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의 악마
원본 시나리오 https://docs.google.com/document/d/1_IkhUcxxqaxbGeqiQiVJEjmfs-FXCHRlEzLKcY5kWD0/edit#
KPC 러셀 데클란 켄트
PC 리디안 K. 엔데
✶
데카르트의 악마
w. 短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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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지내던 켄트 가의 작은 별장.
한 달 전, 갑작스러운 화재로 이 저택의 절반이 불타버린 사고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두 사람이 자리를 비웠을 때 있었던 일이라 별다른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뭐, 사용인 몇 외엔 '별다른' 피해는 없었으니까요.
...
저택 보수를 마칠 때까지, 두 사람은 원래 쓰던 왼편 복도의 방이 아닌 오른편 복도의 방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별 일 없었다는 듯 넘긴 리디안과는 달리,
러셀은 화재 사고 직후부터 점점 잠을 설치더니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최근 들어 불면증이 다시 악화된 걸까요.
그런 그가 걱정되어도,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밤새 뒤척이는 뒷모습을 지켜보는 것뿐이었습니다.
...
최근 며칠의 그는 한 숨도 자지 못한 모습으로,
가까스로 든 선잠마저 한두 시간 뒤면 화들짝 놀라 깨어버리곤 했습니다.
안쓰러울 정도로 야위어가는 그를 지켜보는 당신의 걱정도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갔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조용하고 평화로운 밤입니다.
간신히 러셀이 깊은 잠에 빠져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죠.
오랜만에 보는 그의 잠든 얼굴은 퍽 어색할 정도입니다.
그런 그의 곁에서,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
오랜만에 찾아온 평온은,
곧 요란하게 울리는 휴대폰 진동소리에 의해 산산조각납니다.
시끄러운 진동음이 방 안을 가득 채우면, 러셀이 잠결에 미간을 찌푸리며 뒤척입니다.
이러다간 그가 깨어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휴대폰을, 그래요. 어디에 뒀었더라...

금세 끊어진 전화에,
워치 화면에 찍혀 있는 발신인의 이름을 보면.
...
November 14, 2021 11:27PM???: 나야, 리디안. 집 잘 지키고 있냐? 30분만 있으면 돌아갈 것 같아... 근데 왜 하루종일 연락이 없어. 이거 보면 연락 줘. 목소리 듣고 싶으니까.
발신인의 이름을 확인하려던 찰나,
문자가 한 통 도착합니다.

복도로 걸음을 옮기면.
때맞춰 다시 손목의 워치에서 진동이 느껴집니다.
다시금 걸려온 전화의, 발신인의 이름은... 러셀.

...
전화를 받으면 곧 귓가에서 상대방의 목소리가 울립니다.

아무튼. 오늘 내내 밖에 있었더니 피곤하네... 곧 들어갈 테니까. ...거기. 무슨 문제 없지?



전날의 기억을 떠올리려고 해 봐도, 머릿속은 흐릿하기만 합니다.


...리디안 엔데.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그 침대에 누워 있는 건... 내가 아니야.
지금은 설명할 수 없지만, ...그걸 절대로 나라고 생각하지 마.
내가 하라는 대로 해. 얌전히 침대로 돌아가서 다시 자는 척을 하고 있어.
그럼 그게 곧 널 깨우거나 눈을 뜨게 하려고 할 텐데. 무슨 일이 있어도 눈을 뜨지 마. (뜸을 들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마지막 말과 함께,
이어폰에 잡음이 섞여들다 곧 전화가 뚝 끊깁니다.
다시 본 워치 화면에는, 당신을 비웃듯 통화권 이탈 메시지가 떠 있습니다.
SanC 1/1d2

기준치: | 45/22/9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쪽 데클란과 함께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수화기 너머의 데클란도 그라는 확신을 지울 수 없습니다. 실은, 어느 쪽이든 그가 그이기만 하다면 상관없다는 투입니다)
(오히려 둘이어도 꽤 재밌을 것 같군. 작게 중얼거리며 들어줘서 손해 볼게 전혀 없는, 수화기 너머의 데클란의 말을 흥미롭게 받아들였습니다)
... (절대로 눈을 뜨지 말라고 했던가. 눈을 뜬다면 어떻게 될지, 눈앞의 데클란이 데클란이 아니라면 무엇인지. 무엇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채로 마지막 그의 말을 곱씹으며 침실로 되돌아가 몸을 누입니다)
관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5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분명, 침실을 떠나기 전까지 편안한 자세로 자고 있던 그의 실루엣이.
부자연스럽게, 경직된 자세로 바뀌어 있습니다.
이질감이 들 정도로 반듯하게 누워서 팔다리를 적당히 벌린,
꼭 뻣뻣한 짚인형 같은 자세입니다.
당신이 그의 옆에 몸을 누이면... ...
...
번쩍.
옆에 누워 있던, 러셀이 그 눈꺼풀을 올립니다.

