 posty.pe/3g62uu
KPC 마엘 르루
PC 루크 제너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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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처럼, 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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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DNIGHT DRIVER
W. 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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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똑, 똑.
수액이 규칙적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모두가 잠든 새벽,
즐비한 의료장치들의 균일한 백색소음과 스스로의 숨소리 사이에서.
오로지 당신만이 눈을 뜨고 있습니다.
건강 판정
7:04PM루크 제너시스:
…! 순간 가열찬 흉통이 엄습합니다.
벼린 날이었다가, 무딘 손톱이었다가,
갈가리 찢는 감각이 가슴을 한바탕 헤집고 지나갑니다.
그 잠깐 새에 온몸에 식은땀이 배어납니다.
...
푹신한 베개며 담요 속, 꼭 스스로의 무게만큼 깊이 묻힌 채.
끝과 시작, 삶과 죽음 따위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시야 언저리에 마엘이 두고 간 수국 화분들이 걸립니다.
그 지옥 같았던 숲 속 별장에서 간신히 빠져나갔을 때는 그저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손바닥에 나 있던 직선의 흉터가 사그라든지 수개월도 지나지 않아,
퇴근하던 중 길가에서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졌던 기억이 납니다.
삶의 필름을 소진하며 허약해진 몸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처음 병상에 누운 날, 마엘이 자그마한 화분을 내밀며 하던 말이 떠오릅니다.
이 꽃이 지고 씨를 맺거든,
그것들을 받아 새로운 화분에 틔우고, 틔우고.
또 틔워 주겠다는 둥...
애써 웃으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하던 낯이 눈에 선합니다.
그간 병원만 세 차례 옮긴 끝에 이곳까지 도달했습니다.
어느덧 4대 째의 꽃잎이,
반쯤 열린 창문으로부터 드나드는 미풍에 부드럽게 흔들립니다.
상념 사이로 흐르는 초침 소리를 무심히 가늠하고 있을 즈음...
...
협탁에 올려 둔 휴대폰이 별안간 울려대기 시작합니다.
마엘의 이름이 적힌 화면이, 느리게 점멸합니다.
이런 시간에 무슨 일일까요.
7:11PM루크 제너시스:음? (화면에 적힌 이름을 잠시 바라보다 손을 들어 연락을 받습니다. 이런 시간에 전화할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나?)
7:12PM마엘 르루:(잠시 뜸을 들였는지, 곧 핸드폰 너머로 밝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선배! 깨어 있었어요?
7:14PM루크 제너시스:응, 딱히 잠이 오지 않아서... (들려오는 밝은 목소리에 살짝 웃음을 흘립니다) 그건 그렇고. 뭔가 볼 일이라도 있어? 이런 시간에 연락이라니 드물잖아.
7:15PM마엘 르루:...실은, 지금 병원 앞이거든요. 잠깐 나와줄 수 있어요?
그의 말에 고개를 돌려 창문 너머로 하늘을 바라보면,
지금은 해가 진 것보다는... 동이 트는 것이 가까울 새벽입니다.
7:18PM루크 제너시스:...이런 시간에? (의아하게 하늘을 바라보다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냅니다) 나갈 수는 있지만 말이야.
7:20PM마엘 르루:그래서, 선배가 이 시간에 깨어 있을 줄은 몰랐어요. 다들 자고 있는 것 같으니까... 들키지 않게 조심해서 내려와요.
반신반의하며 창가를 내려다보니,
과연 어떤 인영이 정문 즈음에서 두리번거리며 서 있습니다.
어서 마중을 나가보도록 할까요.
7:23PM루크 제너시스:깨어 있을 줄 몰랐다면서 병원 앞까지 왔어? 내가 진짜 자고 있었으면 어쩌려고. 창 밖이나 구경하고 있길 잘했네. 응, 금방 나갈게. (가벼운 외투를 걸치곤 조용히 병실을 빠져나갑니다.)
7:25PM마엘 르루:기다리고 있을게요. (작게 속삭이는 듯한 소리와 함께, 곧 통화가 끊깁니다)
얇은 잠옷 위로 외투를 걸치고,
늘 신던 샌들을 아무렇게나 구겨 신고,
졸고 있는 경비원을 지나쳐 한달음에 내려갑니다.
평소에도 마엘은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병원을 찾곤 했었죠.
하지만, 이번 방문은 거의 몇 주는 지난 것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먼저 연락도 없이 달려오다니.
사소한 걱정들과 의아함을 늘어놓고 있자면,
곧 그가 다가와 멋쩍게 미소짓습니다.
한편으론 바짝 긴장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머잖아, 그 입이 눈에 익은 궤적을 그리며 사뭇 조심스레 여닫힙니다.
7:28PM마엘 르루:...멋진 시간을 선물하고 싶어요. 잠시 드라이브 안 갈래요?
7:30PM루크 제너시스:...음, 드라이브? (잠시 고민을 하는 듯 입을 다물다가) 약간 일탈을 하는 기분인데... 가까운 곳이야?
7:33PM마엘 르루:선배, 계속 병원 안에서만 지내느라 갑갑했잖아요. 조금은 새벽 공기를 쐬어도 괜찮을 거고.
그의 시선 끝에 검은색의 고급 승용차가 맺힙니다.
분명 이 병원으로 옮긴 뒤, 그가 운전면허를 땄다며 어색하게 웃는 모습을 봤었죠.
이 곳이 런던 외진 곳에 있어 대중교통으론 쉽게 올 수 없었다던 말이 묘하게 떠오릅니다.
검은 차체, 짙게 선팅된 차창 위로 별들이 점점이 비칩니다.
팔에 매인 링거 줄이 한 번, 바람에 나부끼면.
공백을 더듬어 메우는 밤공기가 달고 찹니다.
어차피 기분도 뒤숭숭하고, 잠도 오지 않던 참인데...
마치 무언가로부터의 은밀한 도피 같은,
이 순간의 분위기가 썩 나쁘지 않게 느껴집니다.
그를 따라 나서볼까요.
7:36PM루크 제너시스:...그건 그렇네.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7:39PM마엘 르루:...그래요. (그를 따라 마주 웃고는, 루크의 링거 거치대를 잡고 차 앞까지 부축합니다)
수액 팩의 후크를 손잡이에 단단히 걸어 두고 자리에 앉자, 마엘이 바짝 다가옵니다.
아무래도 안전벨트를 매주려는 것 같습니다.
방해되지 않도록 팔을 조금 들어가면서, 그 옆모습을 일방적인 시야로 바라보고 있으면...
관찰 혹은 심리학 판정
7:40PM루크 제너시스:
7:40PM마엘 르루:... ...
미미하게 열이 오른 뺨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이어 낮게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는 들떠 있는 동시에 어딘지 초조해 보이기도 합니다.
복잡해 보이는 그의 얼굴을 멍하니 들여다봄과 동시에,
엇나가던 두 사람의 시선이 순간 마주칩니다.
7:42PM마엘 르루:...아, 미, 미안해요. 그게, 안전벨트는 제대로 매야 하니까...
숨소리가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그가 나지막히 진심일지 모를 사과의 말을 읊습니다.
...
몇 번인가 달칵이는 소리가 이어진 끝에, 안전벨트가 단단히 매입니다.
아직 걱정되는지 그는 두어 번씩 안전벨트를 재차 당겨 가며 확인하고는,
이윽고 운전석으로 가 앉습니다.
차 키를 꽂고, 자신도 안전벨트를 매고,
마엘은 라디오의 전원을 켭니다.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잡음 속에서 부드럽게 흐르고,
바닥을 드러내 가는 차량용 방향제가 눈에 들어오고.
차창 밖으로는 숨죽여 엎드린 교외의 정경이 비칩니다.
어쨌거나, 아름다운 새벽이네요.
마엘이 엑셀러레이터를 눌러 밟음과 동시에 차가 출발합니다.
.
두 사람을 태운 차는 도시를 향해 달립니다.
조금 열어둔 차창의 틈새로부터 기분 좋은 세기의 바람이 불어듭니다.
코끝이 달고, 또 시리고, 어쩐지 그리운 기분이 드네요.
그간 못 다한 이야기를, 천천히 나누어 볼까요.
7:47PM마엘 르루:(운전대를 잡은 채로, 정면을 주시하다 말을 꺼냅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7:49PM루크 제너시스:(잠시 마엘을 빤...히 바라보다 창 밖을 바라봅니다) 글쎄, 나보단 네 얘기가 더 재밌을 것 같은데. 비슷한 일상의 반복이지. 그래도 나쁘지만은 않았어.
7:51PM마엘 르루: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무언가 떠올리려는 듯 미간을 조금 좁혔다가) 아, 최근에 작곡 일을 받았는데, 글쎄. 동요를 만들어 달라지 뭐예요. 어린 애들이나 부르는 건 딱 질색인데... ...
7:54PM루크 제너시스:동요? 하긴... 네가 동요 작업을 할 스타일은 아니긴 하지. (살풋 웃어보이곤) 네가 하기 싫은 일이라면 굳이 받지 않아도 괜찮지만. 나름 동요도 의미가 있잖아. 어린이들을 위한 곡을 만드는게 어른들이 즐길 곡보다는 어려울걸. 글도 마찬가지니까...
