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latte 프사 / 헤더 @말차님

견딜 수 없이 눈부신 춤을

 

원본 시나리오 https://posty.pe/5hsckw

 

KPC 리디안 K. 엔데

PC 러셀 데클란 켄트

 

시침이 째깍, 하고 밤 11시를 가리킵니다.
유난히 침대가 포근하고 안락하게 느껴지는 밤입니다.
시내에 나간 리디안이 연락이 없지만, 별일이야 있겠나요.
솜털 냄새가 나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있자니 슬슬 졸음기가 쏟아집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멍하니 천장을 보며 누워 있다, 협탁에 놓여 있던 탁상 시계를 몇 번이고 확인하곤 고개를 틀어 부드러운 베개에 얼굴을 처박은 채로 꿍얼거립니다) ...대체 언제 돌아오는 거야?
(평소에는 좀 움직여보라고 해도 가만히 앉아서 꼼짝도 안 하던 녀석이. 손을 뻗어 자신의 옆에 놓인 또다른 베개를 틀어쥐곤 그대로 품에 안습니다. 감정의 무게만큼 꽉, 리디안의 베개가 품 안에서 짜부라집니다) 내가 기껏 기다려주려고 했는데... ... (어쩐지, 평소보다 눈꺼풀이 더 무거운 기분입니다. 깜빡, 깜빡. 오르내리는 눈꺼풀 사이에 졸음이 스며들어 점차 눈이 감깁니다)
야속한 리디안의 베개를 쥐어짜며 잠에 들려던 중, 문득..
러셀 데클란 켄트: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59
판정결과: 실패
문득, 서늘한 바람에 뒤를 돌아 보니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창문을 닫았던가요?
러셀 데클란 켄트:(움직이기 귀찮다는 생각에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어도, 틈새로 스며드는 한기에 몸서리를 칩니다. ...평소대로라면 리디안이 창문을 닫고 들어왔을 텐데.) 젠장...추워. (결국 커다란 침대에서 빠져나와, 실내화를 신은 채로 눈발이 흩날리는 창문으로 다가갑니다)
창틀을 두드리는 함박눈이 고요하게도 쌓입니다.
바깥은 가로등의 불빛이 눈에 반사되어 노랗게 얼룩지고 있네요.
앗, 차가워. 열린 유리창의 틈으로 눈송이 하나가 손등에 닿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별다른 흥미 없는 눈빛으로 흩날리는 함박눈을 흘겨보다, 잠시 멈칫합니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집에 못 오는 건 아니겠지? 아니, 그럴 녀석은 아니야... ...지금까지 겪었던 리디안의 숱한 기행을 곱씹으며, 혼자 고개를 젓고는 창문을 닫습니다)
당신은 창문을 닫기 위해 옷이 젖는 걸 무릅쓰고 몸을 앞으로 기울입니다.
그 때 문득 시선에 걸리는 게 있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리디안 K. 엔데:...
틀림없어요. 리디안입니다.
가로등 밑에 우산도 없이 서서 눈을 흠뻑 맞고 있네요.
도착했다면 들어오면 될텐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요?
러셀 데클란 켄트:...리디안? (놀란 눈으로, 노란 가로등의 불빛 아래에 서 있는 그를 멀거니 바라보다) 거기서 뭐 하는 거야?! (거리 탓에 목소리가 닿지 않을 것 같았지만, 어깨에 눈발이 내려앉는 것도 잊은 채 창밖으로 몸을 기울여 그를 부릅니다)
눈 속에 소리가 파묻히기라도 한 건지, 그는 여전히 멍한 얼굴입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내가 정말... (속이 부글부글 끓는 듯, 눈발이 들이치는 창문을 닫는 것도 잊은 채 황급히 발길을 틉니다. 소파 위에 벗어둔 외투를 얇은 잠옷 위에 대충 걸치곤, 장우산을 하나 든 채로 방을 빠져나갑니다. 저 멍청한 자식이... 감기라도 들면 어쩌려고. 지난 경험에서 비롯된,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온갖 불안함은 애써 저 멀리 치워 버리고. 리디안이 대형 눈사람이 되어버리기 전에 그를 구출하러 계단을 쿵쿵거리며 내려갑니다)
당신은 의아한 마음으로 걸어나갑니다.
익숙한 거리의 풍경 위로 눈은 끝없이 쏟아지는데, 거리가 가까워지자 리디안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립니다.
