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latte 프사 / 헤더 @말차님

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3

 

원본 시나리오 https://dear-heresy.postype.com/post/7270710

 

KPC 리디안 K. 엔데

PC 러셀 데클란 켄트

 

 
러셀 데클란 켄트:장례식에서...결혼식까지.
 
...
 
-
 
.
 
,
 
.
 
행인: 저기요, 괜찮으세요? 저기요?
 
같은 사람의 목소리가 몇 번이나 되묻습니다.
 
이런, 너무 얼빠져 있었네요.
 
너무 터무니없는 상황이라 잠깐 넋을 놓고 있었더니…
 
눈앞의 사람은 진심으로 당신을 걱정하는 것 같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 (끔찍한 두통과, 가시지 않는 혈향.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머리를 짚으면, 행인의 얼굴이 눈 앞에서 마치 슬라임처럼 흐물흐물하게 일그러집니다.)
... 겠냐?
너 같으면 괜찮겠냐?! (다짜고짜 불쌍한 행인의 멱살을 잡고 윽박지릅니다)
 
행인: 헉, 왜.. 왜 이러시는 건가요?!
 
행인은 당황한 듯 장바구니를 툭 떨굽니다.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던 모양이네요.
 
또한, 그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도중 몸상태가 한결 나아집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야, 저기... 저거, ...누구야?! 여긴 또 어디고?! (한 손으로 붙든 멱살을 이리저리 흔들며, 다른 손으로는 전광판을 가득 채운 인물을 가리킵니다)
 
확인해보면, 상처가 나아있네요.
 
행인: ....허리케인이라도 만나셨나요? 중앙관리체제가 있는 안전지대의 중심 부잖아요!?
 
러셀 데클란 켄트:(그리고... 난 왜, 살아있는 거지?)
 
행인: 그보단 이것 좀 놔주세요!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의심이 가득한 눈길로 행인을 진득하게 응시하던 시선이, 곧 떨어집니다. 그와 동시에 붙잡고 있던 멱살을 대충 던져버리곤)
... ... (다시 전광판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행인: (의아한 눈빛으로 러셀을 째려보다, 곧 진정합니다) ...혹시 리디안님과 아는 사이신 건가요?
 
러셀 데클란 켄트:(자신의 파트너였던 이와 아주 닮아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아니. 몰라. 이젠 전혀 모르는 사인데. (퉁명스레 중얼거립니다.)
(크리처 종식 이후 100년, 이라고 했던가. ...이제와서 일을 귀찮게 만드는 것도 사양이야.)
 
행인: ..네? 리디안님을 모르신다고요?
 
행인의 눈에 순간 당신을 의심하는 빛이 스쳐 지나갑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또 멱살 잡히고 싶냐...? 왜? 그렇게 저 자식이 유명인이야? (그 눈빛에 맞서, 꿋꿋하게 노려봅니다)
 
행인: 기억 상실이라도 왔나요? (러셀의 머리를 자세히 살핍니다) 리디안님은 안전지대의 관리자 시잖아요.
그냥 유명인 정도가 아니라니까요!
 
러셀 데클란 켄트:뭔데 내 머리를 살펴?! 멀쩡하거든?! (당장이라도 행인을 물리적으로 납작하게 만들어주고 싶지만. 분명 소란이 일어날거란 생각에 그만둡니다. 내가 봐 준 거다, 새꺄.)
그래. 잘나신 유명인사 리디안 님은 나랑 엮일 일 따위 없지. 그러니까 하나도 모르는 사이라고. 그게 문제냐?!
이제 됐으니, 꺼져...! (의심스러운 빛을 흘리는 행인에게 또다시 협박하듯 일갈합니다)
 
행인은 어이없다는 눈으로 시간을 확인하더니 짧게 말합니다.
 
행인: 물론이죠. 저도 바쁘니까요. 오늘은 죽은 아내가 돌아오는 날이거든요.
 
러셀 데클란 켄트:뭐? 미쳤냐? 죽은 녀석이 어떻게 돌아와? (마찬가지로 어이가 사라진 채 미간을 구깁니다. 어쩌면 본인이 그 산증인일지도 모르는데도.)
 
그러자 행인은 한층 더 이상한 눈으로 당신을 응시합니다.
 
행인: 정말, 왜 그러세요. 죽은 사람은 장례로부터 1년 후에 돌아오는 게 당연하잖아요?
 
그 말을 끝으로 행인은 장바구니를 주워 길을 마저 걸어갑니다.
 
……이 세계는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건가요?
 
러셀 데클란 켄트:뭔... ...
개...소리야? (그제야 100년의 공백을 실감하며. 행인의 뒷모습을 향해 벙찐 채로 멍하니 중얼거립니다)
 
그는 100년동안 늙지도 죽지도 않는 리디안에 관해선 어떠한 의문도 품지 않습니다.
 
그야, 이 클리셰 SF 시나리오는 죽은 사람도 돌아오는 세계관이 되어버렸거든요.
 
1/1D3
 
SAN C 1/1D3
 
러셀 데클란 켄트:(...100년이나 지났는데. 저 전광판의 리디안은 본인이라기보다는 리디안의 손자뻘쯤 되어야 하는 거 아냐? 당연한 의문이 그제야 머리를 스칩니다.)
(그리고, 제 인간으로서의 삶을 끝냈을 때. 세계를 궤멸시키려 했던 그 무지성의 신에 대해서도.)
(혹시...또 그런 X같은 의식이라도 하고 있는 거 아냐?!)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야!! 장례에 수상쩍은 제물이라던가 내놓는 건 아니겠지, 새꺄?! (이미 떠나간 장바구니의 행인 대신, 또다른 불쌍한 희생자의 발을 걸어 바닥에 패대기치며 묻습니다)
 
지나가던 행인 하나가 당신의 발에 걸려 넘어집니다.
 
행인: 아아..!! 누, 누구신가요-?!
 
러셀 데클란 켄트:그건 알 바 없어. 질문에나 똑바로 대답해...! 뒤진 놈이 장례 끝에 다시 돌아온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 (바닥에 쓰러진 행인의 등을 적당한 강도로 짓밟습니다)
 
행인: 우..우아아악!! (비명을 내지르고는, 덜덜 떨며 질문에 답해줍니다) 네? 장...장례라면...
죽은 후에 시체를 관리자님께 보내면, 관리자님께서 안드로이드로 만들어 돌려주시는 거예요. (바둥거립니다)
 
즉 그런 뜻입니다.
 
리디안은 독재자고, 조금 많이 미쳤습니다.
 
그보다 100년 후라면 그는 어떻게 그때와 똑같은 모습인 걸까요?
 
분명 그 때, 마지막으로 본 그는 분명히...
 
러셀 데클란 켄트:...안드로이드? 그게 살아 돌아왔다고 할 수 있는 거냐? 하여간 100년 뒤의 인간들이란... 뇌가 퇴화해서 쪼그라들었나...! (밟고 있던 행인을 툭 차서, 데굴데굴 굴려버립니다)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설마. 엔데, 이 자식도...?!)
 
그는 인간이었습니다
 
당시의 상황이 또렷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그것만은 어떻게 잊겠어요,
 
당신도 한 번 겪었던 감각 아닌가요.
 
러셀 데클란 켄트:...인간이었어. 분명, 내 손목을 잡고 있던 그 녀석은... (행인을 저 멀리 날려버린 뒤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곤, 뺨에 남은 흉터를 거칠게 문지릅니다)
... ... (이제와서 돌아왔다고 말하기도 우습고, 이미 한 때 놓아버렸던 과거의 미련을 어떻게 해 볼 생각도 없지만...)
(100년 뒤인 지금. 이 자식이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듭니다.)
(잠깐 보는 정도면 괜찮겠지. 들키지 않을 정도로... ...)
(그런 느슨한 생각과 함께. 전광판에 걸린 사내의 얼굴을, 그의 눈가에 걸린 안대를 노려봅니다)
 
러셀은 전광판을 노려봅니다.
 
한 때는 아는 얼굴이었지만, 이제는 너무 달라져버린 그를
 
만나기 위해서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러셀 데클란 켄트:(끝없이 굴러가던 행인의 어깨를 콱 밟아 선의 한 점 없이 멈춰 주곤, 몸을 숙여 묻습니다)
리디안은 어디 있어? 잘나신 나리 먼 발치에서나마 한 번쯤 구경해보고 싶은데.
 
당신의 협박에 덜덜 떨던 행인은 중심부에 있는 가장 높은 건물을 가리킵니다.
 
아, 저곳은…
 
AOC의 건물입니다.
 
행인이 발 아래에서 작게 중얼거립니다.
 
행인: 그.. 그런데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만날 수 있는 분은...
 
러셀 데클란 켄트:뭐라고? 잘 안 들리는데.
 
행인: ...아니면 리디안님의 뭐라도 되시는 건가요? (작게 묻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 ...
너는 뭐라도 되냐? 용건 끝났으니까 얌전히 구석에 처박혀 있어, 새꺄.
(툭, 움직임이 멈췄던 행인을 자비없이 다시 굴려버리고는 툴툴대며 AOC의 건물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저 건물에 엮인 악연은 이제 셀 수조차 없네. ...빌어먹을.)
 
그 말에 행인은 덜덜 떨더니, 거리로 달려나가 사라집니다.
 
아무래도 질긴 인연인가봅니다.
 
AOC로 가는 길, 러셀은 새로운 안전지대의 시민들을 봅니다.
 
안드로이드의 연인이 된 사람,
 
리디안을 신으로 모시는 사람,
 
발달된 기술의 힘으로 도움을 받는 사람…
 
여러 사람들이 있지만 리디안의 체제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마치 모두가 반드시 행복해지는 꿈을 꾸는 것 같아요.
 
러셀 데클란 켄트:(전부 놓아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죽었던 놈이 되살아나는 클리셰 따위는 끔찍할 뿐이야. 이딴 꼴을 봐야 하니까.)
(주머니에 두 손을 꽂아 넣은 채로, 거리의 풍경을 흘겨보며 앞서 나아갑니다)
 
당신은 끔찍한 광경이라고 생각하며,
 
거리를 걸어 익숙한 길을 나아갑니다.
 
한층 더 세련된 외관으로 단장한 AOC 건물의 입구로 진입하면,
 
당연하게도 그 앞을 지키고 선 사람들이 당신을 제지합니다.
 
리디안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는 이 벽을 넘어야겠죠!
 
러셀 데클란 켄트:귀한 곳에 누추한 시민은 못 들어간다 이거냐? (제지하는 이들에게 시비를 걸며 눈을 찡그립니다.)
 
문지기: 신원을 파악할 수 없는 인원은 들여보낼 수 없습니다. (단단하게 가로막고 섭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 ... (형식상으론 당연히 맞는 말이지만 상당히 거슬립니다. 한 때는 자타공인 AOC의 최강의 요원으로서, 이 건물에 근무했던 대부분의 조무래기들이 내 앞에선 감히 고개도 못 들었는데... 감히?)
내가 누군지 알면 그런식으론 못 굴 텐데. 전달받은 거 없어? 후회하기 전에 비켜. (으름장을 놓으며, 위협적으로 문지기의 가슴팍을 툭툭 건드립니다)
위협
기준치: 75/37/15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비키라고.
위협
기준치: 75/37/15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당신의 위협에도, 문지기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상대적으로 덩치에서 밀리니까 우습게 보는 건가...새끼가...! 날카로운 이를 빠득, 가는 소리가 울립니다)
야. 너네 기억해뒀다. 존X게 깨질 각오나 해둬, 멍청한 놈들...! (특유의 험악하게 생긴 인상을 한껏 비틀며 협박합니다)
외모
기준치: 90/45/18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험악.. 하기는 커녕
 
매끈하고 동그란 얼굴을 들이밀자, 문지기들은 제법 당황한 기색입니다.
 
문을 가로막은 태세는 여전합니다.
 
다만, 입구에서 누군가 난동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 했는지
 
한 문지기가 귓가에 손을 대고는 무어라 말을 전합니다.
 
그 연락에 곧 경호원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딘가에 연락을 넣습니다.
 
문지기: 올라오시라고 하네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그들이 당신을 들여 보내면,
 
문지기들은 당신을 엘리베이터 앞으로 안내합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그냥 전부 으깨버리면 그만인데... 내가 왜 여기서 개X랄을 하고 있지?)
(당황한 듯한 문지기들이 엘리베이터로 안내하면, 한 번씩 짜증 가득한 시선으로 노려봐주곤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릅니다.)
(...이렇게 되면 직접 만나게 될 수밖에 없는 건가. ...하는 수 없겠지만.)
 
당신을 태운 기기는 빠른 속도로 리디안이 있는 곳까지 올라갑니다.
 
엘리베이터는 유리로 되어있어 야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팔짱을 낀 채로 유리벽의 한 켠에 기대, 눈을 내리깔고 야경을 내려다봅니다. ...이게, 엔데가 관리하고 있는 안전지대인가.)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가장 높은 건물보다도 높은 하늘, 검은 상자가 허공에 떠 있습니다.
 
자색 전류가 흐르는 물건은 마치 감시카메라 같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 드론...인가? (라기에는, 꽤나 기이한 형태의 상자입니다. 이미 도시 꼴을 보아하니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경지에서는 수억 광년 벗어난 것 같긴 했지만.)
 
얼마나 올라갔을까요,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도착합니다.
 
고급스러운 복도 너머로 마중을 나온 수행원이 당신을 안내합니다.
 
최고층의 가장 안쪽 방, 소장실이 있던 곳은 이제 리디안이 차지했습니다.
 
문득 영문 모를 불안이 목구멍까지 차오릅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거추장스럽기 그지없는 수행원의 안내를 무시하고 먼저 안쪽 방을 향해 걸어갑니다.)
(... ...리디안 엔데.)
(막상 100년 뒤의 그를 마주하려니, 잠시 나아가던 발걸음이 멎습니다.)
(절박한 표정으로 흐느끼듯 중얼거리던 그와의 작별이 다시금 눈 앞에 선명히 새겨지면서.)
(...하지만. 설령 지금의 그가 어떤 방식으로 변했다고 할지라도.)
(그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대한 안도가 불안에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머뭇거리던 발을 떼어 다시금 안쪽 방으로 향합니다. 자신을 기다리는 게 무엇이든지, 마주하기 위해서.)
 
수행원이 열어준 문 안으로 발을 딛습니다.
 
...
 
전면 유리창을 향해 돌아선 뒷모습이 낯익습니다.
 
인기척을 느낀 듯 천천히 돌아보는 리디안의 얼굴에는 화면과 똑같이 안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00년이라는 세월은 정말 실감 나지 않습니다.
 