7:57PM마엘 르루:어린 애들 생각은 전혀 이해 못하겠어요. (작게 고개를 흔들고는) 그 녀석은 잘 지내겠죠? 그 있잖아요, 선배한테 계속 새벽에도 연락하던 꼬마애... 덕분에 놀이공원에도 끌려가고 정말 즐거웠었는데.
8:01PM루크 제너시스:뭐~ 그 나이 때는 호기심도, 상상력도 우리 어른들보단 뛰어날테니까. 앗... 너는 좀 다르려나? (장난스레 덧붙이곤) 캐시? 그때는 정말 당황스럽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하니까. 아마 잘 지내고 있을걸? 막무가내로 도와달라고 했었지만 말야. 즐겁긴 했다니까 그건 또 다행이네.
8:07PM마엘 르루:저도 나름 평범한 아이였거든요. ...아마도요. 그냥, 또래 애들이 따분해서 견딜 수 없었던 거죠. (조금 부루퉁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다) 그 꼬마애 친구 녀석, 다니엘이었던가. 거기서 혼쭐을 냈어야 했는데... 네. 그래도 그 때 주셨던 엄청 큰 강아지 인형, 푹신해서 베고 자기 괜찮아요. (사실 즐거웠다는 건 조금 비꼰 거지만, 루크의 대답에 말을 흐리고는) ...강아지 인형에 대한 동요로 할까... ...
8:11PM루크 제너시스:하하, 알아, 알아. 으음~ 네가 남들보다 조금 특별했다고 생각해보면 어때. (창 밖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마엘을 바라본다) 혼쭐을 내기엔... 이미 많이 반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던가? 아무렴, 일단... 큰 피해는 없었지? 그러니까. 그 강아지 인형도 네가 베고 자줘서 행복해하고 있을걸. (숨겨진 뜻을 조금 알 것 같긴 하지만... 모르는 척 그저 웃습니다) 나쁘지 않지. 사실 네가 작곡한다면 뭐든 좋을 것 같지만 말이야.
8:17PM마엘 르루:특별~... ...저 놀리는 거죠? (뚱하게 말하면서도,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가 걸린 채로 대꾸합니다) 그래요. 특별하다고 치죠. 으음... 피해라고 한다면, 선배가 더 많이 입었던 것 같으니까. 글쎄요, 저한테 눌려서 납작해진 인형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잘 모르겠는데. (옆에서 시선이 느껴지자, 곁눈질로 루크를 힐끔 보고는 다시 앞을 바라봅니다) ...그래요. 선배가 그렇게 말한다면 해 보죠.
8:23PM루크 제너시스:왜 놀렸다고 생각하지? 솔직하게 답변했을 뿐이야. (입가에 걸린 웃음을 굳이 지우지 않은 채로 대답합니다) ...뭐, 나야. 그런 문자들은 조금 곤란하긴 했어도... 큰 일이 벌어졌던건 아니니까 괜찮았다고 생각해. 이렇게 추억처럼 이야기 할 수 있으니까. 어쩌면 조금 재밌었을지도 모르지. 인형이 할 일을 다 하고 있으니까 좋아해줄 수도 있는거 아냐? 관리만 잘해주면... 음, 너라면 그런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할 것 같긴 하지만.
8:30PM마엘 르루:...역시 선배의 솔직함에는 적응이 안 되네요. 전 그런 성격이 못 되어서요. 옛날에는 그냥 평범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몇 번 하긴 했어요. 뭐, 다 지난 이야기지만요. (가만히 등을 의자에 기대 앉고고) 그래요, 뭐... 인형이 살아 있는 것도 아니니까. 멋대로 생각해버리면 되는 거겠죠. 관리는... ... (잠시 침묵합니다. 방 안에 쌓인 수많은 인스턴트 쓰레기들과 소파 위에 너저분한 옷가지들...) ...잘 하고 있으니까요.
8:37PM루크 제너시스:... ...특별한 사람들은 조금 피곤할 때가 많긴 할테니까. 시야가 다르다고들 하던가? 물론 네가 지금, 현재에 만족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밀이야. 과거는 지난 이야기긴 하지. (이어지는 침묵에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 ...근데 왜 중간에 뜸을 들이고 그래? 의심하고 싶게... 농담이지만.
8:46PM마엘 르루:지금은 평범한 바보가 되느니, 그냥 이대로가 좋아요. (꽤나 단호한 어투로 대꾸하고는) ...무, 물론 잘 하고 있죠. 선배 없이도 나름 관리 잘 하고 있어요. 집도 얼추 깨끗하고, 운동도 하고, 요리도, 나름 해 먹고... (냉장고에 수북하게 쌓인 냉동 식품들을 애써 머릿속에서 지워버립니다. ...데우는 것도 나름 요리지 않나.)
8:53PM루크 제너시스:평범한 바보들이 들으면 조금 곡소리 내겠는걸, 너무하다고. (장난스레 대꾸하곤 이어진 말에 눈을 조금 가늘게 뜨다... 고개를 끄덕입니다) 조금 더듬었던게 못 미덥긴 하지만... 일단 믿어볼게. 건강하게 살면 좋잖아.
9:03PM마엘 르루:아, 물론 평범한 바보는 선배 얘기가 아니니까요! (조금 당황한 듯 잠시 시선을 돌려 눈을 가늘게 뜬 루크를 쳐다보고는) 그냥, 그러니까... 아무튼 아니에요. (단숨에 말을 돌립니다) ...믿어도 좋아요.
병상에 홀로 앉아 심심해 보이는 당신을 위해 마엘이 책을 몇 권 가져다주곤 했었죠.
몇 주 전, 아마 마지막 방문 때 가져온 소설책의 이야기 같습니다.
지능 판정
9:03PM루크 제너시스:
당신은 그 책이 미국 소설가가 쓴 유명한 SF 소설이었음을 기억해냅니다.
하지만 중요한 부분에서 미처 다 읽지 못하고 그만 졸아버렸었네요.
9:09PM루크 제너시스:알아, 알아. 네가 굳이 피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옆에 달고 다닐리도 없는걸. 그냥 해본 말이니까 너무 신경쓰지마. (눈을 깜박이곤) ...응, 당연히 믿지.
9:16PM마엘 르루:(고개를 살짝 숙인 채, 갈라진 머리카락 사이로 물든 새벽 밤하늘에 멍하니 시선을 둡니다) ...알아요. 요즘 많이 피곤하겠죠. 투여하는 약 종류도 갈수록 늘어가고, 제가 병문안 와서 떠날 때까지 계속 자고 있던 선배도 몇 번 봤으니까...
9:22PM루크 제너시스:...으음~, 내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서 뭐라고 말 할 수가 없네. (볼을 긁적이다 멋쩍은 웃음을 흘립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은 하지마? 그렇게 나쁜 일만 가득한 것도 아니니까.
9:28PM마엘 르루:괜찮아요. ...그건 선배 탓이 아니잖아요. (침울한 낯빛이 찰나 스쳐 지나갔다, 곧 희미하게 웃음짓습니다) 선배, 잠꼬대도 하던데요? 푹 잘 자고 있었던 것 같으니까요.
곧 차에서 내리려던 마엘이, 고개를 돌려 한 마디 덧붙입니다.
9:29PM마엘 르루:차 안에 별 게 없긴 한데... 기다리기 심심하면 봐도 괜찮아요.
운전석의 문이 닫히고, 이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바이올린의 선율만이 당신이 남겨진 작은 공간을 잠식합니다.
9:32PM루크 제너시스:...으음, 엄청 심심한건 아니긴 하지만. (안전벨트 위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다 주변을 살펴봅니다.)
언뜻 살핀 차 안은 쓸쓸할 정도로 텅 비어 있습니다.
먼지 하나 쌓이지 않은 센터페시아의 불빛이 파랗게 반짝입니다.
시선을 내리면, 조수석 앞에 물건을 수납할 수 있게 마련된 글로브박스가 눈에 띕니다.
9:36PM루크 제너시스:멋대로 봐도 괜..찮나? (괜히 창 밖으로 시선을 한 번 주곤... 조심스레 글로브박스를 엽니다.)
눈 앞에 놓인 글로브박스를 열어 보면,
[손목시계], [사탕], [작은 상자]가 들어 있습니다.
9:37PM루크 제너시스:(우선 손목시계부터 살펴봅니다)
은색의 손목시계를 들어올리면 꽤나 가벼운 무게입니다.
이런 디자인의 시계가 시중에 있었던가요.
꼭 그 빛깔이, 다른 차원의 보석과도 같이 느껴집니다.
손목시계의 테두리엔, 숫자가 음각으로 파여 있습니다.
2023.
지능 판정
9:40PM루크 제너시스:
이 숫자는 어떤 의미였었죠. 그래요, 지금은 잊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한 때의 흐릿한 기억 속 파편이 되어 흩어졌을지도.