그에게서 보기 어려운, 말갛고 즐거운 웃음과 함께 당신을 껴안습니다.
리디안 K. 엔데:데클란..! (러셀의 허리를 안아 빙그르르 들어 올립니다. 기뻐 보이는 얼굴에는 태가 없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리디안, 너 왜 여기... 잠깐, 야...!! (하얀 눈을 그대로 맞고 있는 그에게 달려가 우산을 씌워주려던 찰나, 예고도 없이 몸이 번쩍 들어올려지자 당황한 듯 다리를 버둥거립니다)
리디안 K. 엔데:정말 보고 싶었습니다. (깃털이라도 든 것마냥 가뿐하게 러셀을 팔에 앉히고, 그의 뺨에 제 뺨을 비빕니다. 사랑스러워 마지않는 애인을 온몸으로 반깁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반나절밖에 안 지났잖아... (어중간한 자세로 리디안의 품에 안겨 그의 목에 팔을 두릅니다. 자신도 조금은, 아니. 적어도 너보다는 내가 좀 더 많이 보고 싶어했을 거라고 쏘아붙여주려다, 자신의 무덤을 파는 것 같아 그만두곤) 그것보다, 한밤중에 눈은 왜 맞고 있었던 거야? 이제 돌아가자. (엉거주춤하게 우산을 붙든 손을 두 사람의 머리 위로 듭니다)
리디안 K. 엔데:모릅니까? 시간이 아주 많이 흘렀습니다. 278일정도. (러셀의 배에 머리를 묻고 미소 짓습니다) 그동안 나는, 당신에게 수없이 죽었고, 당신 덕분에 수없이 살았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알겠습니까? 센. (어느 시간선에서 닳도록 불렀던 그의 이름을 읊다가) 아니면 셴은? (기분이 좋은지 한 바퀴 빙그르르 돌았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278일...? (이 녀석, 또 뭘 잘못 먹고 온 건가. 역시 입 안쪽이라도 확인을 해 봐야... 걱정에 금세 미간이 구겨집니다) 어디 아픈 데는 없어? 머리가 좀 쑤신다던가. 아니면 취했나? 술 냄새는 안 나는 것 같긴 한데... (평소에 그리 술을 즐기지 않는 그이지만, 혹시 몰라 얼굴을 가까이 가져갑니다)
리디안 K. 엔데:당신이 내 머리를 깨부수긴 했지만, 딱히 그런 건 없습니다. (고개를 들어 러셀의 입에 짧게 키스합니다) 그때는 아팠을지 몰라도, 지금은 괜찮습니다.
당신이 나를 찢어 가른 건 한두 번이 아니지 않습니까? 멘토. (놀리는 투로 대꾸하고는, 제 발등 위로 러셀을 내려둡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내가 언제... (그랬...냐고 하려다, 치기 어렸던 한때는 골프채로 리디안의 머리를 가격했던 적도 있을 법해 얌전히 입을 다뭅니다) ...아니. 잠깐. 적어도 찢은 적은 없어. 멘토는 또 뭐야? (뚱한 얼굴로, 발등 위에 기우뚱 선 채로 리디안의 허리를 끌어안습니다)
리디안 K. 엔데:(러셀의 목에 머리를 묻고, 간신히 토해낸, 억누른 환희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춤출까요? 데클란. 같이 끝나지 않을 춤을 추지 않겠습니까?
(러셀의 허리를 잡고, 오른손을 내밀었습니다. 러셀이 선물한 가느다란 반지가 약지에 끼워져 있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춤...추려고? 그러니까... 추더라도 들어가서 추면 안 되는 거냐? (어이없다는 듯 어느새 붉게 물든 콧잔등을 구깁니다. 평소에는 스텝도 몇 번 못 밟고 기우뚱하는 녀석이... 하지만, 그의 고집은 쉽게 꺾이지 않는다는 걸 다년간의 경험으로 깨달은 바 있습니다. 뭐, 조금이라면 맞춰줄까. 정말로 춤이 끝나지 않는다면 이 취객ㅡ대체 무엇에 취했는지는 모르겠지만ㅡ을 기절시켜서라도 집에 데리고 가는 수밖에. 하는 수 없이 그의 손을 왼손으로 마주 잡으면, 약지에 그의 것과 똑같은 모양새의 반지가 가로등 불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그 말에 리디안은 불현듯 미간을 좁히며 당신을 걱정스레 내려다봅니다.