...자냐? (리디안의 어깨를 톡톡 치며 중얼거립니다)


...목이 마른데 물 한 잔만 가져다 줄래. 오늘도 푹 자기는 무리인 것 같으니까... ...



(아니, 가능할 지도. 옅게 미간을 찌푸립니다)

컥, 콜록, 콜록, 커흑, ... ... (갑작스레 터진 기침이 끊이지 않자 목을 부여잡고 신음합니다)




부, 불이... ...
더워, 더워, ... ...으윽, ... ...흑, ... ...
방 안이 점점 더워지고,
당신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이 느껴집니다.
코끝에는 미약한 탄내와 썩은 내가 뒤섞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환상이라면. 아니, 이게 실제 상황이라면? 데클란과 함께 죽을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해야 하나. 온몸에서 밴 땀이 흘러 베개를 적십니다)


... 데클란. 안됩니다. (숨을 헐떡거립니다. 눈은 감은 채이지만, 이대로라면, 이대로라면 천장이 무너져 내려도 그만큼은 지킬 수 있다고. 이번에는 절대로 놓지 않겠다 생각합니다. 설령 그와 함께 죽는 한이 있더라도)

리드, 너라도 살아서, ... ...도망, 쳐... ...제발... (리디안의 몸을 가볍게 감싸안던 손이, 힘을 잃고 툭 떨어집니다)
...
아득한 머리와, 품 안에 짓눌린 무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정신력 판정

기준치: | 45/22/9 |
굴림: | 72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은 무심코 뿌연 시야 너머로 무언가를 목격합니다.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형체의.
거대한 짚인형과 흡사한 것이 당신을 짓뭉갠 채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러셀의 것과 똑같은, 산발의 머리카락을 한 채로.
아니, 그것이 당신을 ■고 있는 게 맞나요.
눈이 있어야 할 곳에, 못으로 헤집어 놓은 듯한 커다란 구멍 두 개가 박혀 있을 뿐입니다.
직후, 당신은 온몸이 불타는 듯한 강렬한 통증에 휩싸입니다.
SanC 1d3/1d6

기준치: | 44/22/8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2
전신의 피부가 녹아들고,
삭아드는 온갖 신경이 비명을 지릅니다.

그러나,
이내 무언가 부서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방의 문이 열어젖혀집니다.

그와 동시에, 당신의 위에 올라탄 그것은 순식간에 눈 녹듯 액체 범벅으로 변합니다.
기분 나쁘게 끈적한 밀랍이 썩은 짚과 뒤엉켜,
역한 고무 냄새와 탄내를 풍기며 당신의 위로 쏟아집니다.
그러나, 당신이 눈을 깜박이면.
방금 느꼈던 불쾌한 감촉이 거짓임을 알아차립니다.
침대 위는, 아무런 흔적 없이 깨끗합니다.



...빌어먹을 새끼, 넌 여기서 뒈지는 거야...!
(품 속에서 짚인형 두 개를 꺼내, 세차게 타오르는 불길을 향해 던져버립니다)
짚인형에 불이 옮겨 붙자마자,
소름 끼치는 굉음이 온 집안을 가득 채웁니다.
마치, 저택 자체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끔찍한 소리.
SanC 0/1

기준치: | 42/21/8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50/25/10 |
굴림: | 2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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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 무너지는 저택 사이에서,
두 사람은 가까스로 그 숨을 내뱉으며 탈출합니다.
가벼운 타박상 정도로 끝난 것이 천만다행일 정도로.
별장의 오른편은 불길에 집어 삼켜져 빠르게 무너져가고 있습니다.


... 다친 곳은 없습니까. (평정을 유지한 예의 그 얼굴로 되묻습니다. 손을 뻗어 러셀의 손가락에 제 손을 얽었습니다)

...괜찮냐? (힐끔, 리디안 쪽을 보곤) 뭐, 그래도... 네가 멀쩡하니까 됐어.



두 사람은 만신창이가 된 채, 정원에 주차된 차량을 향해 걸어갑니다.
피부에 닿아오는 잿가루와 서늘한 바람이.
여전히 삶이 이어져가고 있음을, 살아있음을 상기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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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 C
그것은 이제 우리를 방해하지 못해.
리디안 생환, 러셀 생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