9:43PM루크 제너시스:(무언가 더 짚이는 것이 있었을텐데. 오늘따라 더욱 지끈거리는 머리에 이어지는 상념을 지우곤 시계를 내려놓곤)
노란빛 레몬 사탕의 알갱이가 개봉하지 않은 유리병 안에서 반짝입니다.
분명 그가 일할 때, 당이 떨어질 때마다 챙겨 먹는다고 했었죠.
금연했을 때 그에게서 주머니 한 가득 수북히 받았던 사탕이 떠올라 내심 웃음이 나옵니다.
9:46PM루크 제너시스:...하긴, 차에도 있을 법 하던가? (유리병을 잠시 매만지다 작은 상자를 살펴보기로 합니다.)
붉은 리본이 묶인 작은 상자에는 작은 종이 태그가 붙어 있습니다.
「à quelqu'un de précieux,」
9:50PM루크 제너시스:음... ... 이런건 멋대로 열어보기 조금 그런 물건인데. (누가봐도 선물인것 같고.)
파삭, 하고 입 안에서 설탕 덩어리의 막이 부서지면.
곧 새콤한 레몬사탕의 맛이 혀를 타고 잔잔히 퍼져나갑니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면, 마엘이 운전석 창문을 가볍게 두드리곤 곧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9:54PM마엘 르루:기다렸죠? (품에 한가득 쇼핑백을 안은 채, 운전석에 엉거주춤 앉고는) 새벽이라서 남아 있는 게 별로 없긴 했어요. 선배 입맛에 맞으면 좋을 텐데...
9:56PM루크 제너시스:응? 아냐, 그렇게 오래 기다리진 않았으니까. (이내 시야에 들어오는 쇼핑백에... 조금 눈을 크게 뜹니다.) 별로 없던게 아닌 것 같은데... 하하, 나야 뭐든 잘 먹으니까.
10:01PM마엘 르루:(작은 요크셔 푸딩과 세인즈버리 쿠키, 하리보 젤리, 와플 과자... ... 부스럭거리며 하나씩 종이백에서 꺼내 놓다, 갑작스레 손을 멈춥니다) 이런. 마실 거리를 깜박했네요... 뭐라도 사올 걸 그랬나.
10:05PM루크 제너시스:(하나씩 꺼내지는 내용물에 역시 고개를 작게 흔들어 보입니다) 이게 남아 있는 게 별로 없는거면 대형 마트 수준이었겠는걸... 응? 아냐, 괜찮아. 어차피 간식거리들이니까.
10:08PM마엘 르루:(품 안의 종이백을 적당히 접어 놓고는, 글로브박스에 손을 뻗어 이내 작은 상자를 꺼내듭니다)
10:12PM루크 제너시스:(제게 내밀어진 작은 상자를 가만히 바라보다 이내 받아듭니다. 조용히 눈을 깜빡이다 환히 웃어보이곤) 고마워.
10:14PM마엘 르루:제때 드리고 싶었는데... (고개를 푹 숙였다가, 이내 고개를 두어 번 끄덕입니다) ...네. 열어봐도 돼요.
10:15PM루크 제너시스:뭣하면 오늘을 그냥 25일이라고 생각하면 되는게 아닐까? (하하, 웃음을 흘리다 조심스럽게 상자를 엽니다)
10:16PM(To GM): ...선배, 또 바보같은 말을. 그럼, 이제 곧 영원히 25일인 거겠지. 우리 둘이서...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
부드러운 벨벳 리본을 풀면, 상자의 안에는...
금색의 작은 책갈피 하나가 들어 있습니다.
당신의 눈동자를 닮은, 푸른 빛의 보석이 점점이 수놓아진 수국 모양의 책갈피가 손 안에서 반짝입니다.
10:19PM마엘 르루:오늘은 27일이잖아요. (퉁명스러웠던 말투와는 달리, 곧 고개를 들자 웃음짓는 입가가 드러납니다) ...그래요. 선배가 원한다면 25일로 할게요. 생일 축하해요, 선배.
10:22PM루크 제너시스:(눈에 들어오는 작은 책갈피를 조심스럽게 손에 쥐곤 살짝 쓸어내립니다.) 엄청 마음에 드는데, 마엘. 진심으로... 예쁘다. (그리곤 이어지는 말에 시선을 옮겨 마엘을 바라보고 웃습니다.) 축하해줘서 고마워. 간만에 밖에 나온데다가, 이런 깜짝 선물까지 받으니까 정말 생일 같네. 진짜 생일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데?
10:26PM마엘 르루:다행이네요. 고민 많이 했어요. 생일 선물 같은 건 딱히 챙겨 본 적이 없으니까... (그의 반응에 내심 기쁜 듯, 입가에 걸린 미소가 잔잔하게 이어집니다) 이렇게 조용하게 보내는 생일은 처음이겠어요, 선배. 항상 파티 같은 거 했을 것 같은데.
10:28PM루크 제너시스:응? 파티... 네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긴 했지. 그래도 그렇게 큰 느낌은 아니었어. 그냥 소소하게 가까운 지인들끼리 모여서 축하하는 자리였으니까?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며) 확실히 이번엔 병원에 있었으니까, 그냥 조용하게 넘어갔지만.
10:33PM마엘 르루:소소하게 축하하는 자리, (머릿속에선 하이틴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시끌벅적하고, 여기저기서 알코올을 들이붓고, 댄스 플로어의 전등이 꺼질 일이 없는 휘황찬란한 파티 풍경이 그려집니다) 음...아무래도 병원에서 그런 걸 하기는 힘들겠죠.
10:38PM루크 제너시스:...왜지? 난 분명 소소하다고 말 했는데 마엘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 느낌이 들어... 진짜 소소하다니까? 병원에서는 아무래도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있기 좀 그렇잖아. (말하면서도 조금 미묘...)
10:41PM마엘 르루:...그렇게까지 변명할 일인가요? (작게 터져 나온 웃음을 옷 소매로 감추고는 차의 시동을 겁니다)
다시 차체가 느릿하게 움직이고, 두 사람을 태운 차는 작은 휴게소를 빠져나갑니다.
.
정다운 새벽이네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창 밖으로 다리만 벌써 세 개째 지나쳐 왔습니다.
어둠 사이로 누군가가 강변에서 비눗방울을 붑니다.
그렇게 밖을 내다보고 있던 사이.
불현듯 딸각, 소리와 함께 마엘이 루크 쪽의 차창을 올립니다.
민첩 판정
10:44PM루크 제너시스:
불상사가 일어나기 전에, 얼른 고개를 뒤로 뺍니다.
달리는 차창 밖을 내다보면 위험하니까 주의하도록 해요.
...
백미러에 비치는 마엘의 얼굴은 아주 다른 생각에 빠져 있는 것만 같습니다.
주변 환경에 감응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듯.
버튼을 기계적으로 만지작거리는 손등 위로,
가는 힘줄이 불거졌다가 누그러지기를 반복합니다.
... ...
머잖아, 그가 다시 당신을 돌아봅니다.
10:46PM마엘 르루:선배. 있잖아요. ...저희 처음 만났을 때 기억 나요?
10:47PM루크 제너시스:응?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까먹고 있진 않으니까 기억하고 있어.
10:50PM마엘 르루:고등학생 때요. 같은 경제 동아리였잖아요. (유리창 너머로 흘러가는 가로등 빛이 옆얼굴에 스며들었다, 곧 스러집니다) 선배는 워낙... 들었던 동아리가 많긴 했지만.
10:52PM루크 제너시스:하하... 그건, 뭐, 경험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했으니까? 실제로도 나쁘지 않았고. 이런 저런 동아리를 하지 않았으면 너도 못 만났을거잖아. (살풋 웃으며 마엘을 바라봅니다.)
10:57PM마엘 르루:선배 처음 봤을 때, 조금 웃겼었는데. (말과는 달리, 웃음기 없는 어조가 허공에 잔존합니다) 동아리 회장이 하도 꼬드겨서 하는 수 없이 입부 신청서만 내고 오려고 했는데, 동아리실에서 선배를 봤어요. 선배는 몰랐죠? 그 때, 머리카락조차도 잘 안 보였어요. 하도 선배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이 많아서.
11:01PM루크 제너시스:에이... 그정도까지는 아니었을걸, 아마? 친구들이 많기는 했지만. (창가를 톡톡 두드립니다.) 나도 마엘 네가 처음 왔을 때는 신기했는 걸. 회장이 그렇게 열심히 꼬드기는 친구는 일단 내가 보기론 거의 처음이었으니까!
11:06PM마엘 르루:전 거의 유령 회원 수준이었죠. 그냥, 가끔씩 동아리 토론에나 참가하고, 평소에는 동아리실을 독서실 대용으로나 쓰고. ...룸메이트가 절 하도 괴롭혀대서 가만히 앉아 있을 곳이 없었거든요. (살짝 좁혀졌던 미간이 이내 풀어집니다)
11:09PM루크 제너시스:뭐, 그래도 상관없지 않았어? 애초에 회장이 엄청 떼 써서 들어오게 한 거였으니까. 나름대로 만족하던걸. 독서실 대용으로 쓰더라도... 뭐, 어지럽히거나 그런게 아니었으니까. 뭐든 좋은게 좋은거지.