리디안 K. 엔데:그렇죠, 당신은 몸이 약하니까.. (감기라도 들면 큰일이지. 먼 미래에는, 당신은 휠체어 신세니까. 지팡이를 짚은 장발의 러셀을 떠올리다, 무언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아니, 난 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데. (리디안의 어깨에 끝없이 내려앉는 눈을 툭툭 털어줍니다) 하루종일 쏘다니다가...이런 한밤중에 우두커니 가로등 밑에 눈 맞으면서 서 있는 남자가 어딨냐.
리디안 K. 엔데:...눈 속에서 춤을 추는 것도 로맨틱하다고 생각하지만, 당신이 아픈 건 보고 싶지 않습니다. 앞으로도요. (평소보다 상기된 얼굴로 러셀의 손을 꾹 쥐었습니다)
이런 건 어떻습니까?
리디안이 주먹을 쥡니다.
그러자 마법처럼, 눈송이가 떨어지길 그칩니다.
유리 장식처럼 허공에 정지되어 가로등의 빛을 눈부시게 산란합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하기 어렵고, 눈을 믿을 수 없습니다.
무슨- 신이라도 된 걸까요?
러셀 데클란 켄트:...?! (돌연 시간이 멈춘 듯, 그 자리에 얼어붙어 찬란하게 반짝이는 눈송이들에 놀라 눈을 크게 뜹니다) 뭐, 뭐야, 이게?! 꿈인가...?
리디안 K. 엔데:데클란의 웃는 모습이 그리웠습니다. (어느 시간선이라도, 자신을 올려다보는 붉은 보석 같은 눈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래, 저 눈을 보고자 조각사인 자신은 목숨을 바쳤던가)
꿈이 아닙니다. (러셀의 말랑한 뺨을 슬쩍 꼬집었다가 놓습니다) 아픕니까.
러셀 데클란 켄트:...아파. (옅은 붉은빛이 도는 뺨의 얼얼함을 느끼며 대꾸합니다) 그렇지만, 이건 말이 안 되잖아? 꿈이라거나, 아니면 환상이라고밖에는... 내가 드디어 미친 건 아니겠지. (여전히, 두 사람을 제외하고 멈춰버린 세계를 두 눈으로 훑다 다시 리디안의 얼굴을 올려다봅니다. 어쩐지 계속 하염없이 빨려들고야 마는, 짙고 옅은 제비꽃색의 두 눈동자를.)
리디안 K. 엔데:...어떻습니까. 당신의 괴물이. (러셀의 발그레한 뺨에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하다가, 눈을 감고 살포시 웃습니다)
딱! 그가 다시 손을 펼치자 눈송이가 되감겨 올라갑니다.
리디안 K. 엔데:음악이 조금 칙칙하군요. Purple Forest? 좋은 곡이지만, 지금은 춤추기 좋은 노래가 좋겠습니다. (손가락을 튕깁니다)
어디서 재생되는지 모를 경쾌한 음악이 큰 소리로 흘러나오기 시작하고,
딱! 재차 손가락을 퉁기자 리디안과 당신의 옷이 탈바꿈합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자기 입으로 할 말이냐... (단어 선택 하고는. 태클을 먹이고 싶지만, 눈송이가 하늘로 흩어져 올라가는 아름다운 광경 사이에서 눈꼬리를 휘어 웃는 그의 얼굴을 멍하니 들여다보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화들짝 놀랍니다)
이번엔 또 뭐야...?! (갑작스레 바뀐 옷차림새에 놀라 자신의 꼴을 흘겨봅니다)
여지껏 얇은 잠옷을 입고 있던 당신은 이제 사교계에서나 볼법한 화사한 차림새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리디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보랏빛 눈이 해사하게 휘어지고, 손은 당신의 손을 다정히 얽어 옵니다.
리디안 K. 엔데:마음에 듭니까. (제법 따뜻해진 공기를 느끼며, 러셀의 허리를 쓸었습니다. 아, 캐비넷 안에서 데클란을 품었던 밤이 생각나. 그때의 나는 뭐랄까, 어렸군)
(제 목에 걸린 붉은 보석이 달린 넥타이를 눈으로 보다가, 제법 싫지 않은 기분에 미소지었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그래...이해하려고 하면 안 되는 거겠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더 이상 이 해괴한 상황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걸 포기합니다. 애초에 절대 현실에선 일어날 수 없는 일들만 일어나고 있으니까.) 뭐... 나쁘진 않네. (제 가슴에 장식된 보랏빛 로벨리아 코사쥬를 흘끗 보고는 마주 고개를 끄덕입니다)
리디안 K. 엔데:데클란이 원하는 건, 모두 이루어 주겠습니다. (가볍게 웃고는, 러셀의 허리를 안고 춤을 출 준비를 합니다)
자, 이제 다시 춤을 춥시다. 춤을 춰요, 춤을 춰요!