그야, 당신과 그는 이렇게나 그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서로를 응시하고 있는걸요.
 
잠시 간의 침묵, 리디안의 표정을 읽기 어렵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 ...엔데. (이어진 침묵 끝에, 그의 이름을 입에 담습니다.)
심리학
기준치: 10/5/2
굴림: 58
판정결과: 실패
 
리디안 k. 엔데:...데클란. 당신, 정말 당신이군요..
 
그는 당신에게 천천히 다가오며, 감회에 젖은 듯 당신의 팔을 붙잡습니다.
 
여전히 그는 표정을 읽기 어렵습니다.
 
가느다란 머리카락 몇 가닥이 그의 이마를 타고 내려오나 싶더니, 안대 위에 안착합니다.
 
리디안 k. 엔데:... (러셀의 어깨를 가볍게 끌어안습니다. 읽기 어려운 표정, 낯선 형태. 그러나 여전히 익숙한 음성으로)
 
러셀 데클란 켄트:(가만히 올려다본 그의 외눈에 넋을 잃은 찰나, 어깨를 감싸오는 팔에 잠시 몸을 움츠립니다.)
(...이래서, 널 다시 보고 싶지 않았던 거야.)
(더 이상 그 약속은 지킬 수 없는데. ...그 때의 열망만큼은 떠올리고야 마니까.)
... ...살아남아줘서 고맙다, 짜샤.
(꿍얼거리듯 중얼거리곤, 자연스레 리디안의 품에서 떨어집니다) ...너, 대체 여기서 하고 있는 거야?
 
리디안 k. 엔데:... (고개를 숙여 러셀의 목덜미에 고개를 부비더니, 손으로 러셀의 길어진 머리칼을 쓰다듬다 도로 고개를 들어 뺨 위에 손을 얹습니다)
..그런 것보다는, 흉터가 생겼군요.
아프지는 않습니까. (하나뿐인 시선이 러셀의 눈을 응시합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이 정도는 별 것도 아니야. (뺨에 닿은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곧 고개를 저어보입니다)
네가 잘 살아있는 걸 봤으니 됐어. 100년 뒤라니 좀 얼떨떨하긴 해도.
...근데 장례니, 안드로이드니.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이상한 짓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네 눈도 그렇고. ...상처. 덧난 거냐?
(들어올린 손이, 리디안의 왼눈을 감싼 안대 쪽으로 향합니다)
 
리디안 k. 엔데:....마음에 듭니까? (애교라도 부리듯, 눈을 감고선 러셀의 손길에 몸을 맡기다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싶더니, 이내 그는 그대로 손 모양을 바꿔 옆을 가리킵니다.
 
리디안 k. 엔데:이야기가 길어지겠네요. 오는데 힘들었을 텐데, 식사라도 하면서 이야기하는 편이 어떻습니까?
 
그렇게 말하는 그는 당신을 최상층의 식당으로 안내합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아니, ...난 이제 돌아갈 건데... ... (까지 말하기도 잠시. 리디안에게 이끌리듯 식당으로 향하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래, 식사 정도라면야... ...그리고 사실 돌아갈 곳 따위도 없긴 하지만.)
 
리디안 k. 엔데:당신과 제가 어떤 사이였는데, 이대로 보내면 내 마음이 편치도 못할 겁니다. (가볍게 웃고는 테이블의 의자를 빼어 러셀을 에스코트합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 파트너긴 했지. ...알겠다고. (어쩐지 조금 머쓱한 기분으로 리디안이 빼 준 의자에 앉습니다.)
(예전에는 리디안이 일하던 빵집에서 가져온 샌드위치로 대충 저녁을 때우곤 했었지. 그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지만, 역시 마음 한 구석이 석연치 않습니다)
 
새하얀 테이블보가 깔린 직사각형 식탁 위로 섬세하게 세공된 은색 식기들이 하나둘 올라갑니다.
 
따뜻한 수프와 바게트, 소스와 아스파라거스가 어우러진 폭립 스테이크와 풍미가 훌륭한 와인까지!
 
접시마다 담긴 음식은 전부 식욕을 돋우는 것들입니다.
 
그러고 보니 식사를 꽤 굶은 것 같아요.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먹은 게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리디안 k. 엔데:(러셀의 앞에 놓인 식기들을 바라보다 맞은편의 자리로 가 앉습니다. 장갑을 낀 손으로 턱을 괴다가) 글쎄요, 당신이 없던 사이에 여러 가지로 일이 있었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적어도 100년 이상은 아무것도 못 먹었으니까. 의식도 없었지만.)
(급작스레 찾아온 허기 탓에 메인 디쉬부터 손을 대려던 찰나, 리디안이 말을 꺼내면 고개를 듭니다) ...여러 가지?
 
리디안 k. 엔데:네, 여러 가지요. (마찬가지로 나이프를 들어 스테이크를 썰기 시작합니다)
 
접시가 가볍게 눌리며 테이블 시트가 약간 구겨집니다.
 
디너 테이블의 끝과 끝, 확실한 거리감 사이에서 입을 먼저 뗀 사람은 리디안입니다.
 
리디안 k. 엔데: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벌써 100년전이지 않습니까. (손을 가만히 멈추고는)
 
러셀 데클란 켄트:그건 그렇지. ...상상도 못했으니까. (100년 뒤에 다시 깨어날 줄은, 이란 말은 조각난 스테이크와 함께 목구멍 안으로 집어넣어버립니다)
 
리디안 k. 엔데:...내게 약속한 당신이 그렇게 가버린 이후.. 정말 많이 슬펐지만, (짧게 침묵합니다) ...안심하십쇼. 당신이 목숨과 맞바꿔 지킨 안전지대는 내가 보호하고 있으니까요.
당신의 파트너인 제가 아니라면 누가 따로 이 도시를 지키겠습니까? (눈을 접어 웃고는, 와인잔을 가볍게 흔듭니다)
이 세계에서는, 아무도 굶지 않고, 아무도 외롭지 않고, 아무도 죄를 범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나의 통제와 계산으로만 굴러가고 있죠.
...꽤나 편리한 제도 아닙니까? (잔을 들고는) 자, 목이 마를 텐데 건배라도 할까요?
 
러셀 데클란 켄트:... (약속, 이란 말에는 잠시 움찔했다가. 눈을 가늘게 뜨고 중얼거립니다) ...그건 다행이지만. 역시 이해할 수 없는 것들 뿐이라니까.
그러지 뭐. (허술한 월세방에서 맥주 두 캔을 나눠 들이키던 나날을 떠올리며, 마주 잔을 듭니다)
 
리디안 k. 엔데:(가볍게 건배하고는, 러셀을 바라보며 웃으며 입가로 잔을 가져갑니다) 삶이란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 아니겠습니까.
 
러셀 데클란 켄트:(잔에 든 내용물을 단숨에 들이키고는 테이블 위에 내려놓습니다) ...그래서.
넌 만족하고 있어? 지금의 삶에. ... 난, 내 정의를 따라... ...네 미래를 지켜낸 거겠지?
(갈수록 혼잣말처럼 흐려지는 말은, 텅 빈 잔에 가득 담겨 울립니다)
 
리디안 k. 엔데:...그럼요. 그날 당신이 몸소 보여준 숭고한 희생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붉은 잔 너머의 붉은 눈을 응시합니다)
이런 세상을 유지하는 것만이 나의 정의라고.
아직도 모르겠습니까? 당신이 가르쳐준 겁니다.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서는 영웅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문득 러셀은 가벼운 현기증을 느낍니다.
 
만찬 속 와인의 도수가 높았던가요?
 
화끈거리는 체온, 약간의 구토감.
 
확실한 몸의 이상 신호를 느끼는 가운데 그는 말을 멈추지 않습니다.
 
리디안 k. 엔데:(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붉은 와인을 그대로 바닥에 부어 버립니다)
당신에게는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없었다면, 그 사건이 없었다면.
진정한 평화란 무엇인지 평생 알지 못한채 무지한 죄의식에 매여 살았을 겁니다. 그러니까,
 
휘청, 당신은 기울어지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대로 수프 그릇에 뺨을 처박습니다.
 
새하얀 크림 수프 위로 붉은 포도주가 흐릅니다.
 
아니, 아니죠. 이건 당신의 피입니다.
 
눈, 코, 입, 양 귀에서부터 미친 듯이 피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팔도, 다리도, 마치 육체의 주도권을 잃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리디안 k. 엔데:(뚜벅뚜벅 걸어 러셀의 곁으로 다가갑니다. 피가 흐르는 뺨을 사랑스럽다는 듯 쓰다듬고는, 그대로 허리를 숙여 속삭입니다. 마치 지루하다는 투로)
 
러셀 데클란 켄트:...?! ...? ... ... (흐려지는 의식과, 쏟아지는 피의 계곡. 뺨을 홧홧하게 데우는 수프의 끈적한 감각 따위는 떠올릴 새도 없이.)
무, 슨, 말을... ...
 
러셀 데클란 켄트: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
(끊어지며 허공에 흩어지는 문장.)
(형형하게 번뜩이는 눈동자는 리디안에게 닿지 못하고 테이블의 바닥에 머무르며 흐려집니다.)
난, 아무 것도... ...
(몰라.)
(네가 살아가는 미래, 네가 만들어 낸 이 평화,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러셀 데클란 켄트:(...그리고, 에 대한 것도. 전부.)
 
러셀이 완전히 의식을 잃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것은,
 
냅킨으로 입가를 닦으며 어딘가에 통화를 거는 리디안의 모습입니다.
 
그는 쓰러진 당신에게 조금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 SYSTEM : 꺼져가는 의식의 틈을 비집고, 러셀의 '소중한' 기억이 일부 회복됩니다. ]
 
...
 
당신은 거친 호흡과 함께 눈을 뜹니다. 깜빡, 깜빡.
 
이곳은 가정집입니다.
 
커튼 위에는 색색의 싸구려 전구가 당신의 눈꺼풀과 함께 깜빡이며 알록달록한 빛을 내고 있습니다.
 
TV에서는 크리스마스 특선 B급 클리셰 SF 영화가 방송되고 있습니다.
 
이런, 주인공은 악당의 계략에 당해 수프 그릇에 코를 처박고 죽어버렸네요.
 
러셀 데클란 켄트:... ... (깊은 잠에서 깨어나, 멀뚱히 천장을 바라보던 시선이 곧 시끄럽게 노이즈를 내는 TV로 향합니다)
이, 미친 또라이 개자식...!! (그리고 차오르는 분노로, 제 곁에 떨어진 리모컨을 집어들어 TV의 화면을 향해 힘껏 던져버립니다)
그래, 그렇게 아무 설명도 없이 죽여버리면 그만이란 거지... ...! 리디안 엔데, 이, ... ... (씩씩거리며 잔뜩 화를 내뱉고 있자면, 놀랍게도. 잠시간의 여백 끝에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습니다)
 
리디안 k. 엔데:...뭡니까.
 
차분한 목소리에 시선을 돌리면,
 
리디안 k. 엔데:..그 정도로 재미가 없습니까? 애꿎은 TV에 화풀이를 하다뇨.
 
머그잔에 담긴 커피를 홀짝이던 리디안이 문턱에 기댄 채 의아한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뭐야?!?!?!?!
 
내내 누워있었는지, 뺨에 남은 시트 자국이 선명합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그게 리디안이 선택한 미래라면. 하고 감상에 젖어 있을 여유 따위도 없이.)
(곧장 눈 앞에 나타난 본인의 모습에, 얼빠진 목소리를 냅니다)
 
리디안 k. 엔데:잠 깼으면 슬슬 일어나십쇼. 케이크 준비를 하기로 약속했지 않습니까.
모처럼의 크리스마스라고 혼자 신날 때는 언제더니, 잠꼬대입니까.
 
러셀 데클란 켄트:케이크? 뭔 소리야, 난 그딴 건 하나도... ...
 
당신을 재촉하는 목소리가 잠결처럼 몽롱합니다.
 
꿈을 꿨나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문득, 이대로도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면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 ...크리스마스? 아니. 넌... (혼란스러운 듯 주위를 살피는 시선이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4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허공에 뜬 눈동자와 눈이 마주칩니다.
 
익숙한 색깔의 눈알은 자색으로 빛나고 있어요.
 
그것을 한참 바라보고 있자니 천천히 기억의 파편이 돌아옵니다.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당신에게는 할 일이 있습니다.
 
리디안 k. 엔데:(고개를 갸웃하고는, 러셀의 곁으로 가 앉아 머그잔을 내밉니다)
...무슨 꿈을 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면 오늘 정도는 쉬어도 괜찮습니다.
(제 커피잔을 앞의 탁상에 내려두고, 담요를 러셀의 어깨에 덮어줍니다. 담요를 덮어준 팔이 그대로 러셀의 어깨를 끌어안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 ... (허공에 뜬 눈동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제 어깨를 안은 리디안의 팔에 기대 속삭입니다)
너... 저 눈동자가 뭔지 알아?
(따뜻한 체온이 선명하게 닿아오지만, ...어색하기만 합니다. 이게 과연 내가 바라던 걸까.)
 
리디안 k. 엔데:...글쎄요, 제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만. (부드럽게 시선을 돌려, 러셀의 눈을 바라보다 손바닥으로 러셀의 이마를 쓸어줍니다)
(머그잔을 잡았던 손바닥은 따뜻합니다) ...이런, 누가 당신을 겁먹게 했나 보군요.
재미없는 TV 시리즈입니까? (가볍게 웃고는, 그러니 TV를 너무 자주 보진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라며 덧붙입니다_
 
러셀 데클란 켄트:... ...안 보인다고. (미약한 울적함이 담긴 시선이 허공을 헤메다가.)
맞아. ...두려워. 배신당하는 꼴에는 이제 질릴 만큼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기대고 있던 팔에서 멀어져, 창 너머로 고개를 돌립니다)
... ...아니었어. 오랜만에 만난 그 녀석에게 아무런 설명도 못 듣고 뒤통수를 얻어맞는 건...
역시 전혀 즐겁지 않아.
이건 내 허술한 꿈에 불과하겠지. 넌 이렇게 내게 상냥했던 적이 없잖아. 안 그래? 엔데. (자조하듯 비웃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해야 할 일이 있어. ...그러니, 아무리 괴롭더라도 눈을 돌릴 수는 없어.
 
리디안 k. 엔데:...그렇습니까. (자신에게서 떨어져 일어선 러셀을, 찰나지만 쓸쓸한 표정으로 응시합니다)
 
푹신한 소파에 잠기듯 기댄 그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읊조립니다.
 