11:15PM마엘 르루:딱히 제 일에 간섭하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나쁘진 않았어요. (작게 헛기침하곤) 그야, 운동이란 건 둘째 치고... 농구부는 인기가 많았잖아요. 전 항상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게 부담스러웠으니까. 그냥 그런 걸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신기했죠.
끼익 ㅡ!!
귀를 찢는 소리와 함께, 차가 급정거합니다.
애초에 천천히 나아가고 있던 만큼, 반동이 크진 않았으나... ...
옆을 보면, 마엘은 놀랐는지 핸들 위로 고개를 수그리고 있습니다.
관찰 판정
11:17PM루크 제너시스:
아, 고양이 한 마리가 헤드라이트 앞에 앉아 있습니다.
겁먹은 표정으로 얼마간 이쪽을 바라보더니,
곧 쏜살같이 사라집니다.
아마 그 친구 때문에 급하게 멈췄나 봅니다.
...
고개를 들어 창밖을 살피다,
다시 마엘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그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입니다.
그렇게까지 놀랄 일이었는지는 차치하고라도... ...
아니, 아무래도 영 심상치 않습니다.
어깨며 손이, 눈에 띌 정도로 심하게 떨리고 있습니다.
11:20PM루크 제너시스:...마엘? (조심스럽게 어깨에 손을 가져가 토닥입니다.) 괜찮아, 괜찮아. 저 고양이도 우리도 멀쩡하잖아?
11:23PM마엘 르루:(위로의 말이 닿지 않는 듯, 여전히 떨리는 어깨로 중얼거립니다) 선배 주변에는 항상 사람이 많았죠. 저 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지인들도, 가족들도... ...
11:29PM루크 제너시스:(무어라 말하려는 듯 벙긋거리는 입을 결국 다물고는, 조용히 토닥이기만 합니다.)
11:36PM마엘 르루:정말 하나하나 귀찮게 굴었어요, 선배는. 그 빌어먹을 병원에서 간신히 빠져나오고, 정신 차리고 보니... 꽤 오랫동안 선배랑 같이 지내고 있었더라고요. 좀 부끄럽긴 하지만, 제가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선배밖에 없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전부 제 쪽에서 연락을 끊었거든요. 우정이니 뭐니 관리하기 번거롭고, 누구든지 절 이용하려고만 들고. 하나같이 전부 짜증나기만 할 뿐이었으니까.
11:44PM루크 제너시스:... ...하하, 조금 많이 귀찮게 굴었던 건 사실이라서 부정할 수는 없네. (연신 토닥이던 손을 떼어내곤 안전벨트를 꾹 쥡니다.) ... 내가 네게 그저 짜증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다행이고, 또 고맙게 생각해. 솔직히 짜증을 내도 어쩔 수 없겠구나. 라고 생각하던 때도 많았으니까. ...어쩔 수 없지~라고 넘길 문제들이 아닐 때가 많았던 것도 같지만.
11:53PM마엘 르루:(그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다, 다시 횡설수설하듯 말을 잇습니다) ... 어느 날은, 거리가 발목까지 잠길 정도로 비가 세차게 와서 도통 딜리버리가 도착을 안 하더라고요. 하는 수 없이 직접 장을 봐오려고 우산 하나 들고 밖으로 나갔는데... 빗속에서 선배 뒷모습이 보였어요. 이런 폭풍우 속에, 외투도 안 걸치고 태평하게 비를 맞으며 저희 집 주변을 돌아다닌다니, 말도 안 되잖아요. 그야, 선배는 병원에 있을 테니까. ...그런데도 쫓아갔어요. 혹시 모르니까. 혹시라도 건강해져서 저 몰래 퇴원한 선배일지도 모르니까... ...
12:01AM루크 제너시스:(묵묵히 이야기를 듣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런 것 뿐이니까.) ... 그랬던 적도 있었구나. 그건, 뭘까... 확실한 건 네가 미쳐버린 게 아니라는 점과, 날 그렇게까지 걱정해줘서 정말 고맙다는 말을 네게 해야겠다는 점이겠네.
12:09AM마엘 르루:...그래요. 여기까지 견디는 것도 많이 힘들었어요. 마음 같아선 매일같이 병문안을 가고 싶었어요. 아니, 그냥 옆 병실이라도 빌려서 언제나 같이 있고 싶었어요. 조금이라도, 초가 타들어가듯이 점차 짧아지는 선배의 나날에 함께할 수 있도록. 안그래도 한 번 병상을 딛고 일어난 사람인데, 그 X같은 별장에서 빠져나오고 얼마 안 있어서... 다시 쓰러져서 입원해버렸잖아요. ...이젠 모든 게 제 탓처럼 느껴져요. 선배가 아무리 제 탓이 아니라고 해도, 조금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해도. 제게 어떤 말을 건네도. 변함 없을 거예요. 정말... ...(핸들에서 떼어낸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는)
12:17AM루크 제너시스:... ...있잖아, 마엘. 나는 정말로 너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던가, 원망스럽다던가, 그런 생각들은 하지 않아. 병상에 누워있기만 하는게 아쉽지 않다고 하기는 무리지만. 그렇다고 해도... 막, 괴로워서 몸부림치고 싶다거나, 그런게 아니니까. 이 모든게 네 탓이라면... 더 나아가서 너를 그날 그 병원에 불렀던 것이 우리의 시작이니까. 그냥 내 탓인거야.
12:22AM마엘 르루:그런... ... 그런 건, ...역시 싫어요.
12:24AM마엘 르루:...누구보다도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좋아해요.
12:43AM루크 제너시스:... ...그래? 그건, 역시 다행이다.
12:43AM루크 제너시스:나도 널 좋아해도 괜찮아?
1:01AM마엘 르루:... ... (미처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는지, 멍청하게 그저, 자신의 손등 위에 겹쳐진 루크의 손의 멀거니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들어 미소짓는 루크를 하염없이 응시합니다. 그저, 마음 한구석 깊이 숨기고 있던 감정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개운했을 텐데. 끝없이 두근대며 빨라지는 심장 박동과, 차창 사이로 스며드는 따스한 한 줄기 빛. 그리고, 언제까지나 보고 싶은, 보고 싶었던 당신.)
1:09AM루크 제너시스:... ... (자신을 그저 바라보는 모습에 겹쳐진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어 잡습니다. 언제까지 허락될 시간인지, 자신은 알 수 없지만.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허락되었을테니까요. 찰나의 순간이 기억 속에서만큼은 영원이 될 수 있도록.)
1:21AM마엘 르루:(잡힌 손의 홧홧함에 금세 귀 끝까지 새빨개진 채로, 하지만 언제나와는 달리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루크의 푸른빛 눈동자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잊을 정도로 조금은 평범한 바보같이 되어버린 기분으로 바라봅니다)
1:27AM루크 제너시스:우리 둘 다 이 순간이 제일 행복하다면, 지금이야말로 영원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좋지 않을까? 나는 그러고 싶어. 눈을 깜빡이면 지나가는게 찰나라지만... (마엘의 모습을 조용히 눈에 담습니다. 잊혀지지 않는 기억은 찰나가 아닐테니까. 추억이라는 것이 그렇듯이요.) ...그게 지금은 아니잖아, 그렇지?
1:28AM(To GM): 영원은, 곧 가질 수 있어요. 걱정 말아요. 이 순간은 찰나 같은 게 아닐 테니까.
1:37AM마엘 르루:영원, 이란 게 이런 거라면... ...나쁘지 않네요. (잠시 머뭇거리다, 곧 고개를 들면 엉망이 된 머리카락 사이로 짙은 회색빛 눈동자가 빛을 머금어 일렁입니다. 지금껏 생각하지도 못한, 맞닿은 이마에서 따스함이 느껴질 정도로 근접한 거리에 숨을 쉬는 법도 잊어버릴 것만 같습니다. 천천히 손을 뻗어 그의 뺨을 느릿하게 쓸고, 눈을 감자 어둠 속에서 그의 온기만이 따스히 전해져옵니다. 갑작스러운 첫 키스는 영 자신이 없지만, 그래도. 그에게는 이런 어리숙한 모습마저도 보여줄 수 있으니까. 곧 입술이 부드럽게 맞닿고, 잠시 시간이 멈춘 듯 가만히 그의 뺨을 그러쥐고 있다가, 그대로 입술을 떼고는 한층 더 붉어진 얼굴로 속삭입니다) ...괜찮았어요?
1:43AM루크 제너시스:... ...그렇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순간을 영원 삼으며 추억하기로 하자. 마주한 고개 사이로 비치는 회색빛 눈동자를 굳게 마주합니다. 제 뺨을 쓰는 손길에 조용히 눈을 감고, 등을 토닥이던 손을 올려 어깨를 약하게 그러쥡니다. 잠시 시간이 지나고, 맞닿었던 입술이 떨어지면...)