러셀 데클란 켄트:역시, 이 환상이 끝나고 나면... 네가 멀쩡히 침대에 누워 있으면 좋겠는걸. (헛웃음 섞인 미소를 띠곤 맞잡은 손을 쥐고 무릎을 느슨하게 띄웁니다)
예술(춤)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리디안 K. 엔데:벗은 채로 말입니까. (가볍게 농담을 하며, 저를 짚고 도약하는 러셀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응시합니다. 이 세계보다, 당신이 아름답다고 하면 믿을까)
러셀 데클란 켄트:안 벗고 있어도 내가 벗기겠지만. (맞서 대꾸하곤 리듬에 맞춰 천천히 스텝을 밟으며 한 차례 빙글, 돌고는 다시 리디안의 품에 안깁니다. ...평소보다 좀 더 호흡이 매끄러운 것 같기도 하고.)
리디안 K. 엔데:은근 밝히는 구석이 있습니다. (러셀의 어깨를 가볍게 안고는, 그에게 리듬을 맞추며 한 팔로 가볍게 러셀을 돌렸습니다) 춤은 잘 알지 못합니다만, 꽤 즐겁군요.
두 사람이 스텝을 밟을 때마다, 노란 가로등이 하나씩 켜지며 길을 비춥니다.
마치 둘만을 위한 스포트라이트 같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그래서, 밝히는 남자는 싫냐? (그의 리드대로 부드럽게 턴하자마자, 리디안의 넥타이를 가볍게 쥐어 끌어당깁니다)
리디안 K. 엔데:...제가 좀 어둡지 않습니까. (저를 잡아당기는 손놀림에 순순히 이끌려가, 그의 허리를 받치고 입을 맞추려 다가갑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그대로 그의 목덜미와 뒤통수를 껴안듯이 감싸, 입술을 맞댑니다. 열띤 혀의 온도가 고스란히 그의 것과 섞여들어 잠시 서늘해졌다, 곧 다시 그 열기를 되찾습니다. 고개를 틀어 더욱 깊게 입맞춤을 이어가다, 곧 입술을 떼어내면 늘어진 타액이 길게 얽혀 호선을 그리곤) ...하아...그렇지 않다고는 못하겠네. (다시금 그의 어깨에 손을 두릅니다)
리디안 K. 엔데:...이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숨을 곧게 고르다, 열락을 띤 눈을 반쯤 뜨고는 어리광을 부리는 투로 말합니다. 러셀과 함께하는 춤도, 키스도, 이렇게 행복해서 괜찮은지 불안감이 들었다가 사그라듭니다)
데클란, 나를 사랑합니까. (시간이 멈춘 황금빛의 세계에서, 러셀을 품에 안고는, 몇 번이고 물었던 물음을 다시 던집니다. 물론, 이미 답은 알고 있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네가 나한테 너무했던 적이 더 많지. 아마도. (어깨에 올렸던 손을 들어 리디안의 귓불을 만지작거리다, 이내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습니다. 이제는 그가 이렇게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조차도 귀여워 보이는 제 자신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응. 사랑해. 안 그러면 내가 미쳤다고 한밤중에 여기서 너랑 춤추고 있겠어? (일부러 그의 발등을 가볍게 밟은 채로 나지막이 속삭입니다)
리디안 K. 엔데:한 번 더. 말해주지 않겠습니까. (발등을 밟히는 것도 아랑곳 않고, 이마를 러셀의 이마에 맞댔습니다. 이 미소가 보고 싶었지. 정말로, 어느 것보다도 값진. 나의..)