리디안 k. 엔데:...후회할 겁니다.
아주 많이 아플 거고, 아주 많이 괴로울 겁니다.
이제 도망쳐도 됩니다. 당신은 자유니까요. 더 이상 당신을, 괴물이라는 이름으로. 최강이라는 이름으로 얽매는 사람도 없습니다.
쉬어도 됩니다. 데클란. 어차피 모두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 따위는 멀어진 지 오래이지 않습니까.
 
러셀 데클란 켄트:난 누군가가 존경하고 우러러 볼 영웅은 되지 못할지라도.
...적어도, 스스로 후회할 만한 일은 하고 싶지 않거든.
그러니 아프고 괴로워도 상관 없어. ...이건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도망치지 않고, 계속 싸우겠어.
(창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눈빛이, 잠시 소파에 기댄 리디안에게 머무릅니다.)
(표정을 잘 읽을 수 없는 무심한 얼굴, 눈썹 사이로 흘러내린 머리카락과 한 쪽 눈가에 자리한 흉터. 자신이 기억하는, 그에 대한 모든 것들을 두 눈동자에 한없이 담아내고는.)
 
러셀 데클란 켄트:...네 행복을 위해서. 엔데.
 
리디안 k. 엔데:...당신은, (깊은 생각에 골몰하지만, 흔들림 없는 시선이 러셀과 마주합니다)
 
100년 후, 크리쳐는 사라졌지만, 세계는 이전보다도 기이해졌습니다.
 
리디안은 이상해졌고, 기억은 여전히 엉망진창입니다.
 
소중했던 건 하나도 남지 않았어요.
 
이제껏 잘 싸워주었습니다.
 
이곳에서 포기해도 괜찮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너.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거든. 그건 내가 바라던 네 미래가 아니라서. ...별로야.
마음에 안 들어. 하나도.
난 포기 따위 안 하니까, 네 쪽에서 그만 포기하지 그래? (가벼운 농담 아닌 농담을 섞어 대꾸합니다)
 
리디안 k. 엔데:... (가볍게 웃음이 새는 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은 좀 더 객관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데클란.
 
실내의 모든 조명이 일제히 꺼집니다.
 
문 앞의 조명을 제외하고요.
 
러셀 데클란 켄트:당연하지. 절대로, 넌 날 못 이겨.
(리디안을 지나 문으로 향합니다. 으스러진 싸구려 전구를 짓밟고 나아갑니다.)
(마음 속에 간직했던 추억도, 심장이 타올라가는 듯한 격렬한 감정도. ... 위해서라면 버릴 수 있어.)
(난 이미 한 때 전부 버렸으니까. 두 번 못 할 것도 없잖아.)
...잘 있어. 리디안.
(희미한 미소와 함께 문을 열고 나아갑니다.)
 
소파에 앉은 리디안은 당신을 돌아보지 않습니다.
 
지금부터는 오롯이 당신 혼자만의 싸움입니다.
 
현관문은 오늘따라 단단하고 굳게 잠겨 있지만,
 
손잡이에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쉽게 열립니다.
 
...
 
문고리를 잡고, 나아갈 때
 
작은 목소리를 듣습니다.
 
리디안 k. 엔데:잘 다녀오십쇼. 데클란.
 
...
 
...
 
이번에야말로 거센 기침과 함께 눈을 뜹니다.
 
시야가 어둡고, 여긴 정말…
 
엄청나게 춥네요!
 
누워있는 바닥은 이상하게 불편하며, 퀴퀴한 냄새까지 납니다.
 
어둠에 양 눈이 익숙해지기까지 약간 시간이 걸립니다.
 
숙해진다고 해도 여전히 팔다리가 무거워 마음껏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헉, ... 콜록, 컥, ... ... (밭은 기침을 내뱉으며,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떠올리면. 온 몸이 물을 먹은 듯 무겁기만 합니다.)
건강
기준치: 35/17/7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어떻게 해도 안 움직입니다!
 
잠깐, 이거 팔 아닌가요?
 
설마 지금 시체 더미 위에 올라가 있는 건가요?
 
SAN C
 
SAN C 0/1
 
러셀 데클란 켄트:... ... (입가에 고인 피를 뱉어내고, 팔다리에 힘을 주며 움직이려 시도합니다)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간신히 몸을 움직여 주위를 살펴보면..
 
이상하게도 시체는 전혀 부패하지 않았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냉동 창고라도 되는 건가... (입가에서 번지는 입김과 함께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켜 시체를 바라봅니다)
 
한참을 씨름하던 그 때, 팟! 하는 소리와 함께 손전등 같은 조명이 켜집니다.
 
작은 조명을 든 사람은 무언가를 찾는 듯 시체 더미를 뒤적거리고 있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시체 더미를 뒤적이는 사람의 등 뒤로, 조심스레 다가갑니다. 이 자식을 협박해서 나가면 되겠지...)
은밀행동
기준치: 50/25/10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동작 멈추고, 두 팔 머리 위로 올려. (불쌍한 뒷목을 위협적으로 붙듭니다)
 
당신은 은밀히 다가가 손전등을 든 사람을 위협합니다.
 
잠깐, 낯익은 이목구비는 분명히…
 
브라우니 로페즈:자..자, 잠깐만요~!
 
어렴풋하게 기억이 납니다.
 
다른 지부의 최강의 인류, 브라우니 로페즈입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넌... ... (얼빵하게 생겼던 흐릿한 존재감을 머릿속에서 끼워 맞춰봅니다)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알 게 뭐야?
 
당신은 브라우니의 얼굴에서, 묘한 위화감을 느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아무튼. 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브라우니 로페즈:여기 계셨군요, 데클란님! (익숙한 호칭을 부르곤 위협당하는 중이라는 것도 잊은 채 화색합니다)
 
작은 중얼거림과 함께 그는 다급하게 당신이 입은 군복의 소매를 걷고 주삿바늘을 쑤셔 넣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 야, 이 자식이, (브라우니의 뒷목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어 붙듭니다)
목숨 아까운 줄 모르나보지...?! 죽으면 안드로이드로 돌아오니까 상관 없다, 이거냐?!
 
브라우니 로페즈:진정해요~! 저는 당신 편이에요. 도우러 왔다고요~! (작게 바동거립니다)
 
그 말을 증명하듯, 뻣뻣하던 당신의 몸에 금세 힘이 돌아옵니다.
 
브라우니 로페즈:해독제에요. (쓸모 있죠? 라는 얼굴로 의기양양하게 러셀을 내려봅니다)
 
조명 빛에 의지해 현재 있는 곳을 확인해본다면,
 
이곳은 산더미 같은 시체의 산입니다.
 
SAN C 1/1D3
 
러셀 데클란 켄트:... ... (아무튼 쓸모는 있었지만,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기에. 뚱한 얼굴로 시체의 산을 훑습니다)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이거. 엔데가 이렇게 해 둔 거냐?
 
브라우니 로페즈:(덥석 러셀의 손을 잡고는) 부탁 드릴게 있어요. 오직 데클란님만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아, 따지고보면 그렇겠죠? 이 도시는 리디안님의 명으로 굴러가니..
 
브라우니는 간곡한 표정으로 청합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이거 놔, 임마. (브라우니의 손을 거칠게 떼어내며, 툴툴거립니다) ...부탁?
그 내용에 따라서 생각해볼 테니까. 일단 말해 봐. 안 되면 안 되는 거고. ...그것보다.
...너, 여기서 일하는 거지? 그럼 가 여기 찾아온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거냐?
 
브라우니 로페즈:네! 제가 독을 좀 다루거든요. 난데없이 리디안님께서 독을 준비하라고 해서 여분의 해독제를 만들어 둔 게 이렇게 쓰이네요!
...그게 말하자면 좀 긴데요..
 
러셀 데클란 켄트:길면 긴대로 말해. (팔짱을 꼈다가, 또다시 분노를 담아 낮게 으르렁댑니다) ...그 자식 은 왜 또 그래?!
 
브라우니 로페즈:정확하게는 모르겠어요. 어디까지 아시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 싸움 이후, 리디안님도 열심히 살아보려고 노력하셨어요.
잘 되지는 않았지만요.. 그 일이 있은 직후에 크리쳐도 아니고, 인간들이 테러를 일으켰거든요.
....그 때부터였어요. 리디안님이 좀 이상해진 게요. (눈썹을 축 떨굽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인간들의 테러... ... (눈썹이 꿈틀, 하고 움직입니다)
 
브라우니 로페즈:어쩌면 그 전부터 일지도 모르죠. 소중한 파트너를 잃었으니.. (말을 흐립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그 말에는 굳이 대답하지 않은 채,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브라우니를 응시합니다)
 
브라우니 로페즈:아무튼, 리디안님은 스스로 안전지대의 관리자를 자처하시더니, 반대하는 사람들을 하나씩 숙청해버렸어요.
원래도 그렇게 잔인한 분이셨나요? 이상해요, 꼭 리디안님이 아닌 것처럼..
저도 자세한 일까지는 모르겠지만, 리디안님은 그날 이후로 이상한 힘을 얻으셨어요.
완전히 폐허였던 안전지대도 하루 만에 수복되더니, 기이할 정도로 빠르게 발전했죠. 죽은 사람을 안드로이드로 만드는 기술이라니.. 상상이나 했겠어요?
 
러셀 데클란 켄트:... (이상한 힘. 자신의 피부를 파고들고, 무한한 힘을 부여해 준 바늘의 감촉을 상기해냅니다. ...설마.)
 
브라우니 로페즈:그 안대도, 그날부터 차고 다니신 거예요. 어디서 눈을 잃었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
데클란님, 이 상황이 익숙하냐고 하셨죠? (뒤를 돌아 시체들의 산을 응시합니다) 이 시체들은 전부 폐기된 안드로이드들이에요.
 
러셀 데클란 켄트:이게 안드로이드라고? (명백히 인간의 시체처럼 보이는 것들에 시선이 가닿습니다)
 
브라우니 로페즈:이 도시에서는 흔한 일이죠.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건, 이 일들과 관련한 거예요. (다시 러셀의 손을 덥석 잡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놓고 말해도 상관없잖아. (다시 손을 탁탁 털어내고는) ...알겠으니까. 뭔데?
 
브라우니 로페즈:(쓸쓸하게 빙긋 웃고는) 눈치채셨겠지만, 저는 100년전 데클란님의 싸움에서 같이 죽었답니다.
제가 지금 이곳에 이렇게 존재하는 건, 제 파트너인 제임스가 간곡히 원했기 때문이에요.
그도.. 크리처였기에 당신처럼 죽지 않고 홀로 남았거든요.
...저는 살아있는 브라우니 로페즈가 아니에요. 그저 입력해둔 데이터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일 뿐이죠. (눈을 접어 웃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 ...그래. (그 말에는 굳이 사족을 달지 않습니다. ...살아있는 것처럼 보일 뿐인, 기계.)
 
브라우니 로페즈:리디안님은 제임스의 소원대로 저를 되살렸지만, 그는.. 제가 살아났기 때문에 더 불행해졌어요. (웃는 표정이지만 어쩐지 쓸쓸한 말투입니다)
그래서,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건.. 아시겠죠?
저는 제가 제임스가 원하는 브라우니 로페즈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를 소중히 여기게 되어있기 때문에. 저는 제임스가 더 고통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건 저만의 의견이 아니에요.
 
브라우니가 문 쪽을 가리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말이 많네, 안드로이드 주제에. (퉁명스럽게 말하면서도 브라우니를 무시하는 건 아닌 듯, 눈꺼풀이 희미하게 떨립니다)
 
브라우니 외에도 세상을 떠나지 못한 망자들이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며 서성이고 있습니다.
 
브라우니 로페즈:...미안해요, 그렇게 입력되어 있으니까. (가볍게 웃습니다)
중앙 관리 체제를 부수는 것만으로도, 과거에 사는 우리는 죽을 수 있어요.
반대로, 산 자들에게는 미래가 생기는 거죠.
 
러셀 데클란 켄트:... ...
(과거에 사는 자들. 그 범위엔, 분명 나도 포함되어 있겠지.)
(한낱 고철 덩어리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산 자들의, 미래를 위해. 제 삶을 끊어내, 그들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 안 그래도 그럴 참이었으니까.
알겠어. 말 많은 녀석.
 
브라우니 로페즈:고마워요. 데클란님은 사실은, 상냥한 분이니까. (빙긋 웃습니다)
지금의 안드로이드들을 죽이는 것만으로는 안 돼요.
그들은 새로운 몸으로 다시 만들어질 테니까요.
저는 프로그래밍 된 명령 때문에 중앙 관리 체제를 부술 수 없어요..
하늘에 뜬 박스를 보셨나요? 그 안에 모든 전력을 공급하는 중앙 관리 체제가 있어요.
그걸 부숴주세요. 이곳에 맞서 싸울 사람은 남아 있지 않아요. (울적하지만, 곧은 시선이 기대를 담아 러셀을 응시합니다)
 
브라우니 로페즈:부탁해요, 리디안님을 막을 수 있는 건 데클란님 뿐이에요.
 
SAN C 1D2/1D4
 
러셀 데클란 켄트:나도 알아. 그 녀석, 따분하고 고리타분한 데다가 말도 더럽게 안 들어 먹으니까.
나 정도의 능력도 없으면 그 자식을 어떻게 막겠어?
(이미 스스로도 알고 있습니다. 이건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1
 
러셀 데클란 켄트:(결국 버리지 못한 괴로움과 응어리진 슬픔은 남을지라도.)
(이 일에 망설임도, 후회 따위도 없을 테니까.)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이 이야기의 내막에 제삼자가 관여되어 있음을 깨닫습니다.
 
당신과 리디안을 알고 있고, 말도 안 되는 힘을 부여할 수 있는 자.
 
당신도 이미 겪은 적이 있죠.
 
맞습니다. 미고입니다.
 
그러나 그는, 현재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죠.
 
러셀 데클란 켄트:(말했었지.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다고.)
(만약 다시 죽는다면. ...다시 그 녀석을 마주칠 수 있을까. 도박에 불과하겠지만.)
 
당신이 부탁에 응하자, 브라우니는 기쁜 얼굴로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브라우니 로페즈:중앙 관리 체제에는 반경 1km의 강력한 쉴드가 펼쳐져 있어요. 그걸 부수기 위해선 안전지대의 남쪽과 북쪽, 총 두 곳에서 쉴드의 약점을 파괴해야 해요,
민간인에게 방해받거나 목격되지 않는 곳, 그리고 탄환의 사정거리 내에 있는 곳은… 여기예요.
 