1:50AM마엘 르루:...그게 뭐예요, 선배... ... (실소를 터뜨리며 웃다, 곧 울 것 같은 얼굴을 하다가. 눈가를 가볍게 누르며 이내 미소짓습니다) ...상상 이상으로 좋았어요. 조금 간지럽기도 했고요.
1:55AM루크 제너시스:(조심스럽게 뻗은 손으로 뺨을 쓸어줍니다) ...후한 평가네. 나도 네가 느낀 것만큼, 어쩌면 그것보다 더... 좋았어.
1:57AM(To GM): 사랑해요. 루크. ...언제까지나 이렇게 지내요. 이렇게, 둘이서... ...영원토록.
...
영겁과도 같았던 시간이 흐르고,
당신에게서 천천히 떨어져 매무새를 가다듬은 마엘은 다시 엑셀에 발을 얹습니다.
느릿하게 굴러가는 바퀴의 진동을 느끼며 서서히 차체가 앞으로 전진합니다.
똑, 똑, 똑.
차창에 파문을 그리며 추락하던 물방울이 점차 굵어지는가 싶더니,
금세 차창 전체를 감싼 수막이 되어 흘러내립니다.
가만 귀를 기울이고 있자니…
듣기 판정
1:59AM루크 제너시스:
잔잔히 허공을 메우는 백색소음에.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주위를 둘러싼 공기가 폭신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졸음이 밀려드는 사이에, 아주 가까이서...
조그맣게 흐느끼는 소리가 섞여든 것만 같습니다.
...
그리 오래지 않아, 다시 눈을 뜨면.
귓가를 수놓는 빗소리가 천천히 잦아듭니다.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 사이, 깜박 잠에 들었나 봐요.
여전한 새벽입니다.
.
...
지나쳐 온 다리는 어느덧, 여덟 개가 되어갑니다.
삶과 죽음.
그 언저리를 헤매는 당신의 외로운 사색과 이지러진 욕망들을 동력으로,
엔진은 역한 날숨을 토하고 두 사람은 나아갑니다.
조요한 새벽의 지평선과 부드럽게 얼룩진 소실점이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어요.
마치 아득한 미래처럼. 이루지 못한 약속처럼. 또는 어떤 가능성처럼.
선형적으로, 아니 비선형적으로…
...
도시 속.
덩그러니 빈 도로는 마치 이계로의 문턱처럼 이질적으로 느껴집니다.
마엘은 아주 천천히 속도를 줄인 끝에 차를 멈춰 세웁니다.
저 너머로 동이 터 오는데 세상은 놀랍도록 적막합니다.
숨소리만이 아주 크게 들린다는 착각을 자연히 일으킵니다.
마치 두 사람만이 빈 우주에 버려진 것처럼,
... ...
핸들에 한 손을 얹은 마엘은 한참이나 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몇 번인가 달싹이던 입 사이로 힘겹게 소리를 얻고 나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2:08AM마엘 르루:루크... ...전 이대로, 당신을 잃고 싶지 않아요.
2:11AM루크 제너시스:(멍하니 동이 터 오는 모습을 바라보다, 들려오는 마엘의 목소리에 시선을 돌립니다.)
2:13AM마엘 르루:그래요. 그런 소설 같은 이야기를 현실에 대입해 봐도, 지루하기 짝이 없어요. 기적을 바라는 사람은 많고, 그 간절하고 덧없는 소원이 이뤄진 사람은 없다시피하잖아요? 흔한 세월과, 흔한 마음으로 굳히고 빚은 것. 하지만... 누구나 그런 위안을 필요로 하는 날이 있으니까요. (핸들에서 손을 떼어 놓고는, 속삭이듯이 중얼거립니다) ...저한테도 그랬어요.
2:17AM루크 제너시스:(눈을 깜빡입니다.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 몸 상태, 나날이 늘어나는 약물들과 병원 속에서 보내는 고요한 시간들. 그런 시간들 속에 어쩌면 자신또한 그러한 기적을 바래왔을지도 모르겠지만.)
2:20AM마엘 르루:(그의 말에 가만히, 동이 터 오는 하늘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햇빛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이는 당신의 모습도 탐욕스럽게 두 눈에 담은 채.) 간단히 말하자면, 끝나지 않는 드라이브... 라고 할까요.
2:22AM루크 제너시스:... ...으음, 어, 그러니까. 네가 이런 걸로 농담을 하지 않는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완벽하게 닫힌 시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건...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애써 굴려봅니다. 영원을 가질 수 있다고 했던가요.)
2:26AM마엘 르루:(사뭇 진지하게. 그저 당신에게 얽매인 두 눈을 조용히 내리깔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단 둘이... ...영원히 배고프지도, 목마르지도 않겠죠.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라면 질릴 때까지 나눌 수 있어요. 핏기가 도는 따뜻한 살과 숨과 목소리, 영원한 젊음, 그리고 영원한 생명과 함께...
2:32AM루크 제너시스:... ... (이어진 말에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습니다. 이 순간만이 계속되는 영원... 생각해보지 않은 일입니다. 삶은 유한하기에 추억을 새기고, 순간에 매달리며...)
2:38AM마엘 르루:미안해요. 설명하기가 좀 어려운 일이라서. 영원을 얻는다는 건, 우리가 살아가는 차원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잖아요? (하염없이 떨리는 목소리로, 곧 손을 뻗어 당신의 손 위에 겹쳐 깍지 끼듯이 붙잡습니다. 마치, 이대로 놓고 싶지 않다는 듯이.)
2:53AM루크 제너시스:그야... 그렇긴 하지. 우리가 살아가는 차원에서 정말 영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그야말로 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제 손을 붙잡는 손길에 괜찮다는 듯 다른 손으로 토닥입니다.)
2:53AM루크 제너시스:그러니까, 나는, 너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들이 행복해. 그러니까 틀림없이 영원을 함께한다 해도 행복하겠지. 그렇지만... 이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건 너와 함께할 미래야. 내 생이 이 현실 속에서 언제까지 메여있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 불어오는 바람에 흐려지거나, 결국에는 꺼져버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지금 너와 함께하고 있잖아.
3:10AM마엘 르루:...루크... ... (꼭 쥔 손 위로, 눈물 방울이 하나 둘 씩 뚝뚝 떨어져 손등을 타고 흐릅니다)
3:20AM루크 제너시스:(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손을 뻗어 닦아줍니다. 지금 너를 이렇게 울리는 내가... 자격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3:34AM마엘 르루:전 욕심이 많으니까, ...당신에게 남은 시간을 준다면 감사히 받을게요. 당신의 미래는 제가 오롯이 독점할 거예요. 역시, 옆 병실은 그냥 빌려야겠어요. 집에서 병원까지 가는 시간이 아까우니까... ... (농담조로 선전포고를 한 뒤, 눈물이 고인 눈매로 희미하게 웃습니다. 비록 언젠가 찾아올 이별이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롭다고 해도, 적어도, 당신 앞에서는 웃는 낯을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미소를 건넵니다. 품에 안으면 스러질 것만 같은, 덧없이 소중한 이에게. )
...
쓰게 웃으며 당신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마엘은.
곧 액셀을 밟고, 핸들을 돌리고.
아무도 없는 다리 위를 되짚어 달립니다.
그가 겨우 손에 넣은 한 줌의 기적을 이다지도 쉽게 저버리는 건,
그토록 사랑받는 당신의 선택이 있었으니까.
어느덧 고개를 내민 해는 다정히도 세상을 깨우고 오늘의 길을 밝힙니다.
두 사람을 태운 차는 빛과 그림자가 뒤섞인 어귀를 숱하게 지나쳐,
이윽고 최초의 풍경에 이르렀습니다.
어느새 끊어진 오케스트라의 선율에 미온한 적막이 흐르고,
바닥을 드러내 가는 차량용 방향제가 눈에 들어오고,
밖으로는 굼뜨게 고개를 드는 교외의 정경이 비칩니다.
차창 안으로 빗겨 드는 햇살이 따뜻합니다.
사실 우리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무수한 삶을 이끄는 순리란 이다지도 애틋하다는 것을.
...
마엘은 병원 입구에 당신을 내리고, 병실까지 부축합니다.
적막한 병실 안엔, 아름다운 꽃잎을 틔운 수국 화분들만이 가지런히 자리합니다.
또다시 낮밤없이 손목을 기워대는 바늘과 슬퍼하는 낯들이 당신을 지나쳐 가겠죠.
다가오는 종장에 쓰일 문장을 고르는 새벽들이 있을 테죠.
그리고, 당신이 바친 미래의 모든 순간을 함께하는.
그가 곁에 있을 거예요, 분명.
.
END 1
나를 거쳐서 길은 황량의 도시로
Per me si va ne la citta dolente,
✶
마엘 르루 생존
루크 제너시스 25일 후, 수명이 다해 로스트
단 둘이 드라이브를 갈까요.
기준치: | 55/27/11 |
굴림: | 99 |
판정결과: | 실패 |
아직 제가 운전하는 차도 안 타봤잖아요. ...어때요?