공주. 한 번 더요. (애칭을 부르며 러셀의 다리를 받치고 도로 들어 올렸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이 자세로? 아무리 그래도 그의 품에 매달린 채로 말하긴 조금 민망하긴 한 듯, 홧홧해진 귓가를 숨기려는 듯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다)
사랑해. 사랑해, 리드. (그저 반나절 동안 못 봤을 뿐인데. ...난 왜 그렇게 쓸쓸하다고 생각했을까. 갑작스레 북받치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그의 품에 고개를 묻고 중얼거립니다)
리디안 K. 엔데:...저도, 저도. 사랑합니다. (모든 근심과, 죄책감을 떨친 듯 여유롭고 행복한 얼굴로 눈을 내리깔고 웃습니다. 그를 위해,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루어주고 싶다는 마음에 손가락을 튕겼습니다)
어디선가 계절에 맞지 않는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더니,
눈이 그친 거리가 환하게 밝혀지며 밝은 빛이 물감처럼 쏟아져 벽을, 지붕을 덧입힙니다.
눈이 아릴 정도로 붉은 아네모네가 벽을 따라 고개를 듭니다.
늘 보던 곳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호화로운 샹들리에가 거리를 장식합니다.
피아노 소리와 앙상블, 그리운 얼굴이 언뜻 모습을 비추여 다함께 춤을 춥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눈에는 오직 두 사람만이.
수십 수백의 선율이 하나로 수렴해 울려퍼집니다.
탭댄스를 추는 발소리가 요란합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곳은 무대, 당신은 주인공입니다.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춤을 추세요.
현재에 입을 맞추고, 함께 있다는 것에 기뻐하세요.
리디안 K. 엔데:마음에 듭니까. (입꼬리를 당겨 옅게 웃어 보입니다. 이 모든 풍경을 만들어낸 장본인 답지 않게, 조금은 어색한 스텝을 밟습니다. 그럼에도 티 내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데클란의 피아노만큼은 아니지만. 꽤 괜찮은 음이지 않습니까?
러셀 데클란 켄트:(그가 만들어냈다고는 믿기지 않는 아름다운 하모니에 눈을 깜빡, 느리게 감았다가 다시 뜨고는) ...네 취향도 꽤 고상해진 것 같네. (상체를 살짝 뒤로 젖히곤, 그의 움직임에 맞추며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리디안 K. 엔데:고귀하신 누구 덕에 말입니다. (한 손으로 눈을 가리고, 다시 손바닥을 떼자 흉터가 사라지고 온전한 두 눈이 드러납니다. 제 사랑을 두 눈으로 담는 데에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정도야, 지구를 바친 데클란의 사랑만 할까 싶지만)
(눈을 휘어 웃으며 러셀의 손을 깍지 껴잡습니다. 주춤거리며 경쾌한 리듬에 맞추어 회전합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그래, 내가 연주회장에 상주시켜준 거나 다름없으니까... 고맙게 여겨. (그가 손을 떼어내자, 드러난 눈동자는 한없이 그립기도, 혹은 자신에게 있어 낯설기도 한 빛깔을 띠고 있습니다. ...아, 이것도 전부 환상이라서. 아름답게 피어난 붉은 빛의 꽃과, 뺨을 감싸오는 한적한 봄바람. 이렇게 평온한 나날만이 계속된다면 좋을 텐데. 리디안이 한 차례 턴하는 모습을 희미한 미소를 띄운 채 바라봅니다)
리디안 K. 엔데:물론입니다. 공주. (간지러운 이름을 부르고는, 유혹하듯 러셀의 턱을 손끝으로 쓸었습니다. 오로지 당신과 마주하기 위해. 나는 그 시간을 살아온 것이 아닙니까. 우리가 이렇게 사랑하는 것도, 다 운명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기쁜 마음을 담아 춤을 춥니다. 더 이상의 추운 겨울은 없다고. 그렇게 되뇝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저 낯간지러운 별명도 이젠 익숙해졌네. 턱을 쓸어오는 손길에, 그의 손목을 쥐곤 소매 사이로 드러난 도드라진 핏줄을 따라 핥아올립니다. 이 남자를 가지고 싶다고, 제 멋대로 굴리고 싶다고.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그가 진정으로 저를 소유해주길 원하게 된 걸 깨닫게 된 건 꽤나 최근의 일이어서. 그래, 이것도 운명이 아닐까. 잊고 싶었던 감정들과, 지금껏 느껴본 적 없었던 감정들 전부 그가 가져다 줬으니까. 홀로 방 안에 남겨진 채로 느꼈던 싸늘한 추위 따위는 전부 잊고, 스텝을 밟습니다)
예술(춤)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예술(춤)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리디안 K. 엔데:(러셀에게 몸을 맡기고, 그가 제 몸을 만지도록, 또 멋대로 리드하도록 내버려 둡니다. 오히려 그가 제멋대로 하는 행동이 귀여워서, 더욱 저를 소유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붉은 꽃이 만개한 정원을 러셀과 함께, 부서질 듯 춤을 춥니다)
데클란, (작게 숨을 헐떡이며, 그를 품에 안고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줍니다. 달아오른 몸이 기분 좋게 따스하다고 느꼈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마찬가지로 열에 들뜬 눈동자가 리디안을 응시합니다. ...더 닿고 싶어. 언제까지고, 함께 있을 수 있도록. 그의 손가락 사이를 혀로 훑다, 곧 입 안에 넣고 가볍게 빨아들입니다. 여전히 시선은 그에게 향한 채로, 다른 손으로 그의 허리를 안아옵니다. 한껏 손가락을 지분거리던 입술이 떨어지자, 기분 좋게 웃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내 곁에서 떨어지지 마.