브라우니는 품에서 지도를 꺼내, 각각 (구) AOC와 X제약 회사를 가리킵니다.
 
브라우니 로페즈:지금 위치는 AOC 건물의 지하거든요. 이쪽부터 시작하는 편이 좋겠어요. 옥상이라면, 저격하는 것도 수월하실 테니까!
죄송해요, 데클란님. 제가 더 해드릴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에요..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고철 뭉치한테 더 바라는 것도 없으니까. 됐어. 충분해.
... ...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 입을 엽니다)
넌. 살고 싶지 않아?
 
브라우니 로페즈:...애초에 살아 있지 않은걸요. (러셀의 이야기에 빙긋 웃습니다) "진짜" 저였다면, 분명 어떻게 해서든 제임스의 곁에 있었을 거예요.
참, 데클란님. 이건 선물이에요.
 
브라우니는 단검 한 정과, 익숙한 라이플을 건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 그래. 기계한테 별 걸 다 물어보다니. 내가 정말 미친 게 틀림없지.
(흐트러져 뺨에 엉겨붙은 머리카락을 떼어내다, 브라우니가 내미는 무기들을 챙겨듭니다. 손에 감겨드는 건 한없이 익숙한 감촉.)
 
브라우니 로페즈:탄환이 적어서.. 몇 발 넣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실드를 파괴할 정도라면 충분할 거예요.
 
러셀 데클란 켄트:(총기를 간단히 점검하고, 어깨에 챙겨 멥니다) 그럼.
간다.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 게 좋을 테니까.
그 녀석에게도, 너에게도.
 
브라우니 로페즈:네.. 조심히 잘 다녀오세요.
 
브라우니는 당신의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배웅합니다.
 
당신은 그를 뒤로한 채, 또다시 사명이라는 무게를 짊어지고 옥상으로 향합니다.
 
건물의 층수는 100년 전 그대로 36층이며, 러셀은 지하 1층의 안드로이드 폐기 창고에서 옥상까지 올라갑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브라우니를 내버려둔 채 지하에서 빠져나와 빠른 발걸음으로 계단을 오릅니다. 옥상으로 향하고 있으면,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기억까지 한꺼번에 밀려들어 머릿속을 침범합니다)
기준치: 70/35/14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3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머리가, 아프다고... 제기랄...!
 
계단을 올라가던 러셀은, 층을 지키던 경호원과 마주합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잠시 정신이 흐트러진 참에, 경호원과 마주칩니다. ...젠장.)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아무리 사람과 닮았다 한들,
 
감각의 극치에 오른 당신이 구분하지 못할 리 없습니다.
 
저들은 안드로이드입니다.
 
싸우겠습니까, 싸우지 않겠습니까?
 
러셀 데클란 켄트:(어차피 자의식도 없는 존재들이기에. 생체형 크리처와 싸우던 지난 날보다 훨씬 무감하게 쓰러뜨릴 수 있지만.)
(괜히 탄환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있는 힘껏 가속해, 돌파합니다) 2
명중 부위
 
당신은 당신을 공격하는 안드로이드를 뚫고 지나갑니다.
 
어쩌면, 이것이 당신이 상대를 죽이지 않고 회피하는 최초의 전투일 수도 있겠습니다.
 
안드로이드가 휘두른 팔에 배를 맞아, 욱신거리는 복통과 함께
 
자리를 회피합니다.
 
러셀 HP -2
 
러셀 데클란 켄트: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으깨버릴 걸...! (얻어맞은 배에 욕지기를 일삼으며, 멈추지 않고 위층으로 나아갑니다)
기준치: 80/40/16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2
 
러셀 데클란 켄트: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다급히 두 세 계단씩 한꺼번에 오르던 탓에, 그만 발목을 삐끗합니다)
 
러셀이 발목을 삐끗해, 기우뚱하는 사이
 
순찰을 돌던 경호원에게 발각됩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귀찮게...! (빠득, 소리와 함께 이를 갈며 경호원을 한껏 노려봅니다)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알아볼 수 있습니다.
 
저들이 인간과 꼭 빼닮은 안드로이드라는 사실을요.
 
싸우겠습니까, 싸우지 않겠습니까?
 
러셀 데클란 켄트:(저깟 고물 따위. 스스로의 입으로 살아있지 않다고 말했을 텐데도.)
...비켜! (총구를 겨누며 위협하다, 손아귀 안에서 한 바퀴 돌려 잡아 개머리판으로 경호원을 밀치고 달려나갑니다) 2
명중 부위
 
저들이 인간과 닮았기 때문일까요.
 
혹은, 어쩌면 리디안도 저들과 같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일까요.
 
당신은 이번에도 싸우지 않기를 선택합니다.
 
개머리판으로 안드로이드를 밀치며 후퇴합니다.
 
당신은 그들을 뿌리치려다 복부를 얻어맞고 맙니다.
 
같은 곳을 또 얻어맞았기 때문인지, 뭉근한 고통이 느껴집니다.
 
러셀, HP -2
 
러셀 데클란 켄트:야, 씨X, 때렸던 데를 또 때리냐...! 빌어처먹을 자식들!!
(왼손으로 배를 움켜잡고 신음하다, 간신히 총을 고쳐 쥐곤 다시 위층으로 향합니다.)
(... ...리디안. 다시 만나면, 무조건 한 대는 때려주겠어...!)
기준치: 90/45/18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이마를 타고 흐르는 혈향 섞인 땀을 훔치며 전진합니다)
기준치: 90/45/18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러셀 데클란 켄트:6
교육
기준치: 70/35/14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러셀은 들키지 않고 60 층으로 향합니다.
 
이곳에는 회의실이 있습니다.
 
당신은 회의는 끔찍하게도 싫어했지만,
 
이곳이라면 유용한 정보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간부급과의 회의 따위... 적당히 책상에 발 올리고 졸다보면 끝나는 허울 좋은 시간에 불과했었지.)
(회의실의 문을 박차고 들어가, 총을 겨눈 채로 주의를 기울이며 내부를 살핍니다)
 
러셀은 회의가 끝난 자료실에서 자료를 발견합니다.
 
현재의 안전지대를 관리하고 안드로이드를 운영하는 것은, 중앙 관리 체제라는 기계입니다
 
내부 구조는 탐사자가 가진 지식으로 알아보기 힘드나,
 
막대한 마력이 소모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래요, 최소한 작은 나라의 국민이 가진 마력의 총량만큼은 있어야…
 
중앙 관리 체제가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하는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그게 안전지대 시민들의 마력을 원동력으로 삼아 돌아가고 있던 건가요?
 
문득, 올라가며 마주친 안드로이드를 떠올립니다.
 
생명을 운용하기 위해 생명을 소모한다,
 
리디안 답지 않은 기이한 발상입니다.
 
SAN C 0/1
 
러셀 데클란 켄트:...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 거야? 멍청한 자식. 바보에, 띨빵한 데다가, 생각이라곤 한 톨만큼도 없는 자식이...!
(온갖 욕설을 내뱉으며, 회의실의 테이블 위에 흩어 놓은 자료를 엉망으로 헤집어 놓습니다)
SAN Roll
기준치: 67/33/13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역시, ...버릇을 제대로 고쳐 두는 수밖에.
(테이블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종이 뭉치들을 흘끗 바라보다, 곧 자리를 박차고 나가 다시 계단으로 향합니다)
기준치: 90/45/18
굴림: 4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러셀 데클란 켄트:4
 
러셀 데클란 켄트:(욱신, 또다시 복부를 관통하는 통증이 전신을 타고 흐릅니다)
건강
기준치: 35/17/7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깟 거에 굴복할 거면, 애초에 시도도 안 했어...!
 
러셀은 기척을 죽이고 72층으로 향합니다.
 
복부의 통증을 애써 무시합니다.
 
당신은 옥상으로 향하던 도중, 자료실 문이 열린 것을 발견합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그 자식이 말했었지. 이런 세상을 유지하는 게, 나의 정의라고.)
(험악한 눈동자에 자료실의 문이 담기면, 곧 그 문을 발로 차고 들어갑니다)
 
내부에는 여러 자료들이 책장에 꽂혀 있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간헐적으로 찾아오는 격통에 비틀거리며 한 쪽 책장에 기댄 채, 맞은편 책장에 꽂힌 자료들을 빠르게 훑어 내립니다)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러셀은 약 100년 전의 것으로 보이는 기록물을 발견합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00년 전, 크리쳐를 신으로 모시던 사이비 종교의 테러로 인해 신정부와 안전지대는 한 번 더 괴멸되었습니다.
 
절망에 빠진 인류를 구원한 것은 리디안이라고 하네요.
 
그는 직접 무너진 도시를 수복하고, 죽은 사람을 안드로이드로 되살려냈습니다.
 
잠깐, 무언가 위화감이 듭니다.
 
다시 한 번 자료를 천천히 살펴봅니다.
 
안전지대가 파괴된 날짜와 정상적으로 동작하기 시작한 날짜가 너무나도 가깝습니다.
 
적어도 평범한 수단이 아니라는 건 알겠어요.
 
이런 건 이상해요.
 
리디안이 꼭, 옛 정부나 AOC의 상관들처럼 멀게만 느껴집니다
 
SAN C 0/1
 
러셀 데클란 켄트:...도시가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수복될 리가 없어.
(이상한 힘 따위니 뭐니, 그 금발 기계가 중얼댔었지.)
(...너. 대체 무슨 짓을 벌인 거야.)
SAN Roll
기준치: 66/33/13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와인을 바닥에 쏟아 버리며 나지막하게 속삭이던 목소리는,)
(과연 제가 기억하고 있는 이와 같은 것이 맞았던지.)
 
러셀 데클란 켄트:(그는 이미 그가 만들어내는 안드로이드와 비슷한 존재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문득 의문이 싹트고, 엄습합니다.)
(마음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위화감에 신경 쓸 새도 없이. 다시금 기록물을 적당히 자리에 끼워 넣고는 옥상으로 향합니다)
기준치: 90/45/18
굴림: 4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3
 
러셀 데클란 켄트: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러셀은 86층에 도착합니다.
 
한 번 감을 잡으니, 경호원들을 따돌리기란 식은 죽 먹기로군요.
 
복도를 나선 당신은 AOC의 군복을 입은 사람과 조우합니다.
 
그는 당신을 보고 크게 놀란 나머지 뒤로 넘어집니다.
 
거의 유령이라도 본 듯한 반응입니다.
 
AOC의 군인: 헉, 헉..! 다..당신...
또, 또 살아나 버린 건가요?
 
당신과 마주한 사람은 패닉에 빠진 듯 머리를 감싸 쥐고 주저앉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내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똑바로 말해. (장전한 총구를 AOC 요원의 이마에 겨눕니다)
살아난다는 게 무슨 말이지?
 
AOC의 군인: 이상해요, 이건 이상하다고요. 당신의 시체를 처리한 건 저였는데요. 분명히 죽은 걸 확인했는데, 그 시체에 불을 지른 것도 저인데.
바람에 날려버린 재가 아직도 손에 만져지는 것 같은데, 어떻게 살아난 거죠? 당신, 사람 맞아요? 도대체 정체가 뭡니까?
 
러셀 데클란 켄트:그래...? (눈을 게슴츠레하게 뜹니다) 네 손으로 날 죽였다 이거지?
 
AOC의 군인: (패닉에 빠져 몸을 덜덜 떨 뿐입니다)
 
재로 만들어버린 사람이 살아났다고요?
 
믿을 수 없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더는 회복력이라고 부르기 힘들 정도인걸요!
 
SAN C 1D3/1D5.
 
러셀 데클란 켄트:내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았으면 이야기가 좀 더 빨랐을 거다, 새꺄! (총구로 군인의 머리를 툭툭 치며 짜증을 냅니다)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5
 
러셀 데클란 켄트:... (곧 총구의 움직임이 멎고, 웃음기라고는 없는 싸늘한 눈빛으로 군인을 내려다봅니다)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당신의 협박에도 그저 덜덜 떨 뿐이던 남자는,
 
잠시 후 정신을 차린 듯 그 자리에서 도
 
:망쳐버립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듯 그 자리에서 도망쳐버립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순식간에 도망쳐버린 군인의 빈 자리에 우두커니, 못 박힌 듯이 서 있다가.)
(천천히 다시 걸음을 떼어 놓습니다. 위쪽으로, 계속 위쪽으로.)
(...그래, 리디안이 아냐.)
(안드로이드로서 이야기를 끝맺어야 하는 건 이 쪽이니까.)
(거친 숨을 내뱉으면 눈 앞이 하얗게 타오릅니다)
기준치: 90/45/18
굴림: 3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러셀 데클란 켄트:6
 
러셀 데클란 켄트:
교육
기준치: 70/35/14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러셀은 94층에 도착합니다.
 
곧 있으면 옥상입니다.
 
배에서 느껴지던 고통에 신경이 쏠렸을 때,
 
당신은 복도에서 누군가와 조우합니다.
 
그는 당신에게 총구를 겨누며 경계합니다.
 
제임스:아.. 이런, 익숙한 얼굴이네. (맥이 빠진 얼굴로 중얼거립니다)
 
AOC의 마지막 크리쳐, 제임스입니다.
 
제임스:방금 너를 보면 제거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는데..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고 다니는 거야? (어이없다는 투로 웃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익숙한 얼굴이라고 할 정도로 내가 여기 자주 들락거렸나 보지.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은 채,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갑니다)
...신경 꺼. 아니, 너와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도 아니겠지만.
 
제임스:왜 나와 상관이 없지? (눈을 가늘게 뜹니다) ...말해봐. 우린 이 지구에 하나 남은 크리처 동지잖아. 친구.
(애초부터 쏠 마음은 없었는지 어깨를 으쓱하고는 총구를 내립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동지라는 생각 따위는 안 하니까 집어치워. (평소라면 가벼운 투덜거림이었겠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릅니다.)
...난 저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중앙 관리 체제를 부술 거야. 그래서, 막을 거냐?
 
제임스:...중앙 관리 체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골똘히 떠올리다가. 눈을 내리 깝니다)
...그래, 너도 뭔가 생각이 있겠지. 그 사람도.
(계단으로 가는 입구를 향해 몸을 틀어줍니다)
...그런데 왜 몰라주는 걸까? 겉이 닮았다고 해서, 소중히 여기는 게 아니라는걸.. 그냥 곁에 있어주기만 해도 충분하다는걸.. (중얼거립니다)
 
상대가 비록 죽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라고 제임스는 말하지 않았지만, 당신은 이해합니다.
 
브라우니의 이야기입니다.
 
브라우니를 떠올린 듯 그의 표정이 조금 심란해집니다.
 