나쁘지 않겠지, 네가 이상한 곳에 나를 데려가지도 않을테고? 그럼... 오늘은 잘 부탁하는걸로 할까.
기준치: | 85/42/17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너는 어때?
그러고 보니, 수국 화분은 잘 자라고 있어요? 최근에 자주 못 와서 걱정이었는데.
아아, 잘 자라고 있어. 병원에서 크게 신경 쓸 게 없기도 하고... 나도 수시로 보고 있으니까. 그건 그렇고... 최근에 자주 못 오는거면 일이 좀 바쁜걸까?
다행이네요. 그래도 수국은 물만 주면 잘 자라니까. 일이 바빴다기보단... 그럴 일이 있었어요. 이것저것. ...가족들이 별장으로 휴가를 간다고, 저보고도 오라고 해서 절대 안 간다고 했죠. 숲 속 별장은 이제, 다시는, 안 갈 거예요. (핸들을 쥔 손에 힘을 싣습니다)
아하. 그건 좀... 꺼려지는 이야기긴 하네. 우린 그저 어쩌다 운이 조금 안좋았을 뿐이지만. (손바닥에 남아있을 흉터를 조용히 매만지며 답합니다) 그런 별장 말고도 정말 고즈넉하고 예쁜 별장들이 있을텐데. 아쉽게 되었으려나. ...이런 말하면 하나도 안 아쉽다고 할거지?
아뇨. (그의 의문에 고개를 살짝 젓습니다) 역시 조금 아쉽네요. 선배의 아웃도어 라이프... 약간은 기대했었거든요. (후크에 걸린 수액 팩을 흘끗 보고는) ...별장 여행은, 이젠 어렵겠지만요.
하하, 아웃도어 라이프라고 해도 별 건 없지만. 잠깐 산책을 다녀온다거나... 가끔씩 주말에 캠핑장에라도 가서 짧은 휴가를 즐긴다던지. 이정도면 많이 평범한 축에 속하지 않던가? (수액 팩에 꽂히는 시선에는 미묘한 표정으로 웃습니다.) 응, 역시 좀 많이 아쉽네.
평범... 글쎄요, 캠핑은 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영화에서는 몇 번 봤어요. 그래서 조금 궁금하긴 했어요. 다들 쉬는 날에 뭘 그리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는지, 선배는 어떻게 휴가를 보내는지... 보고 싶었는데.
(잠시 분위기를 환기하려는지, 곧 다른 이야기를 꺼냅니다) 저번에 가져다 준 책은 읽어 봤어요? 조금 유치하긴 해도 나름 마음에 들더라고요. 해묵은 디스토피아에서 완벽했던 삶의 모순을 깨닫고, 그림자 놀이에서 빠져나와 진정한 이데아를 좇는 사람들의 이야기... 선배는 어땠어요?
기준치: | 80/40/16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 나라고 해도 별 거 없어. 말한 그대로니까. (이어진 말에 분명 읽었던 소설책의 내용을 떠올리다... 애매한 표정으로 웃어보입니다. 내가 어쩌다 졸았더라... 이럴 줄 알았으면 오늘 나오기 전에 다 읽기라도 할걸 그랬지.)
으음, 일긴 했는데. 아직 다... 읽진 못했거든. 어쩌다보니 졸아버렸어서. 드라이브가 끝나고 나면 다시 읽어보는 걸로 할까... 그때는 안 졸테니까. 진정한 이데아라...
허상의 세계에서 실패를 무릅쓰고 자유를 찾아 도약하는 주인공, 나쁘지 않았어요. 제가 소설책은 잘 안 읽는 편인데... (살짝 들뜬 어투로 말을 잇고는, 시야에 반짝이는 건물의 불빛에 고개를 듭니다) ...휴게소가 곧이네요. 지금까지 깨어 있었으면 배고프지 않아요? 간식거리라도 사 올게요.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그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았을 때가 가장, 벅차오르는 법이니까. 재밌게 읽었나보네. 역시 졸아서 다 못본건 아쉬워... (저도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려 건물을 바라봅니다) 아, 벌써 이렇게 왔나? 엄청나게 배가 고픈건 아니니까 간단한 것들이어도 좋아. 같이 나가고 싶은데, 그렇게 되면 역시 이목을 꽤 많이 끌 것 같아서. ...그냥 같이 갈까?
(작은 건물 앞 주차장에 살짝 삐뚜름하게 차를 댄 뒤, 찰칵, 하고 자신의 안전벨트를 푸는 소리가 들립니다) 선배랑 같이 가면 좋겠지만... 바깥 공기가 꽤 쌀쌀하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고 여기서 쉬고 있어요. 제가 간단하게 몇 개 사 올게요. 병원 음식은 지겹게도 맛이 없으니까... 가끔은 불량식품도 괜찮죠.
기준치: | 80/40/16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시계 옆에 자리한 사탕으로 시선을 옮깁니다.)
(상자를 만지작 거리다 원 위치에 돌려놓곤 대신 유리병 안에서 사탕을 하나 꺼내 입에 넣습니다.)
(곧, 루크가 꺼내든 레몬 사탕에 시선이 멎습니다) ...맞다. 그게 있었죠. 깜박 잊고 있었어요. (푸스스 웃습니다)
(조금 녹은 사탕을 볼 안으로 굴리며 마주 웃습니다.) 조금 살펴보다가.. 찾았거든. 나한테 그렇게 쥐여줄 때부터 알아봤어야하긴 했지만!
그야, (조금 쑥스러운 듯 시선을 피하고는) 금연하게 만들었으니까, 입 안에 뭐라도 있으면 좀 나을 것 같아서 그랬죠. 전 요즘은 잘 안 먹고 있지만... 아. (문득, 열려 있는 글로브박스 안의 내용물을 봅니다)
뭐. 덕분에 도움이 된건 맞으니까 내 쪽에서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지만. 그래? (맞다, 나 안닫아뒀구나? 따라 시선을 옮겨 글로브박스를 봅니다.) 사탕, 여기서 찾았거든. 안에 있는 내용물은 막 살펴보지 않았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잠시 머뭇거리다) 그, 이틀 전... 25일. 선배 생일이었잖아요. 조금 전하는 게 늦었긴 하지만... 여기요. (손 안의 작은 상자를, 다시 루크에게 내밉니다)
그러고 보니까 벌써 날이 그렇게 지났던가? 병원은 워낙 조용하다보니까 자주 까먹네. 이틀이면 뭐, 늦은 것도 아니지. 아, 지금 열어봐도 괜찮아?
그래도 네가 잘 챙겨줬잖아, 지금.
... ...네. 선배 마음에 들었다면야... (시선이 닿았다, 곧 겸연쩍은 듯이 핸들에 손을 올려놓고는 중얼거립니다) ...다시 갈까요? 사온 간식 편하게 먹어요.
... ..아무튼! (책갈피는 상자 속에 다시 넣어두곤 요크셔 푸딩을 하나 손에 쥡니다.) 너는? 젤리라도 하나씩 입에 넣어줄까...
운전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라면... 좋아요. (좌석 사이에 수북하게 쌓인 간식들을 흘깃 보고, 이내 부드럽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습니다)
기준치: | 55/27/11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그러고 보면 그때는 내가 널 많이 찾았던 것도 같고.
...그랬었죠. 전 방과 후엔 거의 동아리실에서 살다시피했으니까. (웃음기 어린 루크의 눈동자를 바라보다, 다시 정면 유리창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그랬지. 나는 종종 이곳저곳 들리는 편이 많았던지라 그렇게 자주 같이 있지는 못했던가? 그래도 좋았었는데.
선배, 어느 날은 농구 유니폼 입고 오기도 했잖아요? 그제야 선배가 농구부인 걸 알았어요. 그땐 정말... 저랑 1억 광년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죠.
... ...농구 좀 한다고 1억 광년은 조금 너무하지 않아? 이제는 같이 여행정도는 다닐 사이인걸. (조금 툴툴거리다 이내 웃어보입니다.)
그러게요. 거기 졸업하고 선배랑은 평생 안 볼 줄 알았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다시 만났네요. 병원 간병인은 별로 반가운 재회는 아니었지만요. (루크를 흘끗 보는 눈동자에 무엇일지 모를 미련이 맺혔다, 곧 정면에 시선을 두는 찰나.)
기준치: | 85/42/17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내 핸들 위로 고개를 푹 숙이고는) ...솔직히, 저 선배가 정말 싫었어요. '위대한 것'이니, '그 분을 위한 참배'니... ...아무 일 없이 살고 있던 제가 이상한 일에 말려든 건 솔직히 다 선배 탓이었잖아요?! (미약한 분노와 혼란, 일그러진 감정이 뒤섞여 목소리가 커집니다) 그것도, 정신 나간 선배가 자길 죽여달라고 입맛대로 절 고른 거였고... ...
(침묵. 그리고 그 후에,) ... ...네 말이 맞아. 솔직히 어른이 된 우리에겐, 그다지 엮일만한 일 없이... 완전한 타인이라고 해도 좋았을테니까.