리디안 K. 엔데:(손가락을 핥는 러셀을, 춤을 추는 것도 잊은 채로 응시하다 옅게 뺨을 붉혔습니다) ...이런 건 누구에게 배운 겁니까? (어이가 없다는 것처럼 너털웃음을 짓다가, 러셀의 입술을 가볍게 물고 떨어집니다. 그가 행복하니, 자신도 벅차오르는 듯한 행복을 느낍니다. 어서 그를 안고, 밤이 새도록 귓가에 그의 이름을 부르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 안달한 두 눈이 러셀의 얼굴을 담았습니다)
이전에, 제가 당신의 전부를 달라고 했지 않았습니까. (러셀의 뺨을 감싸 쥐던 손이 그의 허리와 손을 잡았습니다) 반대군요. 제 모든 걸, 데클란이 가졌습니다. 질린다면 버리십쇼. 그전까지는 욕을 하더라도 붙어있을 생각입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누구겠냐... (눈을 가느다랗게 뜨다, 입술에 닿는 온기에 만족한 듯 눈꺼풀을 내립니다. 제 인생을 어떤 형태로든 엉망으로 만든 장본인이 저런 농담을 한다는 게 어이가 없을 지경입니다)
그럼, 결혼할까. (시선 너머 흩날리는 꽃잎을 훑으며 지나가듯이 읊고는, 무심코 입술 밖으로 낸 단어의 무게에 괜히 얼굴이 달아오릅니다. 그래도, 꺼낸 말을 주워 담을 생각 따위는 하지 않은 채) 네가 네 전부를 나에게 줬으니까. 나도, 리디안... 너에게 영영 속박되고 싶어. ...거절은 안 받는다. (그의 오른손 약지를 매만지며 한 마디 덧붙입니다)
...
어느 순간 주변의 기현상이 그칩니다.
마치 한 폭의 그림을 지워낸 것 같이, 두 사람은 거짓말처럼 원래의 거리로 돌아와 있습니다.
차갑지만은 않은 눈이 밤하늘로부터 쏟아져 거리를 덮습니다.
리디안 K. 엔데:...데클란. (러셀의 손을 제 쪽으로 끌어, 약지에 입을 맞춥니다. 결혼이라는 것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그가 말해주었기에, 기쁨을 감추지 못합니다. 행복에 겨운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는 것도 같습니다) 사랑합니다.
리디안이 벅찬 듯이 읊조립니다. 기쁨으로 차올라 고백합니다.
리디안 K. 엔데:사랑합니다. 사랑해요. 사랑해! (한순간도 타인의 전부였던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설계되었고, 계획된 캐릭터이니까. 여러 시나리오를 거쳤더라도, 러셀에게 신임과 사랑을 받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사랑의 무게를 알기에. 행복을 허락받았기에. 벅찬 얼굴이 붉게 물들었습니다. 하얀 설원과는 대비되는 풍경입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나도, 사랑해. (이렇게 프로포즈할 생각은 단연코 없었는데. 이런 한밤중에, 으슥한 거리에서 펑펑 쏟아지는 눈을 맞으면서 잠옷 차림으로 고백할 계획 따위는 애초에 세우지 않는 게 정상이겠지만. 그럼에도, 한껏 행복에 겨운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아무렴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품에 달려들어 안기면, 까칠한 천의 감촉이 뺨을 간지럽힙니다. 이 정도의 반응은 예상 못 했는데. 오늘은 리디안이 좀 더 바보같은 날인가...)