진짜와 흡사하지만, 진짜가 될 수 없었던 소중한 사람의 안드로이드.
 
러셀 데클란 켄트:(의심하는 눈빛으로 제임스의 눈동자를 응시했다가, 고개를 돌립니다)
...널 정말 끔찍하게 여기던데. 그 녀석.
 
제임스:...그렇겠지, 그 사람의 입장에선 내가 끔찍할 거야. (쓸쓸하게 웃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아니. ...지금 뭘 어떻게 알아처먹은 거야? (이딴 오해는 질색이라는 듯, 손에 쥔 총을 위험하게 내젓습니다)
 
제임스:...그래도 알아줄 수는 있잖아. 그렇게 해서라도.. 곁에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었어. (웃고 있지만, 눈은 금방이라도 쏟아질 울음을 참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야, 난 네 연애사 따위에 관심 X도 없어...!
 
제임스:가 봐. 옥상은 금방이야. (또 다시 빙긋 웃고는 총구로 입구를 가리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그냥, 그 녀석이... 네가 고통받지 않을 미래를 원했어. 그 뿐이라고.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 리디안을 위해 바라는 것 과 같아서.)
시끄러우니까... 질질 짜는 건 나 가고 나서 해라. (제임스에게서 등을 돌려, 더 이상 뒤돌아보지 않고 입구로 향합니다)
 
제임스는 짧게 웃더니, 등을 돌려 떠납니다.
 
...
 
여러 사건을 겪은 뒤에야 당신은 간신히 옥상에 도달합니다.
 
이 세계는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고,
 
그렇게 단언할지도 모르겠네요.
 
육중한 철문에는 엄중한 보안장치가 설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고작 이런 장치로 당신의 침입을 막을 수는 없겠죠.
 
러셀 데클란 켄트:(모든 빛은 일제히 꺼지고 문 앞에서 희미한 섬광이 내비칩니다.)
(여기서부터는 내 스스로 선택한, 나 혼자만의 싸움.)
(그의 행복을 찾아주고 싶다는 마음은 어쩌면 독단적이기 그지없는 본능적 욕망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내가 한때 죽음을 맞이하고,)
(이곳에 다시 태어나.)
 
러셀 데클란 켄트:(너와 다시 마주하게 된 건, 또 하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니까.)
(이 기계장치의 운명에 다시금 말려들게 된 걸 난 행운이라고 생각해.)
(철문을 밀고 나아가, 시야를 가득 메우는 빛과 마주합니다)
 
회청색 세계 위,
 
눈이 휘날리는 허공에는 정육면체의 기계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아주 익숙한 뒷모습입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립니다.
 
...
 
이곳은 클리셰 SF 세계관.
 
죽은 사람은 필요에 의해 안드로이드로 되살아나는 세계입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 ...
 
그런 세계에, 최강의 군인이었던 당신만이 없을 리가 없잖아요?
 
지금의 안전지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중앙 관리 체제라면,
 
그걸 수호하는 자가 누구인지는 자명합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 잘 됐네. 이 정도는 되어야 상대할 맛이 나지.
꼭 한 번쯤은 만나보고 싶었어. 러셀. (입가에 물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 발로 비벼 끕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꼭 한 번쯤은 만나보고 싶었어. 러셀. (입가에 물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 발로 비벼 끕니다)
아니, 붙어보고 싶었다는 쪽에 가깝지.
 
당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가볍게 웃습니다.
 
허름한 AOC 군복을 입은 당신과 대조적으로,
 
깨끗한 군복을 입은 그는 조금도 놀라지 않은 듯 오른쪽으로 길게 스트레칭합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러셀이라는 호칭에 미간을 구기며, 총기를 고쳐 듭니다)
뭐, 네놈이 부서지기 전에 소원 하나 정도는 이뤄줄 수 있겠네.
 
러셀 데클란 켄트:지랄. 건방진 게 어디서 왔나 했더니. 그래, 나였던가? (송곳니를 드러냅니다)
너야말로 이긴다면 소원 하나는 들어주지.
 
러셀 데클란 켄트:네가 소원을 들어준다고?
아니. 내 소원은 내 손으로 이룰 거야. (흩날리는 흑색의 머리칼 사이로 한껏 올린 입꼬리가 비틀립니다)
...얌전히 바닥에 처박힐 준비나 해.
 
러셀 데클란 켄트:하하하.. (느릿하게 웃습니다) 동감이야.
네 놈이 이뤄주는 소원 같은 건 하나도 기쁘지 않거든.
 
그는 덤비라는 듯, 손가락을 까딱입니다.
 
자신의 안드로이드와의 대결이 시작됩니다.
 
전투 시작
 
턴 오더
 
당신 - 안드로이드
 
러셀 데클란 켄트:먼저 허점을 보여주는 것만큼 기꺼운 게 없지. 역시, 머리가 철판이라 생각 따위는 못 하고 사는 건가? (조롱하듯 비꼬면서도, 빠른 손놀림으로 단검을 꺼내 쥐곤 러셀에게 덤벼들어 그의 심장께를 노립니다)
(문득 살갗을 스치는 그 손끝이 새하얗게 얼어붙는 것도 같습니다.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은 자신의 의지를 녹여 낸, 하이얀 눈의 칼날.)
SKILL : 눈의 검 Roll
기준치: 100/50/20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단검
기준치: 60/30/12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8
 
러셀 데클란 켄트:그깟 우스운 잔재주로, 날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최강의 타이틀을 가진 내가?
(한껏 비웃고는, 러셀이 찌른 칼날을 피합니다)
회피
기준치: 70/35/14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분명, 안드로이드의 움직임은 빨랐으나,
 
원본인 당신을 완벽하게 카피하진 못한 모양입니다.
 
그의 심장으로 차가운 검신이 박힙니다.
 
동시에, 자색의 스파크가 요란하게 튑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제 얼굴을 한 안드로이드의 행동 범위는, 자신을 따라한 존재기에 스스로도 이미 파악하고 있습니다.)
(예상 궤도로 이동해 그대로 러셀의 퇴로를 봉쇄하고. 그의 멱살을 붙든 채 다른 손으로 칼날을 깊이 꽂아 넣습니다)
착각은 자유라지만, 최강은 이 쪽이니까. ...이제 알겠냐? (으득, 소리와 함께 꽂아 넣은 칼날을 한 바퀴 휘젓습니다)
 
안드로이드 HP -8
 
러셀 데클란 켄트:...하! (짧게 웃고는, 러셀의 손을 잡아 그대로 뒤로 비틉니다)
멋대로 뒈져놓고, 이제와서 다시 그 타이틀이 갖고 싶어졌나보지? 그 새끼도? (단도를 꺼내 러셀의 목을 찌르려듭니다)
단도
기준치: 25/12/5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피해: 7
 
러셀 데클란 켄트:웃기는 소리 집어 치워, 모조품.
(손등까지 하얗게 얼어붙은 채, 비틀린 손목을 잡아 빼곤 목을 노리는 단도를 제 단도로 쳐냅니다)
원래부터 그 녀석의 목숨은 내 거였어. 아무한테도 준 기억 따위 없거든.
 
러셀 데클란 켄트:씨발, 너 대신 그 새끼의 곁을 지킨 건 나야! 더 쓸모 있던 쪽은 나라고.
100년간 시체로 살았으면, 얌전히 관짝에나 들어가지 그랬어. (분노하며 러셀의 목을 틀어쥡니다)
...나도, 나도 기계 몸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고..
 
러셀 데클란 켄트:(그런 러셀을 바라보는 시선은 결코 곱지 않습니다. 마치, 자신의 미련을 똑바로 마주하는 것 같아서.)
(언제까지나 곁에 있고 싶다고, 그에게 쓸모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다시 만난다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마저 꺼내어 놓고 싶다고.)
(손가락 관절의 감각이 사라졌음을 실감하면서도 딱딱하게 얼어붙은 눈의 검은 놓지 않습니다)
...입 다물고 잠들도록 해. (속삭이듯 중얼거리며.)
(제 목을 틀어쥔 러셀의 목에 하얀 칼날을 꽂아 넣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
SKILL : 눈의 검 Roll
기준치: 100/50/20
굴림: 8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단검
기준치: 60/30/12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9
 
안드로이드 러셀의 목은, 파직 하는 소리를 내며 파손됩니다.
 
당신의 목을 틀어쥔 손에서 힘이 빠져나감을 느낍니다.
 
...당신의 승리입니다.
 
전투 종료
 
당신의 안드로이드는 차가운 옥상 바닥에 무릎 꿇은 채로 무너져갑니다.
 
그것은 가동을 멈춰가며 반파된 입으로 질문합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야.. 정말 중앙 관리 체제를 부술 거냐?
안드로이드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불쌍한 사람들이 있는데도?
...저 사람들이 결정한 거잖아. 네게 남의 선택을 번복할 권리가 있어?
꿈을 꾸는 세계가 뭐가 나빠? 씨발.. 비참한 현실보단 꿈이 낫단 생각 안 해?
 
당신과 같은 신념은 아니지만,
 
안드로이드인 그 역시 그가 생각한 정의를 위해 이곳을 지켜왔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 ...
난, 그 자식들의 선택 따위는 신경 안 써. 내 클론 주제에 당연한 걸 이해하지 못하고 있잖아?
난 내가 하고 싶은 걸 해. 내 정의는, 내 손에 달렸어. 그걸 지켜나갈 뿐이야.
...꿈에 빠져서 허우덕거리는 꼴은 우습기 짝이 없지. 그건 결코 내가 바란게 아니거든.
고통스럽고, 괴롭고, 눈을 돌리고 싶은 현실이라도... 마주해야만 해.
마주해서, 싸워. 싸워서 얻어내라고. 아무 대가 없이 주어지는 행복은 없어. ...알겠냐?
 
러셀 데클란 켄트:...그래서 그냥 이렇게 끝내버리겠다고? 그 새끼는, 엔데는...
...과연 소중한 사람이 없는 미래가 행복할까? 그렇게 해서라도 살고 싶은 거냐고.
...이기적인 새끼.
 
...
 
쉴드를 부술 수 있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 ...난 원래 존X 이기적인 새끼야.
그리고, 엔데. ...그 녀석도 마찬가지겠지. 소중한 사람 같은 거, 그 녀석은 얼마든지 다시 가질 수 있어.
(쉴드의 약점을 겨눠, 방아쇠를 당깁니다)
더 이상 과거에 매일 필요따위 없을 테니까.
대 크리처 살상탄
기준치: 75/37/15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13
 
무자비한 발포음과 함께
 
쉴드가 파괴됩니다.
 
...
 
당신이 쉴드를 부수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안드로이드 러셀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당신에게 내밉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미고의 전언이다. 나를 부수는 새끼한테 전하라고 했어.
만나봐서 알겠지만, ...엔데는 너를 너라고 생각하지 않아.
...나 역시 완벽한 데클란이라고 인정받지 못했지만.
 
당신의 안드로이드가 내민 것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빔프로젝터입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그까짓 거, 그 자식이 알아 들을 때까지 패 주면 그만이야.
...나한테 그딴 와인을 마시게 한 죗값은 치러야지. 안 그래? (안드로이드가 내민 빔프로젝터를 집어듭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하, 이 새끼. 머리 나쁜 건 알고 있었지만 아직도 눈치 못챈거냐?
이상하지 않아? 100년전에 그 우글거리던 크리처가 한 순간에 사라졌다니.
그리고 아무리 죽여도, 심지어 불태워버려도 끊임없이 살아나는 너.
야, 하나만 묻자.
너는 내가 가짜라고 생각하겠지.
 
러셀 데클란 켄트:(반파되어 쓰러진 채 중얼거리는 러셀을 내려다보며, 대꾸합니다)
설령 내가 진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내가 할 일은 정해져 있거든.
...그러니. 그 질문엔 X만한 의미도 없어.
누군가 날 진짜라고 인정할 필요 따위도 없지.
(그래, 그를 구할 기회가 있다는 것으로 족해.)
 
러셀 데클란 켄트:....그래, 그렇겠지. (동일한 인격을 지녔으니, 예상했다는 듯 쓰게 웃습니다)
흔들리지 말고, 네 길을 찾아.
그리고, 재수없는 새끼. 이거나 쳐 먹어라. (가운데 손가락을 올립니다)
 
그 말을 끝으로,
 
안드로이드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춥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하여간 X같은 새끼. (욕지기를 흘리며 안드로이드의 몸체를 발로 한 번 걷어차주곤, 빔프로젝터를 가동합니다)
 
빔프로젝터는 간단하게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허공에 홀로그램 영상이 재생됩니다.
 
그 영상 속에서 입을 떼는 자는,
 
네, 뻔하지 않나요?
 
미고:데클란님께. 마침내 여기까지 도달하셨군요.
저는 지구에 남았습니다만, 리디안씨에게 끊임없이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제 존재 자체가 리디안씨에겐 위협이겠죠.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또 다른 강자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화면이 지지직거린다)
제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다면, 이 기기는 마지막 안드로이드가 회수해 당신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이걸 보고 있다면 저는 이미 죽었다는 뜻이겠죠.
 
미고:그리고, 당신은 여전히 스스로의 신념을 지키고 있고요.
그런 당신에게 몇 가지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이미 과거가 된 이야기입니다.
 
등 뒤에서 잠긴 문을 조금씩 비틀어 여는 소리가 들립니다.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음에도 영상 속 미고는 후회 없이 편안한 표정입니다.
 
한 점 불안이 있다면, 그건 당신에게 전할 말을 전하지 못할까 봐 서두를 뿐,
 
지금의 그에게 목숨이 아깝다는 감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미고:...당시의 저는 두 분의 소원을 하나씩 들어드리고자 했습니다.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당신은 분명히 소원을 빌었습니다.
살고 싶다고, 죽고 싶지 않다고 외쳤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신에겐 육체가 남지 않았고요. 그런고로, 그건 이룰 수 없는 소원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부순 악신은 사라져가며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었습니다. 가장 끔찍한 형태로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크리쳐는 아자토스에 의해 한순간에 기화했습니다.
 
미고:그리고 대기로 흩어져 당신의 영혼체와 결합했죠.
그러니까, 당신의 육체는 크리쳐입니다. 크리쳐가 된 인간이 아니라, 인간이 된 크리쳐요.
 
이게 무슨 소리인가요?
 
당신이 그의 말을 이해했던, 하지 못했던
 
홀로그램 영상 속 미고는 덤덤하게 당신을 응시합니다.
 
지금 당신의 몸은 당신의 것이 아니라는 건가요?
 
...
 
자, 여기서 한 가지 묻겠습니다.
 