... ...그렇지, 내 탓이야. 조금 더 멀쩡했을 때에는 다른 생각이었겠지만, 결국 그런 짓을 한 것도 나니까. (무어라 덧붙일 말이 없는지, 구태여 변명을 하고 싶지 않았는지. 다시 입을 다뭅니다.)
(핸들을 쥔 손이, 숱한 떨림으로 호를 그리며 미끄러지곤) 선배 때문에 평소엔 관심 없었던 것들. 요리라던가, 운동이라던가, 책이라던가. 자꾸만 신경쓰여서 못 견디겠더라고요. 난생 처음 남을 위한 선물이니 뭐니 하는 것도 준비해 보고. 솔직히 정말 번거로웠는데, 해보니 나쁘진 않았어요. 오히려 마음이 편했죠. 그래서 무심코 더 선배한테 기댔을지도 모르겠어요. ...고작 부모님이 집에 온다고, 선배 붙들고 미국행 비행기를 타는 게 아니었는데.
(그런 모습에 쓴 웃음을 지어보입니다.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서.) ...그래, 그랬구나. 그래도 말이지. 난 네가... 그렇게 신경이 쓰였다는 사실이 조금은 기쁠지도 모르겠어. 역시 너무한 선배인가? 싫어한다고 해도 할 말이 없네. 그리고 말이지, 네가 나한테 기댄다고 해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어. 충분히 그래도 괜찮으니까. 글쎄... 그 날 있었던 일은 분명 다신 겪고 싶지 않은 악몽같은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 탓은 아니지. 말 했잖아. 조금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잠시 숨을 들이마시곤, 작게 내뱉습니다) 깊숙한 골목까지 쫓아갔는데,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역시 제가 헛것을 본 거겠죠. 그런데... 그런 당연한 사실을 알려고, 우산까지 내팽개치고. 비에 쫄딱 젖어서 선배의 신기루를 잡으려고 애썼다는 게 너무 허탈하면서도 웃긴 거 있죠. 회중시계를 든 토끼를 잡으러 이리저리 쫓아가는 일곱 살 꼬마애도 아니고. 어떻게 되어버렸구나. 제가 드디어... 천재이다 못해 미쳐버린 걸지도 모르겠다고.
...
그러니까, 고마워.
네 그런 걱정을 받으면... 역시 더 빨리 나아야 할텐데 말이야. 내가 못된 선배가 맞나봐. 확실하게 네가 안심할 수라도 있도록. 무슨 말이라도 더 해야할 것 같은데. (잠시간의 침묵) ...그게 좀처럼, 마음대로 나오는게 아니네. (알 수가 없어서. 그냥 병실에 누워 조용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이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선배랑 다시 만나는 게 아니었는데...
네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도, 이렇다 할 위로를 해주지 못하는 것도... (눈을 감고 시트에 푹 쓰러지듯 기댑니다.)
고등학생 때 잠깐 만났던, 뭔지 모를 선배... 정도로 남는게 좋았을까?
(떨리는 목소리가 얼굴을 가린 손 틈새로 새어나오고, 얼마 안 있어 다시금 두 손을 들어 핸들을 잡으면 희미하게 달아오른 뺨이 달빛에 녹아듭니다)
...선배. 여기서 말해버리면 후회할지도 모르겠어요. 혀가 뽑혀도 평생 안 말하려고 했거든요. 그야, 선배는 누구나 좋아하는 죽도록 상냥한 사람이니까. 성격도 죄다 꼬인 저 같은 건 선배 안중에도 없을 테니까. 그래도, ...말할래요. 어떤 대답이 돌아와도 괜찮아요.
정말 여러모로 힘들었고, 덕분에 화도 많이 났고, 사사건건 귀찮게 구는 선배지만... 그래도, 저는 선배를 위해선 뭐든지 할 거예요. 그야, 선배는 제... ...
(느릿하게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시선을 돌려 마엘을 바라보며 흐릿하게 웃어보입니다.)
... ...있잖아, 나는. 의외로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모두에게 상냥하지도 않고, 누구나 좋아할만한 사람도 아니야. 보편적인 '좋은 사람' 축에 속하긴 하겠지만. 어쩔 때는 비겁하기도 하고, 분명 이기적인 사람이기도 하지.
나는 네가... 왜, 내 안중에 없을거라고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어. 미덥지 못했을까? 너는 성격이 죄다 꼬였다고 하지만... 정말 꼬이기만 한 사람이 이렇게나 해줄리가 없잖아. 너도 충분히 상냥한 사람이야.
... ...(이어지는 말에는, 몸을 살짝 틀어 정확히 얼굴과 시선을 마주합니다.) 이런 때에 그런 말을 하는 건 조금, 반칙 아닐까? 치사하네. 상냥하기만 한 건 아닌가봐. (설핏 웃음을 흘리고, 안전벨트를 쥐고 있던 손을 풀어 조심스레 마엘의 손등 위로 겹칩니다.)
...나도 네가 좋아, 진심으로. 여러모로 힘들게하고, 사사건건 귀찮게 구는 나지만... 지금도 그래. 자꾸 내가 네 짐이 되는 것 같아서... 이러면 안되는데 말이야.
비겁하다던가, 이기적이라던가... ...그건 전부 저한테나 어울리는 말인 줄 알았어요. 선배가 죽도록 싫다고 했었지만, 그건... 결국 제 얘기를 하고 있던 거였죠. 제 자신이 죽도록 싫다고, 이렇게... 소중한 사람 하나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는 제 자신이 못미더워서. 그래서.
...선배가 절 어떻게 생각하던, 그냥 선배가 좋았어요. 그래서, 어떤 대답을 들어도 만족하려고 했는데... ... (엉망으로 일그러진 입가가 자꾸만 일렁이고는)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죠...? 거울 앞에서는 몇 번 연습했었거든요. ...거울에라도 털어놓지 않으면 영 답답해서. 근데, 선배가... ... (긴장했는지, 한 번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뜹니다) 절 좋아해도 괜찮냐니. 이게 더 치사해요. ...제 대답이 정해져 있잖아요.
하하, 어떻게 사람이... 단편적인 모습만 가지고 있을 수 있겠어? 복잡하잖아. 하나로 단언할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데... ... (조용히 고개를 저어보입니다.) 너랑 함께하고 있는 이 순간이 행복한데. 이외에 다른게 더 필요할까? 이대로도 충분해, 정말이야.
...봐주라. 네가 지금 꿈을 꾸면 난 어떻게 병원에 돌아가라고? 물론 내가 운전석을 차지하면 어떻게든 갈 수는 있겠지만. 안전을 장담할 수가 없는걸. (장난스런 말을 덧붙이곤) ... ...말했잖아. 나는 비겁하기도 하고, 이기적이기도 하다고. 그래서 조금 실망했어? (푸스스 웃어보입니다.)
선배. 저도... 지금이 제일 행복해요. (항상 숱한 사람들과 함께 있고, 그의 수많은 소중한 이들을 생각해왔던 그가. 지금 둘 만의 공간에서 자신만을 바라본다는 상황에 그저 빠져든 것만 같이) 지금껏 살아왔던 제 삶에서, 제일, 소중한 순간이니까... ... (붉어진 눈시울로 중얼거리곤, 조수석으로 몸을 기울여 그의 어깨에 고개를 묻습니다) ...루크. 루크... ... (마치 넋이 나간 듯, 소중한 이의 이름만을 그저 읊다)
...선배의 그런 모습까지도 좋아해요. 루크... ... 있잖아요. ...키스해도 될까요?
(제 어깨에 고개를 묻은 그의 등을 조심스레 토닥입니다.) 응, 마엘... ...이런 모습까지도 좋아해준다는건 영광이네.
... ...답은 정해져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톡, 고개를 숙여 이마를 부딪힙니다.)
(아무 말 없이 뺨과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곤 웃습니다) ...이걸로 답을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는 어때? 나는 치사하니까 싫다는 말은 안 받을래.
(가볍게 농담을 던지곤, 사뭇 진지한 투로) 역시... 선배가 좋아요. 조금만 이러고 있어도 될까요. 아주 조금만... ...너무 늦으면 안 되니까. (루크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이 행복함이 금방이라도 산화되어 버릴 것처럼. 그러니, 그 전에 온전히 품에 가둬버리겠다는 듯이 세게 끌어안습니다. 놓치고 싶지 않아. 이 순간의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지 간에... ...)
(품에 끌어안긴 채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쉬울 것이 뭐가 있나요. 그저 이 순간이 행복하기만 하다면... 그럴로 충분합니다.) 응... 나도 네가 무척이나 좋아. 누군가 우리를 뒤쫓아오는게 아니니까. 괜찮아. 이러고 있고 싶은만큼 이러고 있자. (팔을 뻗어 조심스럽게 끌어안습니다. 언제 아침이 찾아올지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면 그런 것쯤은 신경쓰지 않아도 좋을 것 같으니까요.)