그리고 당신을 끌어 안는 손은 겨우 잡은 행복을 놓아주지 않으려는 것마냥 절박합니다.
당신은 불현듯 깨닫습니다.
아, 오늘 저녁 일어난 일련의 사건은 이해할 수 없지만 결코 해로운 것은 아니었어.
왜냐하면-.
힘겨운 하루의 끝에 돌아온 집은 눈물나게 따스하고,
맞잡은 리디안의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는 벅차게 단단하며,
나를 위해 준비된 이 시간은 지극히 다정하니까.
...
여느 때와 다른, 어느 밤이 지나갑니다.
-
KPC, PC 생환
이성 보상 1d6
러셀 데클란 켄트:+ 5
리디안과 러셀은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수고했어요.
리디안 K. 엔데:그럼, 침대로 갈까요. (러셀을 번쩍 안아 저벅저벅 걸어감) 친히 벗겨주신다고 하셨으니.
러셀 데클란 켄트:(해 둔 말이 있으니...얌전히 안겨가며) 어차피...침대쯤 가면 이 환상은 끝이겠지. 그래도 무르기 없기니까. 깨어나도 나랑 결혼해줘야 해... (잠꼬대처럼 꿍얼거립니다)
리디안 K. 엔데:네. 무르기 없습니다. (러셀의 손을 뺨에 대고 비비적거리며 웃었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있잖아... 278일이니, 센이니 뭐니. 그건 뭐였어? 영화 이야기라도 한 거야?
리디안 K. 엔데:우리가 만난 날입니다. 기억합니까. 2021년 1월 6일입니다. (러셀의 이마에 입을 맞춥니다) 당신이 창조된 건 더욱 전이지만.
러셀 데클란 켄트:우리가 만난 건 훨씬 전이잖아. ...놀리지 말고 제대로 대답해 줘. 멘토는 또 뭐야? (리디안의 뺨을 가볍게 꼬집으며 대꾸합니다)
리디안 K. 엔데:(뺨을 꼬집힙니다) 아흔.. (러셀의 손을 떼고는) ...다른 시간선의 데클란의 직책입니다. 나를 멋대로 부리고 있죠.
더 궁금한 게 있습니까. (러셀을 침대에 고이 눕혀주고 이불을 꼬옥 덮어줍니다. 곁에서 이불 위로 몸을 토닥이며) 나는 당신의 아내이자, 남편이자, 아버지이자, 형이자, 가족이자, 뭐.. 때로는 형용 못할 개새끼였고. 제자이자 후배였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다른 시간선... (정말...어이가 없는 이야기이지만. 뭐, 환상 속의 이야기라면. 따끈한 이불에 감싸인 채로 가만히 귀기울여 듣다, 더 이상 들어줄 수 없다는 듯 한 마디 내뱉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아내이자...아버지? 형? 제자... 참 나. 허풍도 정도껏 해, 리드. (리디안의 입술을 쭉 잡아 늘이며 투덜댑니다)
리디안 K. 엔데:(눈을 꾹 감습니다. 모르는 게 상책이긴 하지. 당신과 나의 난잡한 생활은 지금으로도 족해. 러셀의 손을 잡고 손가락을 가볍게 핥습니다) 후후.. 네. 전부 거짓입니다. 공주가 즐거웠다면 그만이죠.
러셀 데클란 켄트:그래... 믿기지 않는 건 공주만으로 충분하니까. (저 별명을 들키기라도 하는 날에는 머리로 팀파니라도 찢고 싶어질 테니까. 쭉 늘어난 입술을 탁 놓아주곤, 그 위에 자신의 입술을 겹칩니다)
리디안 K. 엔데:(자연스럽게 러셀과 입술을 겹치고, 또 몸을 겹치며 그의 위로 올라탑니다. 바라 마지않던 트루 엔딩. 그와의 결혼 생활은 분명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러셀이 옷을 벗기는 대로 내버려 둡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건, 첫만남 때부터 여전히 한결같다고 여기면서. 그의 뒤통수를 끌어당기며, 셔츠 단추를 하나 둘씩 풀어내립니다. ...바보같지만, 그를 기다리며 홀로 침대에 누워 있던 때보다 그와 맞닿아 있는 지금이 몇 배는 행복하게 느껴집니다. 프러포즈는 다음에 다시...제대로 해 둘까. 내 성에 안 차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