한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육체일까요, 영혼일까요?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죠?
 
당신은 누구인가요?
 
러셀 데클란 켄트:...인간이 된 크리쳐. (자조적인 웃음이 희미하게 입가에 머뭅니다.)
오히려 잘 됐어. 이 빌어먹을 껍데기를 내던지기엔 딱 좋은 환경인걸.
살고 싶다고. ...그래, 그랬을지도 모르지.
그 때 날 움직이던 건 충동, 오직 원초적인 본능 하나뿐이었으니까.
(이 소원은, 제 열망이 이루어 낸 기회.)
(리디안의 미래를 축복하면서,)
 
러셀 데클란 켄트:(제 과거의 응어리까지 털어낼 수 있도록.)
...난, 나로서 남을 거야. 끝까지.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고 계속됩니다.
 
미고:...아마 아실지 모르겠지만, 안전지대는 아자토스의 찌꺼기가 소멸한 이후에도 인간들끼리의 분쟁으로 괴멸되었습니다.
그때, 리디안씨는 힘을 원한다고 하셨습니다.
그 소원은 들어드릴 수 있었지만,
저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중앙 관리 체제, 그건 제가 직접 만든 시스템입니다. 재료는 방주와 아자토스의 찌꺼기였죠. 거기에 리디안씨의 눈을 사용해 리디안씨께서 힘을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분의 상태가 그렇게 피폐해져 있었을 줄은, 파훼된 아자토스의 찌꺼기가 리디안씨를 집어삼킬 줄은…
 
미고:그 이후로 그분은 변했습니다. 제가 살해당한다면, 그 원인 역시 리디안씨겠죠.
 
원숭이 발.
 
소원을 끔찍한 형태로 이루어준다는 동화 속 이야기처럼,
 
이것은 가장 절망적인 형태로 완성된 두 사람의 꿈입니다.
 
...
 
언젠가의 대화가 꿈결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소소한 일상을 즐기며 웃고 떠들던 시절이 아득하게 멀어져갑니다.
 
당신이 알던 리디안은 이제 없습니다.
 
100년 전, 당신과 함께 사라져버렸습니다.
 
그의 그림자만이 이곳에 홀로 남아 자신을 없애 달라고 부르짖고 있습니다.
 
...
 
미고:전 아직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무슨 소원을 빌지는 대략 예상이 가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두었습니다.
 
빔프로젝터가 분해되며 하나의 탄환을 내밉니다.
 
끝부분이 열쇠처럼 생긴 그것은 겉보기에는 평범한 탄환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미고:쉴드를 부순다고 해도 중앙 관리 체제는 당신의 힘으로는 멈추지 않아요. 이 장치는 하나의 열쇠입니다.
...그리고, 짐작 가능한 범위 내인 것은
그 장치가 가동을 멈추면 연결된 리디안씨 역시 죽어버립니다. 100년이나 흐른 지금, 체제와 리디안씨는 완전히 융합되었거든요.
 
그제야 당신은 생각해냅니다.
 
불쌍한 당신은 크리쳐의 몸을 빌려, 리디안을 막으려 했고,
 
그는 당신을 죽여버렸죠.
 
그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흩어진 재에서 지금의 몸으로 재생되었습니다.
 
...
 
그저 서로의 미래를 지키고 싶었을 뿐인데,
 
우리는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요.
 
...
 
마침내 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립니다.
 
뒤에서부터 느긋한 발소리가 들리자
 
미고는 온화하게 웃으며 녹화 종료 버튼에 손을 올립니다.
 
이것이 그가 마지막으로 남기는 유언임을 직감합니다.
 
미고:저희의 시간은 인간과 다릅니다. 생명이나 목숨에 관한 견해 역시 그렇죠.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까요, 미고는 넘치는 지식욕을 채울 수 있다면 그것으로 그만입니다.
저 역시 미고답게 제 욕심을 채웠을 뿐이죠.
그래서, 저는 인간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제가 종족의 수치라거나 모자란 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처해서 이 거대한 흐름의 끝을 보고자 몸을 던졌기 때문입니다.
뒤집힌 먹이 사슬도 재미있는 이야기예요.
...
 
미고:덕분에 원하는 만큼 지켜보았습니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영웅의 일대기에 한 획을 그은 자가 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끔찍한 파열음과 함께, 일그러진 노이즈가 발생합니다.
 
홀로그램 영상은 그것으로 끝납니다.
 
안드로이드도 작동하지 않으니,
 
당신은 빈 옥상에 홀로 남습니다.
 
...
 
깡통이 된 안드로이드와 빔프로젝터를 응시하고 있으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허무와 깊은 고독이 찾아옵니다.
 
SAN C 0/1
 
러셀 데클란 켄트:(넘치는 지식욕을 채우면 그만.)
(그런 사고방식은 자신에게도 이어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저 제가 원하는 대로, 제 욕망을 따르면 그만.)
(... ...그럼, 지금은?)
중앙 관리 체제를 무너뜨리고, 엔데가 죽어버리면.
(...난 무엇을 하고 싶었던 거지?)
 
러셀 데클란 켄트:(난 왜 여기에 있는 거지.)
(... ...)
...내야 해.
내 손으로, 끝을 내야 해. ... ...
(힘없이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갈라져, 허공에 흩어집니다.)
(축복해야 할 삶도, 말하지 못한 약속도. 이미 100년 전에 끊어졌다면.)
 
러셀 데클란 켄트:(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은, 이야기의 종언.)
(재생을 멈추고, 그를 영원히 안식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
(...그것뿐이라니.)
(각오했던 현실은 더욱 잔혹하게 심장께를 찔러, 흥건히 절망을 쏟아냅니다)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끝내야 해.
 
당신이 발을 옮기기 전, 분해된 빔프로젝터에 불이 들어옵니다.
 
영상은 제대로 보이지 않고 일그러졌지만, 목소리만은 선명하게 들립니다.
 
어떻게 못 알아듣겠어요, 이건 그의 목소리인데.
 
리디안 k. 엔데:...여전히 포기하지도 않고, 질기게도 구는 군요.
다음은 X제약 회사입니까?
후후.. 내가 당신 행동 하나 모르고 있을 것 같았습니까.
데클란, 듣고 있는 거 압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주먹 쥔 손에 힘을 준 채로, 고개를 돌립니다)
넌 지금껏 발버둥치는 나를 몇 번이고 봤을 테니까.
네 악취미에 맞춰주는 것도 이제 곧 끝일 텐데. 소감은 어때?
그래. 더럽게 잘 들려, 엔데.
 
리디안 k. 엔데:감흥이랄 것이 있습니까.
슬슬 지루하지 않도록, 최종 보스가 등장할 시기일 것 같아서요.
기억합니까? 당신이 내게 했던 말들을..
이제는 소용이 없지만. (낮게 웃는 소리가 들립니다)
우리의 운명이 결정되었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데클란.
 
그 목소리는 지루한 기색을 숨기지 않습니다.
 
끝이 다가옵니다.
 
당시의 우리에게는 그곳에서의 결투가 마지막 같았지만,
 
이제 와 돌이켜보면 그때야말로 시작이었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기억한다고 해도, 지금의 네게는 더 이상 들려주고 싶지 않은 것들 뿐이야.
네 말대로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것들이니까.
... 난 비합리적인 행동들을 끔찍하게 싫어해, 엔데.
(콰직, 빔프로젝터를 밟아 으깨는 소리가 울립니다)
(지금껏 자신이 보여 왔던 숱한 미련들도, 기이할 정도로 잔잔한 이성에 녹아 무뎌집니다)
(운명의 끝에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거야.)
 
러셀 데클란 켄트:당장 만나러 갈 테니까.
너로서 남지 않은 너를.
 
...
 
당신이 당신이 아니고,
 
그가 그가 아니더라도,
 
꼭 끝내야할 것이 있습니다.
 
당신은 부서진 빔 프로젝터를 뒤로 하고,
 
최후의 결전장소로 향합니다.
 
X제약 회사에 도착하면, 당신을 반기듯 모든 문은 열려 있습니다.
 
이곳 역시 테러 이후 체제의 힘으로 복구되어서 깨끗합니다.
 
관리실, 지하 4층의 제약 연구실, 옥상으로 갈 수 있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차가운 공기 사이를 가르며 X제약으로 나아가면.)
(거대한 건물의 정면, 사뭇 익숙하면서도 익숙치 않은 정경이 자신을 반깁니다.)
(싸늘하게 가라앉은 침묵 속에서 코너를 틀어 관리실로 향합니다.)
 
흩어져 가는 파편, 기억의 향수.
 
당신은 관리실로 향합니다.
 
그곳으로 들어서면, 마치 당신을 놀리는 것처럼.
 
재생되는 CCTV 영상이 전부 '그 영상'으로 교체되어 있습니다.
 
영상 속 당신은 이성을 잃고 미친 듯이 날뛰고,
 
리디안은 필사적으로 당신의 폭주를 막습니다.
 
그 모습이 지금과는 정반대인걸요.
 
그 외에도 저장된 다른 파일이 있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수없이 많은 모니터에 비치는 과거의 기억.)
(손에 닿는 모든 것들을 미친 듯이 부수고 폭주하는 제 모습에는 아랑곳않고, 자신을 가로막는 과거의 리디안에 시선을 고정합니다.)
(끔찍한 수라장 사이에서도, 영상 사이로 엿보이는 그의 모습이... ... 무척이나 그리워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한동안 넋을 잃고 그 장면을 응시하다, 곧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털어내곤 다른 파일을 재생합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수천 개의 파일을 넘기던 당신은 익숙한 얼굴을 발견합니다.
 
아주 옛날, 브라우니와 제임스의 영상입니다.
 
크리쳐와의 전투가 끝난 뒤 다친 제임스를 업은 브라우니가 황급히 제약 회사 내부에 들어옵니다.
 
그는 미친 듯이 제임스에게 쓸 약을 찾다가,
 
그가 결국 죽어버리자 괴로운 듯 옆에 주저앉습니다.
 
바보 같아요.
 
어차피 제임스는 살아날 텐데.
 
...
 
두 사람을 보던 당신은 문득, 리디안과 함께하던 시절을 떠올립니다.
 
분명 어쩔 수 없었던 거겠죠.
 
그만큼 소중했으니까.
 
제임스와 브라우니,
 
두 사람은 정말 100년간 행복했을까요.
 
당신은 결코 알지 못할 이야기입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알지도 못하고, 이해할 수도 없어. 그 녀석들은 나와는 다르니까.)
(적어도 한 번은 맺어진 존재들.)
(...곁에 있어주기만 해도 충분하다, 라. 사실은 그게 제일 어려운 일일 텐데도.)
(크리처로서 살아가는 건 그런 거겠지. 함께 있는다니, 그건 꿈 속에서나 가능한 일인 게 분명하니까.)
(곧 헤어질 그 녀석들도,)
(나와 엔데도.)
 
러셀 데클란 켄트:(할 수 있는 건 고작, 내 손으로 그들의 과오를 덜어내는 것 뿐.)
(허공을 유영하던 시선을 거두고 지하 4층의 연구실로 향합니다.)
 
지하 4층의 연구실.
 
남자가 엎드린 채 죽어있던 테이블, 편지를 발견했던 서랍,
 
전투를 펼쳤던 바닥, 무엇 하나 흔적도 남지 않은 장소입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여전히 황량한 방의 내부를 한 바퀴 둘러보며, 제 과거를 전부 기억해냈던 순간을 상기합니다.)
(자신이 인간임을 깨달았던 그 때와는 달리. 이제 완전히 크리처의 몸으로 이 자리에 돌아왔지만.)
(비록 몸체를 이루는 물질은 인간을 벗어났다고 해도.)
(내 사고는 방황하고, 상처입더라도 여전히 제 정의를 따르고 있으니.)
(그러니, ...망설일 것 없어.)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서랍에서 회복제를 발견합니다.
 
HP +4
 
러셀 데클란 켄트:(서랍에서 꺼낸 회복제를 단숨에 입 안에 털어넣으면 복부의 통증이 멎어가는 것을 느낍니다.)
이런 면에서는 크리처의 몸뚱이가 존X 편하다니까.
(약병을 내던짐과 동시에, 연구실의 문 밖으로 나와 옥상으로 뛰어 올라갑니다)
 
약병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지하 연구실에는 적막만이 감돕니다.
 
당신은 옥상으로 향합니다.
 
...
 
활짝 열린 문,
 
옥상 난간에 기댄 리디안이 차가운 눈보라 속에서 당신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아니라, 훨씬 오래전부터 당신을 기다렸던 것만 같아요.
 
그의 등 뒤로 불길한 빛을 뽐내는 박스가 보입니다.
 
...
 
인사합시다.
 
당신이 모르는, 당신만 알지 못하는 악의에게.
 
러셀 데클란 켄트:(문 너머로 자신을 맞이하는 건 콧잔등에 앉아 차갑게 녹아가는 작은 눈송이, ...그리고.)
엔데. (난간에 기대, 등 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그의 실루엣을 물끄러미 응시합니다.)
 
리디안 k. 엔데:...안녕, 데클란. (지루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러셀과 눈을 마주합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어때, 유언은 생각해 뒀냐? (입을 열 때마다 번져 나오는 하얀 입김이 눈보라 사이에 섞여듭니다.)
넌 정말 더럽게 짜증나는 새끼야. 분명, 그 때 내가 끈질기게 살아남으라고 말했을 텐데.
...뭐. 네가 괴물 새끼가 되던 말던. 여전히 난 네 곁에 있지만.
정말 구질구질하기 짝이 없는 인연이지.
(몸 속에 스며드는 한기를 느낍니다. ...아니, 그렇게 느낄 수 있도록 철저히 설계되어 있을 기괴한 물질의 집합체에 불과하겠지만.)
...라, 이 말도 벌써 스무번째군요.
(제 손을 내려보며 손톱을 매만지고는) ...슬슬 신박한 얘기를 해줄 생각은 없는 겁니까.
당신이 진짜 그가 아니라는 건 압니다만.. (도로 나른한 눈을 위로 치껴 뜹니다) 이거야, 갈수록 실망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데클란. 당신과 이리 마주 하는 건 내게도 꽤 유익한 시간입니다. (눈에 생기가 어렸다 도로 사그라듭니다)
무언가를.. 무언가를, 떠올리게 합니다. 지금에서야, 찰나에 불과한 유흥이지만.
 