기준치: | 60/30/12 |
굴림: | 65 |
판정결과: | 실패 |
(드디어, 전할 때가 되었다고. ...소중한 이에게 결코 숨겨서는 안 될 이야기를.) 한 인간의 지독한 열망을 우주가 들어준다는... 그런 바보같은 이야기를 알고 있어요? 말하자면, 그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난 셈이라고 할게요. 시중에 널린 숱한 SF 소설들처럼, 마치 어디선들 값만 치르면 사들일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형태의 이야기.
... ...네가 나한테 읽어보는게 어떻겠냐고 전해줬던 그 소설이 비슷한 이야기였던가? 그렇다면 알고 있다고 해도 좋겠지만. ... ...우리에게 일어난 셈이라고 치자는건 무슨 소리야, 마엘?
그런데, 이건 그런 허무맹랑한 짧은 이야기나 위안 따위가 아니에요. 영원 같은 게 아니라, ...우리는 실제로 영원을 가질 수 있으니까.
(이어진 말에도 한참동안 말이 없다가) 실제로 영원을 가질 수 있다... 미안, 역시 이해가 잘... 가질 않아서. 영원이라는건 비유와 개념..이잖아? 손에 넣고 싶지만 가질 수 없기에 아름다운 것... 그런 것들.
저는 딱 이 자동차 하나 분의 공간을 완벽히 닫힌 시공간으로 만들 수 있어요. 낡고 지친 세상으로부터, 당신이 있을 자리를 오려내어 박제하듯이. ...이런 걸로 농담 같은 건 안 해요.
음. 그러니까 정말 이 순간을... 이 상태 그대로, 영원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거야?
...아마, 그걸 평범한 인간의 삶이라고 부를 수는 없겠죠. 하지만, 이대로 당신이 사라지는 일도 없을 거예요. (자신의 무릎 위에 있던 손에, 한껏 힘을 줍니다)
... 미안, 정말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라서. 마엘, 너는... 정말 그걸 바라고 있어? 물론 찰나의 충동으로 이런 걸 제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순간을 살아왔잖아. 그 영원 속에서 후회하지 않으리라고, 떠나보낸 인연들을 그리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겠어?
그리고, 그런 일이... 정말 기적같은 일이... 어떻게 할 수 있게 되었는지는... 말해줄 수 있어? (조금 아리송한 표정으로 답합니다.)
당신과 함께라면... 좋아요. 필멸의 삶에서 간신히 일궈낸 것들, 그런 건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당신이 없는 삶에 의미는 없으니까. 부탁이니까, 루크. 작은 영원 속으로 숨어버리죠. 외롭지 않을 거예요. 제가 언제까지나 곁에 있을게요. 시간도 세상도 등지고, 둘이서... 그냥 이대로 도망쳐 버려요.
당신이 바란다면 그렇게 할 수 있어요. 정말로. 그러니... ...
(목이 메인 듯, 간신히 말을 잇습니다) ... 그래요.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네요. 이제는, 루크. (이렇게까지 지키고 싶은 당신을 위해, 오직 당신만을 위해서. 한낱 인간 주제에 영원을 욕망하는 이유를 가만히 눈에 담습니다)
...당신이 선택해 줬으면 해요.
... ...내가 외롭다던가, 그런건 크게 신경 쓰이는게 아니야. 그냥... (막연하기만 해서. 다가올 영원이라는 것이... 네 전부를 아무런 대가없이 앗아가는 것이. 이런걸 기회라고 할 수 있는 걸까요? 찰나의 시간동안 되뇌어보아도 알 수 없습니다. 필멸의 삶을 살아가는 까닭일련지.)
... ...
마엘, 네가 나를 소중히 생각해주는 것처럼. 나도... 네가 소중해. 어쩌면 이런 고민따위 하고 싶지 않을정도로. 그런데... 너무 소중해서, 그래서,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어. 네가 살아갈 미래를, 과거를, 그 모든 걸...
(이윽고 쥐어진 선택권에는 떨리는 눈동자를 애써 감추듯 깜빡일 수 밖에 없습니다.)
... ... ...나는,
내 손으로 네 사람들을 잃어버리게 하고 싶지는 않아. 나는, 적어도 지금의 나는, 그래.
영원한 순간이 아니라, 언제 끝날지 모르는 미래를 같이 걸어가고 싶다고 말하면 너는 실망할까, 마엘?
...그럴 것, 같았어요. 그야... 제가 아는 선배는, 그렇게... ...언제나 남을 위하던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점을, 좋아했어요. 지금도... 좋아해요. 사랑해요, 루크. 당신의 마지막 순간까지... ... 언젠가 속절없이 찾아올 삶의 종착점까지도 곁에 있을게요. ...제겐, 당신뿐이에요... ... (그의 선택이 잔인하다고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하는 자신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저 변함이 없구나. 한 순간 충동에 휘둘리지 않고, 온전히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자신도 역시 그런 모습에 반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이 사무치게 아름다워서, 순간의 추억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서, 미련하게도 ■■를 제물로 내걸면서까지 영원을 꾀했던 자신이 조금은 부끄러워질 정도로.)
(곧, 무너져내린 몸이 당신의 어깻죽지에 머뭅니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 상기된 뺨, 잔뜩 갈라진 목소리가 이 자리에 머뭅니다) ...루크... ...그게, 당신의 선택이라면. ...그것마저도 사랑할게요. 제 숱한 실망마저도 당신이 안겨준 거잖아요? 당신의 모든 걸, 기억하고, 매 순간을 영원으로 정의하고 싶어요. ...바보같죠. 그래도, 그만큼, 당신은 제 삶에 하나뿐인 존재니까요. 과거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계속. 계속... ... 당신같은 사람은 결코 없을 거예요.
오늘만큼은 울고 싶지 않았는데. 그야, 저한테는 행복한 날이었거든요. 당신과의 영원을 엿볼 수 있었으니까. (당신의 품에서 눈물로 얼룩진 눈동자에, 곧 희미하게나마 생기가 돕니다)
...돌아갈까요? 새벽에 드라이브 나온 거, 간호사한테 들키면 잔뜩 야단맞을 거예요.
...있지, 나는 네가 정말 소중해. 정말이야. 그렇기 때문에... 널 영원에 붙들고 싶지 않아. 어쩌면 이것도 내 고집이고, 이기심일지도 모르겠어. 네게 져줄 때도 있어야하는데, 그렇지? ... ...나도, 사랑해, 마엘. 영원이 아닌 찰나지만. 앞으로의 내 미래를 네게 바치는 걸로... 용서받을 수 있을까? (눈물을 흘리는 대신 웃어보입니다. 자신 대신 이렇게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주는 사랑스러운 사람이 있으니까요. 제게 이런 말을 꺼내기까지 수많은 고민을 했을, 사랑스러운 이에게. 어쩌면 얼마 가지 않아 한없이 잔인한 끝을 고해버릴 수 있는 현실이었지만... 그럼에도 같이 나아가고 싶은 이기심을 받아준 이에게.)
(무너지는 몸을 받아듭니다. 손을 들어올려 천천히 등을 토닥이며 세게 끌어안습니다. 이 순간을 영원토록 기억하자고. 언젠가 현실에서 스러질 지언정, 내 기억에서만큼은 영원하자고. 입 밖에 내지 않을 다짐을 합니다.) ... ...그야말로, 내가 바라는 바야. 왜, 내 미래를 가져가달라고 했잖아. 네게 유일이 된다는건 정말 기쁜걸. 내 삶에도 너는 하나뿐인 사람이야. 언제까지고 너를 내 영원에 품을게.
... ...네 영원 속에 나를 품어줘서 고마워, 마엘. 차라리 오늘 실컷 울어버리고... 앞으로는 웃기만 할까? (생기가 도는 회색빛 눈동자를 마주합니다. 일렁이는 푸른 눈동자에 조금 물기가 섞여있던 것은 기분 탓만은 아닐 겁니다.)
...하하, 그건 좀.. 봐달라고 하자. 환자에게도 가끔은 일탈이 필요한 법이니까...
...이제 다 울었어요. 앞으로는 루크 앞에서 눈물 흘릴 일도 없을 테니까요. 하찮은 고민거리 같은 건, 지금 다 태워서 잿더미가 되어버렸거든요. (그의 눈동자에 일렁이는, 희미한 눈물에도 애써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말을 이어갑니다) ...병실로 돌아가면, 먼저 수국 화분에 물을 줘야겠네요. 그리고, 당신 옆에서 잠깐 자고 일어나서... ...집에 있는 옷가지도 몇 개 챙겨 올게요. 앞으로는 즐겁고 실없는 이야기를 해요, 우리. 멀지 않은 곳이면 산책도 좋아요. 병원 식사 같은 건 별로니까, 제가 거기 부엌에서 뭐라도 만들어 볼까요? 루크가 좋아하는 걸로... ...뭐든지. 바이올린도 가져올게요. 실력이 좀 녹슬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봐 줘요. ...오로지, 당신만을 위한 연주회를 열 테니까.
...조금 서두르면, 들키기 전에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새벽의 드라이브, ...정말, 즐거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