러셀 데클란 켄트:내가 진짜 내가 아니듯, 너도 리디안의 가죽을 뒤집어 쓴 사념에 불과해.
숱하게 되살아나고, 죽어갔던 안드로이드 따위로 날 생각해도 상관 없어. 하지만.
이번엔 분명 다를 거야. 엔데. (손에 쥔 단검의 손잡이가 유독 서늘하게 닿고는.)
네 숨은 내 거니까. 내 걸 내 마음대로 하는 건데, 이제와서 도망칠 생각 따위는 안 하겠지?
...그렇겠지. 유익해야지? 우리가 어떤 사이였는데.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대꾸합니다)
 
리디안 k. 엔데:... (가만히 듣다 느슨하게 웃습니다)
(익숙한 말입니다. 수천, 수만 번을 혼자서 복기했던. 앞으로 한걸음 걷자 눈보라에 짙은 흑색의 코트가 펄럭입니다. 무엇을 위함인지, 당신은 수 번을 반복해서도 내 곁에 오는군요)
 
최후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전투 시작
 
러셀 데클란 켄트 - 리디안 k. 엔데
 
러셀 데클란 켄트:(눈을 돌려선 안 돼.)
(죽음을 거슬러, 또다시 살아남아 이룬 이 기회에 또 다른 소원을 담아.)
(탄환을 장전한 총구를 리디안의 머리에 겨눕니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쉽게 날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
(겨눴던 총구를 미세하게 틀어, 리디안의 뒤쪽으로 쉴드의 약점을 노립니다)
대 크리처 살상탄
기준치: 75/37/15
굴림: 7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2
 
미세한 위치가 틀어졌는지, 당신의 탄환은 빗나가고 맙니다.
 
리디안 k. 엔데:(눈을 가늘게 뜹니다) 후후후.. 그거야, 당신이 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가 아닙니까.
(품의 권총집에서 리볼버를 꺼내, 러셀의 이마를 겨눕니다)
쉽게 죽지 말아주십쇼.
 
기준치: 25/12/5
굴림: 44
판정결과: 실패
피해: 0
.41 리볼버
기준치: 90/45/18
굴림: 7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9
 
러셀 데클란 켄트:
회피
기준치: 70/35/14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리디안 k. 엔데:6
 
60 성공 -> 실패 판정합니다.
 
정정 -> 성공
 
묘하게 몸이 무거워졌음을 느끼지만,
 
당신은 리디안의 탄환을 피해냅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겨눠진 리볼버에 황급히 고개를 틀어, 아슬아슬하게 탄환을 피합니다.)
(한 갈래로 묶었던 장발의 머리카락이 풀려 바람 사이에서 흩날리고.)
그 더러운 성깔은 여전해 보이니 안심이네, 새꺄.
(다시 자세를 바로잡고 쉴드를 향해 방아쇠를 당깁니다)
대 크리처 살상탄
기준치: 75/37/15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3
 
타앙 ㅡ
 
탄환이 쉴드를 노렸으나,
 
실드에는 작은 금이 갈 뿐입니다.
 
리디안 k. 엔데:무언가 다르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빙긋 웃으며 코트를 펄럭이면, 왼쪽 팔 대신 금속질의 의수가 달려 있습니다)
이전의 당신이 내게 준 선물입니다. 마음에 드십니까.
(회상하는 듯한 표정을 짓지만, 결코 떠오르는 건 없습니다) 이것보단 즐거웠던 것 같은데..
당신은 무엇이 다릅니까? 데클란.
(빠른 속도로 다가서며 어느새 장비한 너클로 러셀을 가격합니다)
놋쇠 너클
기준치: 90/45/18
굴림: 7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
 
러셀 데클란 켄트:
회피
기준치: 70/35/14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리디안 k. 엔데:1
 
회피 성공
 
러셀 데클란 켄트:(살벌하게 얼굴을 내리찍으려는 너클을, 그 자리에서 재빨리 한 바퀴 굴러 피해냅니다)
과거의 내가 썩 괜찮은 짓을 해 뒀네. (그의 의수를 향한 눈빛이 섬뜩하게 빛나고.)
(그 손으로, 그 팔로. 추락하던 내 몸뚱이를 붙잡고 있었지.)
그러니 방심하지 마. 이번에는 더 커다란 선물을 안겨주고 싶거든.
(리디안의 공격 사이로, 다시금 쉴드를 향해 탄환을 쏘아냅니다. ...슬슬 유효타를 먹이지 않으면.)
대 크리처 살상탄
기준치: 75/37/15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8
 
공격은 더 큰 흠을 내었을 뿐입니다.
 
리디안 k. 엔데:어딜, (러셀의 허리를 안아 마치 춤을 추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는)
...나는 이쪽에 있습니다. (마주한 눈은 그저 텅 비었을 뿐입니다)
기어이 찾아낸 선물이 나의 죽음입니까. 당신은 참, 그 작은 머리로 귀여운 생각을 하는군요.
 
그가 허공에 손을 뻗자, 곧 손바닥에는 단도가 생겨납니다.
 
리디안 k. 엔데:(정확히 러셀의 목을 노립니다)
단도
기준치: 90/45/18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5
 
러셀 데클란 켄트:(예상치 못한 허점을 밟혀, 순간 상체의 균형이 기우뚱 무너집니다.)
...아니. 넌 여기 없어. (마주한 시선의 눈동자 안에선 아무것도 읽어내지 못한 채.)
소중한 날 매번 죽이는 것도 힘들다며? 이제 그럴 일 없게 만들어 주겠다는데. 뭐가 불만이야?
회피
기준치: 70/35/14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리디안 k. 엔데:2
... (미간이 일그러집니다)
내가 내가 아니라면, 무업니까. 당신은 무얼 구하기 위해 이곳까지 왔습니까?
고작, 망령이나 쫓기 위해? (분노합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말을 끝내자마자 목에 박히려는 칼날에, 제 살갗을 단단히 강화합니다.)
전 파트너의 망령이 허튼 짓이나 저지르고 있는데. 얌전히 쉴 수 있도록 무덤에 묻어 주는 게 도리 아니겠어?
SKILL : 얼음의 방패 Roll
기준치: 100/50/20
굴림: 8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리디안 k. 엔데:...전 파트너라, 하하. (건조하게 웃습니다)
그토록 나를 부정하고 싶습니까?
그리 아득바득, 과거를 부정하고, 그렇게 아무것도 없던 것처럼?
(칼날에 힘을 주어 목을 벱니다)
4
 
러셀 데클란 켄트:(성대를 짓이기듯, 목을 긋고 떨어져나가는 칼날에도 표정 변화 없이 리디안의 눈을 노려봅니다
과거에 아무것도 없었다면... 이렇게 이 곳에 돌아올 일 따위도 없었겠지.
지금의 네가 뭘 하고 있던 관심도 없었을 테고. ...왜?
내게서 부정당하는 게 두려운 거냐? 엔데.
지금껏 수없이 들어온 말 아니던가?
(몸을 숙여 그에게서 떨어져 나와, 핏물이 흐르는 목을 한 손으로 움켜쥔 채 탁해진 목소리로 대꾸합니다)
 
리디안 k. 엔데:.... (표정이 일그러집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쉽습니까. 남겨진 사람의 심정 같은 건 생각해 본 적도 없겠죠.
내가 무슨 마음으로, (이제 와선 아득한 감상일 뿐이지만) 당신의 손을 잡았는지.
(러셀의 멱살을 틀어쥔 채로 살기 띤 눈을 마주합니다) 당신을 살렸는지.
당신의 뒤를 보고 걸었는지.
겨우 곁에 서서 싸울 수 있게 되었을 때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리디안 k. 엔데:당신이 생각해 본 적이나 있습니까. (형형한 보랏빛 눈에는 현재의, 과거의, 혹은 더 이전의, 어쩌면 당신이 모를 과거의 러셀이 담깁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 ... (다가온 이에게 멱살을 잡혀, 피로 얼룩진 옷깃이 한층 더러워짐에도.)
(제 마음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평온하기만 합니다.)
남겨진 사람의 심정 따위 이해할 여유 없어. 그야, 너도 전혀 이해하고 있지 않잖아.
내가 무슨 마음으로 너와 함께 도망쳤는지,
흩어진 기계 장치들 사이에서 소생하지 않던 네 모습을 지켜봤는지,
네가 기어코 방주에 남지 않겠다고 했을 때,
 
러셀 데클란 켄트:결국 내 손으로 널 놓아버릴 수밖에 없었을 때...!
(힘주어 내뱉은 말 사이로, 둔탁해진 입가에 피가 흘러내립니다)
... ...
알고 있잖아. 엔데.
여긴 우리의 마지막 무대니까.
 
러셀 데클란 켄트:이걸로 끝인 거야. 너도, 나도.
(총신으로 리디안의 어깻죽지를 힘껏 밀치면, 다시 총구가 쉴드를 향합니다.)
대 크리처 살상탄
기준치: 75/37/15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16
 
그래요, 이걸로 마지막입니다.
 
당신이 쏜 총구는 그대로 쉴드를 꿰뚫어 부숩니다.
 
관리 체제에 탄환이 꽂힙니다.
 
전투 종료
 
...
 
스파크를 튀기며 붕괴하는 관리 체제처럼,
 
위태롭게 흔들리던 리디안의 정신이 붕괴합니다.
 
그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주저앉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허공에서 부서지는 박스의 형체 사이로, 제 곁의 이가 쓰러지는 소리를 듣지만.)
(그에게로 고개는 돌리지 않습니다.)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리디안 k. 엔데:어째서, 그날 죽어야 했던 게 제가 아닌 당신인 겁니까...
 
낮게 읊조리는 목소리를 듣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 ...왜.
...살고 싶지 않았어? (흩어지는 파편을 응시하며 마치 혼잣말처럼 중얼거립니다)
 
리디안 k. 엔데:...살고 싶습니다.
(고개를 느리게 들며 중얼거립니다) ...하지만 당신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속죄 따윈 필요 없다고 했잖아. ...왜 스스로 짐을 만들어서 지고 있냐고.
날 죽이겠다고 온갖 염병은 다 떨던 새끼가... ...
 
리디안 k. 엔데:(느리게 웃습니다) ...그건 당신이 아닙니까.
 
러셀 데클란 켄트:이제서야 좀 실감이 나냐?
저걸 터뜨리면, 너도 죽어. (손아귀에 든 열쇠 탄환을 만지작거리다, 곧 장전합니다)
마지막 유언. 정말 없냐? 이해할 순 없다고 해도 들어줄 수는 있으니까.
 
리디안 k. 엔데:...말하면 들어줄 생각입니까? (입가는 여전한 호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뭔데. ...일단 들어 보고. (관리 체제에서 시선을 떼어 놓지 않고 대꾸합니다)
 
리디안 k. 엔데:... (후들거리는 다리로 지면을 딛고 서, 천천히 러셀에게 다가갑니다)
첫째로, 이건 속죄가 아닙니다.
...그저 소중한 것을 잃은 것에 대한 푸념입니다.
둘째로,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건 미련입니다.
...나는 스스로 짐을 진 적이 없습니다. 누구도 내게 짐을 매준 적이 없는데, 어째서 혼자 무거이 짐을 지겠습니까.
...같은 마음이라고는 생각한 적 없습니다. 데클란, (한 걸음걸음 당신과 가까워집니다) 단 한 번도.
 
리디안 k. 엔데:동경, 질투, 그런 것이 아닙니다. 데클란, 그저,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서..
당신이 남겨준 목숨이라도 어떻게 해보려고 했는데..
...잘되지 않았습니다. 인간으로서 상처를 입었을 때보다, 크리처로서 심장을 꿰뚫렸을 때보다 아프더군요.
 
러셀 데클란 켄트:한 마디만 할 줄 알았는데. 네가 말이 더럽게 많은 걸 보니 옛날 생각이 나네.
(비합리적인 짓은 질색인데도, 끝을 목전에 두자 어쩐지 실소가 나옵니다)
역시 이해하기 힘들어. 너라는 새끼는. (비록 자신과 대화하고 있는 건 온전한 그가 아니고, 사념만이 남았다고 할지라도.)
... ... 이렇게 구구절절하게 늘어놓는 걸 보니 나도 푸념 정도는 하고 싶어지잖아.
(장전한 총기를, 아득하게 피어오르는 눈보라 사이에서 반파된 관리 체제에 겨눕니다)
(리디안이 다가오는 걸 느꼈음에도, 결코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지 않고.)
 
러셀 데클란 켄트:(...한 번이라도 그의 얼굴을 다시 마주해버렸다간.)
(생과 사를 가르는 이 순간에, 아주 작은 허점을 뚫려 무너져버릴지도 모르니까.)
너, 봐줄 만한 게 얼굴밖에 없었는데 눈깔은 왜 빼고 지X이야.
... 그래도,
그런 멍청한 짓만 일삼았던 바보 같은 녀석이라도.
난, 널 상당히... ...
 
러셀 데클란 켄트:────────했던 모양이야.
(탕, 작게 속삭이던 목소리는 폭발음에 묻히고. 흩날리는 눈 사이를 뚫고 한 발의 탄환이 정확히 관리 체제를 향합니다.)
 
하늘 높이 걸려있던 체제가 멈추며 땅으로 떨어집니다.
 
하나의 별이 수명을 다해 아래로 추락하듯, 긴 조명이 꼬리처럼 달라붙습니다.
 
마치 운석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굉음과 함께, 주변으로 둥글게 바람이 퍼져나갑니다.
 
리디안 k. 엔데:(러셀의 말에 눈이 커졌다 도로 줄어들면, 두 눈에는 붉은빛이 비추이고 있습니다. 마침내 닿은 어깨를 끌어안습니다. 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고 할지라도)
데클란.. 나는, 100년의 시간 동안, 당신을 그리면서.. 당신과의 마지막 순간에, 무슨 얘기를 하면 좋을까 셀 수 없을 만큼 고민했습니다.
다시 돌아간다면, 당신이 죽지 않았다면.. 마지막으로 당신이 하고 싶었다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면.. (진짜 데클란이 아닌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전해야하만 하는 것은)
 
긴로그
 
당신과 리디안의 옷자락과 머리카락 역시 크게 휘날렸다가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겨울에 어울리지 않는 따스한 바람입니다.
 
그와 동시에 안전지대를 이루고 있던 하나의 가짜 세계가 부서집니다.
 
화려한 조명이 흩어지며 검게 그을린 회색 벽이드러나고,
 
관리 체제로 이루어진 것들이 붕괴합니다.
 
... ...
 
새하얀 빛이 번지며, 당신은 모든 것의 끝을 예감합니다.
 
그는 당신의 팔을 붙잡습니다.
 
수명을 다한 리디안 역시 빛에 휩싸여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는 당신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깁니다.
 
리디안 k. 엔데:...이것으로 내 목줄을 풀어주시겠습니까? (고개를 들어, 러셀을 바라봅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 ... (자신의 어깨를 끌어안은 손이, 팔이, 떨리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아니, 떨고 있는 건 역시 내 쪽일지도 모르겠어.)
(분명 제 신념을 다했는데도. 그의 미래를 구할 수 없다면, 적어도 고통만큼은 끊어내자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나도,
(힘겹게 내뱉은 말은 새하얗게 타오르는 빛에 잠식되어갑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너와의 미래를, ...꿈꾸고 있었어.
꿈속에서는 쉬운 일이었지만, 글쎄. ...역시 현실은 매정하기 짝이 없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어.
이제 네 목줄을 끊어줄 테니, ...빌어먹을. 참 오래도 걸렸다.
미안, ...엔데. 널 위한다고 했던 일들이 지금껏 네 족쇄가 되어 있을 줄은 몰랐어.
(서서히 스러지는 리디안의 몸으로 시선을 내려. 그의 턱을 잡고 입가에 가볍게 입을 맞추면.)
 
러셀 데클란 켄트:(뺨을 감싸는 따스한 바람이 마치 마치 그의 체온처럼 여겨집니다)
다음이 있다면 다시 보자고.
(내리깐 시선이, 그제서야 똑똑히 리디안의 눈동자를 향합니다)
...그때까지는 잠시 작별이야. 리디안.
 
리디안 k. 엔데:(슬픔을 담은 눈이 러셀을 훑고는)
당신은 내 미래를 위해 싸웠다고 했지만, 나는..
...그런 미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어서.
 
로그1
 
리디안 k. 엔데:부디.. 바랍니다 데클란.
먼 훗날.. 당신의 미래에도 제가 있게 해주십쇼.
(뻗으려는 팔은 닿지 않습니다)
(째깍거리는 소리가 고동과 같이 귓가를 울렸다가, 곧 사그라듭니다)
 
안대가 끊어지고, 그 밑으로 흉하게 일그러진 눈가가 보입니다.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표정 아래에서 재회의 기쁨이 드러납니다.
 
당신과 만나서 좋았어요.
 
당신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이어지는 말은 전해지지 않습니다.
 
그저 조용한,
 
...
 
아주 조용한 멸망만이 찾아옵니다.
 
...
 
빛이 완전히 사라진 뒤 드러난 것은 100년 전 테러 때문에 황폐해진 안전지대입니다.
 
한참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검게 그을리고 여기저기 무너진 건물 위로 새파란 것들이 하나둘 돋아납니다.
 
응축된 마력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안전지대에는 100년분의 생명력이 넘쳐흐릅니다.
 
곳곳에 꽃과 나무와 풀이 피어납니다.
 
탐사자의 발치에 핀 라벤더가 따뜻한 바람을 타고 흔들거립니다.
 
엉망이 된 거리에는 가동을 멈춘 안드로이드가 나뒹굴고 있습니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사람들도 보입니다.
 
갑자기 멈춘 안드로이드를 끌어안은 채 패닉에 빠진 사람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또다시 소중한 사람을 잃었습니다.
 
정말 이 방법이 옳은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절대적인 잣대란 쓸모를 잃은 지 오래인걸요.
 
부모의 손을 잡고 길을 걷던 아이 하나가 떨어지는 분홍색 꽃잎을 주워듭니다.
 
꽃잎은 당신의 이마 위에도 한 장 내려앉습니다.
 
자연스럽게 꽃의 출처를 찾던 당신의 시선이 한 폐허 앞에서 머무릅니다.
 
만개한 벚나무 아래의 시멘트 바닥에는 낯익은 얼굴의 사람들이 앉아있습니다.
 
...
 
제임스는 자신의 어깨에 기댄 채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잠에 빠진 브라우니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내립니다.
 
살랑이는 바람에 연분홍색 꽃잎들이 휘날립니다.
 
당신을 알아본 그는 조금 웃습니다.
 
제임스:...100년간, 깨어나지 않는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어.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연인의 분홍 눈을 닮은 꽃잎을 브라우니의 머리칼에서 떼어줍니다)
...어때, 너는. (느릿한 시선이 러셀을 향합니다)
후회 없는 선택이었어?
 
러셀 데클란 켄트:(깨어나지 않는 꿈.)
(싸구려 커튼에 감싸인 채, 엉망으로 탄 크리스마스 케이크에 크림 따위나 바르는 편이 행복했을까.)
(... ...)
(아니.)
설령 그 꿈을 다시 꿀 수 있다고 해도. 결국 선택은 같았을 거야.
...그건 내가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으니까.
 
러셀 데클란 켄트:(이마에 내려앉은 꽃잎을 털어내며 시큰둥하게 대꾸해줍니다)
 
제임스:...네가 그렇다면, 브라우니의 선택에도 후회는 없었던 거겠지. 그렇게 믿을게.
....어쩐지 굉장히 졸린 걸. 지금 잠들면, 좋은 꿈을 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는 당신에게 작별 인사를 합니다.
 
당신은 이것이 잠시간의 단잠이 아님을 직감합니다.
 
끝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찾아옵니다.
 
인간이든 아니든 말이에요.
 
...
 
파트너의 손을 잡고, 눈을 감은 그는 다시 없을 만큼 안락하게 끝을 맞이합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수명을 다한 크리쳐의 편안한 죽음입니다.
 
또 하나의 꽃잎이 살랑거리며 잠든 이의 콧잔등에 내려앉습니다.
 
...
 
이상한 일입니다.
 
죽지 않기 위해 싸워온 이들이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지 않나요.
 
삶이라는 긴 이야기의 끝을 맺는다는 것은 곧, 더는 바라지 않을 만큼 행복하다는 것,
 
혹은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
 
다음이 궁금하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도 분명 행복할 것을 확신하고 눈을 감는 것.
 
많이 힘들었나요?
 
지금까지의 모험담을 돌아볼까요.
 
돌아보면 거칠고 고된 싸움이었지만,
 
당신의 발자취는 한평생이라는 기나긴 시간의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전부 다 읽어냈다고 책을 덮기에는 가장 중요한 ‘결말’이 남아있잖아요?
 
언젠가는 당신에게도 그런 날이 올 거예요.
 
굳이 100년의 세월이 흐르지 않아도,
 
모든 것을 홀가분하게 내려두고 죽음에 몸을 맡기는 날이.
 
가장 아름다운 결말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미사여구가.
 
험한 길이라 해도 조금 더 걸어갑시다.
 
해야 할 일이 잔뜩 남았습니다.
 
아직 이 세상에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걸요.
 
그러니 조금 더 살아볼까요.
 
분명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 거예요.
 
러셀 데클란 켄트:(서로를 소중히 여겼을 이들이 함께 숨을 다한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목에 남겨진 자상을 손바닥을 쓸며 천천히 그 자리를 뜹니다.)
(내 숨이 아직 끊어지지 않았다는 건, 내 운명은 아직 끝맺어지지 않았다는 것.)
...나도.
짜증날 정도로 널 많이 좋아했었어.
(맑게 개인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리는 말은 이젠 더 이상 그 누구에게도 닿지 못하고.)
 
러셀 데클란 켄트:쉴 수 있을 때 편히 쉬어 둬. 다음에 만나면 인정사정 없이 굴려 줄 테니까.
 
이 세계가 더는 클리셰 SF 세계관이 아니게 된다고 하더라도,
 
잊지 마세요.
 
이 진부한 이야기를 빛낸 것은 당신임을.
 
.
 
.
 
.
 
러셀 생환
 
AND
 
당신은 추락한 중앙 관리 체제를 회수하기 위해 안전지대 중심부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하지만,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움푹 팬 자리에 있어야 할 물건은 보이지 않습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분명 떨어뜨렸을 터인 관리 체제가 보이지 않자, 미간을 찌푸리며 싱크홀 주위를 살핍니다)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후, 당신은 새파랗게 돋아난 잔디 위로 무언가가 질질 끌린 자국을 발견합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이 자국은... ...뭐야? (질질 끌린 자국을 따라 걸음을 내딛습니다)
 
그 자국을 따라 걷자,
 
둔탁한 끌린 흔적에 불과하던 것은 50m쯤 지나자 어느덧 사람의 발자국처럼 모양이 변합니다.
 
...
 
그 발자국의 끝에는,
 
등을 돌린 사람 하나가 땅을 짚은 채 주저앉아 있습니다.
 
짙은 흑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이는 천천히,
 
당신을 향해 고개를 돌립니다.
 
지나치게 긴 머리칼은, 왼쪽 눈만을 드러내고 있으며,
 
드러난 심장부에는 열쇠 모양 탄환이 꽂혀있습니다.
 
신체 일부에서는 고압의 전류가 흘러, 곳곳에 자색 스파크가 일어납니다.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이 아닙니다.
 
...
 
하지만,
 
당신의 귓가에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말하던 미고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것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리디안과 같은 색의 눈에 당신을 담고 있습니다.
 
하나뿐인 파트너와 똑같이 생긴 그가 천천히 입을 엽니다.
 
그 순간, 당신은 진부하게도 세상이 멈춘 듯한 감각을 느낍니다.
 
그는 교과서를 읽듯 또렷하고 기계적인 어조로 말합니다.
 
리디안 k. 엔데:...인사하죠.
 
괴물이라기엔 지나치게 인간적이며,
 
리디안 k. 엔데:저는 구 방주이며
 
기계라기엔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리디안 k. 엔데:구 중앙 관리 체제입니다.
 
인간이라기엔 지나치게 끔찍한 존재.
 
...
 
사람이 아니게 된,
 
사람이었던 것들.
 
우리는 그것을 크리쳐라고 부릅니다.
 
오염되고 일그러진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 서서 살아 숨 쉬고 있어.
 
끝까지 맞서 싸운 누군가의 영웅,
 
...
 
지구상에 존재하는 최후의 크리쳐들에게 이 시나리오를 바치며.
 
탐사자? KPC? 생환?
 
-
 
러셀 데클란 켄트:(그것의 뒷모습에서도 직감하고 있었지만.)
(고개를 돌려 자신을 응시하는 차분한 목소리에 홀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미 빠른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너.
마침 잘 만났어. 생각해보니... ... 널 보내주기 전에 잊고 있던 게 있었거든.
알지? 난 손해 보고는 못 사는 성격이잖아.
 
러셀 데클란 켄트:(섬뜩한 눈으로 리디안의 코앞까지 다가와, 딱딱한 표정과는 달리 부드러운 손길로 그의 뺨을 쓸어줍니다)
 
리디안 k. 엔데:...기왕이라면, 이별 전에 못다한 것이면 좋겠습니다만..
 
러셀 데클란 켄트:네가 내 머리를 수프 그릇에 처넣었으니, 그걸 갚아 줬어야 했는데...!
(뺨을 쓸던 손길을 바로 힘주어 쥐고는, 그대로 리디안의 가슴께를 묵직하게 가격합니다)
 
리디안 k. 엔데:....!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면 좋겠지만, 그런 설계는 아닌지, 미동하며 몸을 웅크립니다)
...푹 쉬고 왔냐? 이제 고생 좀 할 테니까 각오해 둬.
 
리디안 k. 엔데:....졌습니다. (윽, 하는 소리를 내며 다시 허리를 펴면)
푹이라기엔 너무 잠깐입니다. 데클란의 환영 인사도 들었으니,
제 환영 인사가 남았군요. (옅게 입꼬리를 당겨 웃고는, 러셀의 허리를 당겨 안습니다)
할 말 없습니까? 분명.. 날 좋아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요.
 
러셀 데클란 켄트:... ... ...
그건 또 씨X, 언제 들었어?! (리디안의 팔에 갇힌 채, 버둥거리다 그의 등을 힘주어 내리칩니다) 떨어져!!!
그리고 했던이라고 했잖아...! 과거형 몰라?! 지금은... ...아무튼, 아냐, 새꺄!!!!!!!!!!!
 
리디안 k. 엔데:(몸이 조금 흔들릴 뿐, 미동은 하지 않습니다. 어쩐지 그리운 태도에 부스스 웃고는)
그럼 지금부터 전력으로 당신을 유혹하는 일만 남았군요. (고개를 틀어 입가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러셀을 놓아줍니다)
...살 날이 길지 않습니까?
꼭 클리셰 영화의 엔딩 같군요. 강인한 영웅이, 크레딧에서는 여주인공과 키스하곤 하니까요.
 
러셀 데클란 켄트:유혹, ...뭐...?! (삑사리가 난 듯, 흐트러진 목소리가 입가에서 흘러나오곤)
... ...네가 지금 여주인공이란 거냐... ...? (조금 질린 얼굴로 리디안을 노려봅니다)
 
리디안 k. 엔데:못 할 건 뭐가 있겠습니까. (농담을 던집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 ...아니. 역시 비위가 좀 상하는 것 같다.
(입가를 벅벅 닦아내다가, 삐죽거립니다) ...그런 클리셰 따위는 이제 지긋지긋하다고. 그냥 너도 영웅이라고 하지.
 
리디안 k. 엔데:(크게 폭소합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지금 뭘 잘했다고 쳐웃어...?!)
 
리디안 k. 엔데:...내 영웅께서 원한다면요. (호칭이 아무렴, 우습지만. 러셀이 고심해서 생각해낸 것일 테니 어울려주는 느낌입니다)
 
러셀 데클란 켄트:... ...너도, 누군가한테는 영웅일지도 모르니까. 그걸로 된 거잖아? (무의식적으로 리디안의 시선을 피하며 대꾸합니다)
어쨌든, 원수는 갚았으니 됐어. 걸을 수 있겠냐? (제법 홀가분해진 듯, 리디안에게 손을 내밉니다)
 
리디안 k. 엔데:...그럽니까. 누군지 궁금하군요. (러셀에게 은근한 시선을 보내고는, 한숨을 내쉬며 마주 손을 잡습니다)
물론입니다. 꽤 튼튼한 몸이니까요. 데클란은?
 
러셀 데클란 켄트:여기까지 질질 기어 온 주제에. (제 파트너의 손을 잡은 채로, 눈을 깜박입니다.)
(예상치도 못했던 미래와 마주하면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
(비록 처음 만났을 때와 삶의 형태는 달라졌을지라도, 여전히 제 곁엔 그가 있어서.)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쉽니다.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산 자로서의 값진 삶을 누리며.)
...정말로.
후회 없는 선택이었어.
 
맞잡은 손은, 따뜻합니다.
 
인간과도 같은, 인간의 삶을 사는 괴물.
 
이제는 그 모든 타이틀과 클리셰를 벗어버리고,
 
예상치 못할 미래로 나아갑니다.